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하니 3주짜리 일이 이틀 만에"...AI에 빠진 기업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대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회의자료 요약이나 e메일 초안 작성 수준을 넘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제조 공정을 핵심 업무에도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코딩 에이전트인 ‘클라인’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로그인 기능을 만들어 줘”라고 말하듯 명령하면 코드 작성부터 수정·테스트까지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단순 코딩 보조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을 단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오픈소스 AI인 클라인을 활용하기 위해 사내 보완 환경에 맞게 최적화했다. 이달 말까지 보완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정식 버전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DX 부문에 AI 인프라·시스템을 구축하고 AI 활용 지원, 우수 사례 확산 등을 맡는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신설하는 등 ‘AI 드리븐(driven) 컴퍼니’로 전환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각 사업부에는 ‘AI 생산성 혁신 사무국’도 마련됐다.

제조공정에도 AI 도입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1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4세대 OLED 패널 기술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1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4세대 OLED 패널 기술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도 AI를 활용한 체질 개선을 노리고 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레터에서 “앞으로 AI 중심의 지능화 역량을 잘 갖춘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간 경쟁력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AI 전환을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적기 개발, 수율, 생산성, 원가에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하자”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140개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에 최근 AI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공정 단계마다 수만 종의 데이터를 조합하고 설비를 조정하는 업무를 엔지니어가 수동으로 제어했었지만, 최근엔 자체 개발한 AI를 통해 365일 24시간 제조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한다. 그러자 품질 이상 문제를 분석·개선하는 데 쓰인 시간이 3주에서 2일로 대폭 단축됐다. 비용 절감 효과는 연 20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단순 업무는 AI로 대체하고 인재를 기술 경쟁력 확보에 투입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업무에도 AI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정 사장은 “평소 데이터 분석과 AI 기술에 관심 많은 임직원이라면 직접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라며 “회사가 관련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도입 땐 부가가치 7.6% 상승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기업들의 AI 활용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인프라 및 AI 활용방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4곳 꼴로 AI를 사업에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AI 도입률은 65.1%로 중소(35.6%), 중견(31.2%) 기업들보다 높았다. AI를 도입한 기업이 매출과 부가가치 등에서 더 높은 성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AI 도입이 기업 성과 및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은 부가가치가 평균 약 7.8% 늘고, 매출은 약 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AI 도입 이후 상위 성과 기업과 고생산성 기업의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대한상의는 “제조업에서 AI 기술과의 융합이 지체되면 중국 등에 뒤처져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라며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경영진의 AI에 대한 이해도와 판단 역량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을 병행해야 AI 기술 도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