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본부 직원들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모습. 이찬규 기자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근로감독관 증원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선 공약인 지방 근로감독관 도입까지 함께 검토되고 있어 문재인 정부 시절 1000명 증원보다 더 큰 폭의 대규모 증원이 예상된다. 이 사안은 향후 국정기획위에서도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올해 임금체불이 많이 늘어나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용노동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근로감독 인력의 증원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근로감독관 수(산업안전관 포함)는 2015년 1675명에서 2024년에는 3131명으로 약 1500명 증가했지만, 신고 사건은 같은기간 34만1704건에서 2024년 39만4145건으로 6만 건 가까이 늘었다. 인력 증가에도 불구하고 업무 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단순히 사건 수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노동 현장의 변화로 사건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고, 새로운 법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는 점도 근로감독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근로감독관은 “특수고용직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등장하면서 사건을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임금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민감한 사안이 늘면서 실제 근로감독 업무에 온전히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2019년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021년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면서 감독 업무의 범위와 복잡성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적정 규모의 인력 증원에는 공감하지만, 인원 확대만으로는 실질적인 개선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근로감독관 증원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의 일환으로 추진된 측면이 있다”며 “당시에는 시스템 정비가 뒷받침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근로감독관의 조사·수사 역량 강화와 체계적인 교육 확대를 핵심 대책으로 꼽는다. 현재 신규 감독관은 24주 교육을 받은 뒤 배치된다. 이후 보수교육은 연 1회 5일에 그쳐 현장 대응 역량을 키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적인 보강 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전환 배치를 줄여 전문근로감독관 등을 늘려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근로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체불 처리의 효율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2조 원이 넘는 임금체불 처리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사업장 관리·감독과 사전 대응은 뒷전으로 밀리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근로감독이 임금체불에 매몰돼 있어 감독 기능이 부족한 측면이 크다”며 “전담 기구 설치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 제도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원과 함께 검토 중인 지역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지방 근로감독관’ 제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자체가 근로감독을 맡게 되면 지역마다 감독 기준과 행정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특히 지방 소도시는 인력 풀이 좁아 감독 대상과의 사적 연결로 공정성 훼손이나 유착 우려도 제기된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근로감독관 제도는 국가 책임과 전문성 측면 모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 역시 “근로감독관조차 전문성 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며 “이를 일반행정직 위주의 지자체에 맡기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