北 "초고층 평양, 김정은 시대 면모" 찬양…작년 수해지역은 방치

평양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거리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 중앙포토

평양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거리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 중앙포토

북한이 수도 평양의 화려한 발전상을 부각하는 찬양가를 주민들에게 적극 배포하며 사상 주입에 나섰지만, 정작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수해 지역 복구 작업은 1년 가까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애민 지도자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과는 상반된 현상으로, 실상은 북한이 보여주기식 건설 사업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8일자 5면에서 ‘새 시대의 우리 수도 찬가’란 제목으로 지난 4월 15일 공개한 신곡 ‘정든 나의 수도 평양’과 관련한 해설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세상에 이름난 도시 많아도 평양과 비길 수 없네’ ‘영광의 도시 평양은 어머니 품’ 등 신곡의 가사를 열거하며 해당 곡이 “희한한 새 거리들이 쭉쭉 뻗어 가고 초고층, 고층 살림집들이 솟구쳐 오르는 우리 수도의 전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또 신곡이 “웅장 화려한 건축물들이 꽉 들어찬 우리 평양” “위대한 새시대에 평양의 면모”를 반영한다면서 “위대한 김정은 시대에 사는 우리 인민의 한껏 앙양된 사상 감정”을 전달한다고 전했다. “이런 지상 낙원에서 평범한 노동자인 내가 살게 됐다는 사실이 정녕 믿어지지 않는다”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도 실었다.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한 평양의 여명거리.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한 평양의 여명거리.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곡은 선대와 차별화하는 차원에서 김정은의 업적으로 제재·경제난 속 평양 발전상을 강조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 평양을 ‘어머니 품’에 비유한 대목은 김정은이 딸 주애를 앞세워 친근한 어버이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북한 당국이 이 곡을 김일성의 생일(태양절)에 공개하면서도 태양절 행사가 아닌 김정은 주관의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서 틀었다는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노래는 주민들을 향한 정치적 선전 선동을 위한 핵심적이며 전략적 수단”이라며 “김정은의 철학과 사상, 당 정책의 집약체”라고 짚었다. 


북한이 대남 단절 조치에 착수한 지난해부터 ‘반갑습니다’ 등 민족 화해 관련 노래는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위성분석 기업 에스아이에이(SIA)가 확보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의 위성 사진 모습. 수해 복구 상황이 거의 차이가 없다. 뉴스1

국내 위성분석 기업 에스아이에이(SIA)가 확보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의 위성 사진 모습. 수해 복구 상황이 거의 차이가 없다. 뉴스1

 
다만 실상을 뜯어보면 김정은의 평양 현대화나 ‘지방발전 10X20 정책’ 등 도시 재건 사업은 경제 성과를 주민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극심한 홍수 피해를 입은 북부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는 1년 째 복구 사업이 요원한 게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국내 위성사진 분석기업 에스아이에이(SIA)가 확보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촬영된 신의주 일대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임시 건물 외엔 지난해 7월 수해로 초토화 된 주택가는 철거 상태로 사실상 방치된 모습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7~8월 폭우로 평북 신의주와 자강도·양강도 지역에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세 차례 직접 현지지도에 나서며 빠른 수습을 지시했다. 김정은은 현지지도에서 신의주를 비롯한 수해 지역에 주택과 학교, 병원 등을 새로 지으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민심 이반을 우려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수해 지역의 자녀들을 ‘보호’ 명목으로 평양으로 데려와 돌보는 모습도 공개했다.

그러나 신의주 지역은 1년 가까이 중국 접경 지역인 위화도 일부를 제외하곤 민생과 직결되는 주택가 건물은 여전히 부실한 상태였다. 이는 김정은이 독촉하고 있는 지방발전 10X20 정책 사업 등에 자재를 집중 투입하면서 평북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인력·자원이 미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와 만성적인 경제난 속에서 지방건설, 러시아 지원을 위한 군수생산 강행으로 원자재, 자금 부족이 심각한 북한이 민생과 직결된 수해 복구조차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