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신혼여행〈26〉 베트남 달랏

연평균 25도의 온화한 기후가 달랏의 특징이다. 365일 꽃이 핀다고 하여 ‘영원한 봄의 도시’라고 불린다.
아내의 여행

쑤언 흐엉 호수. 해 질 무렵이면 백조 모양의 페달 보트를 타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호수에 모여든다.
우리가 달랏을 사랑하는 이유. 첫째는 누가 뭐래도 날씨다. 365일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날의 온기를 품고 있어 ‘영원한 봄의 도시’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달랏은 해발 1500m 고원지대에 자리한 도시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포근하다. 한여름에도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는다. 19세기 중반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았던 프랑스는 이 온화한 기후를 알아보고 달랏을 휴양지로 점 찍었다.
둘째는 생활비. 달랏을 찾는 관광객의 90%가량이 베트남 사람이다. 그들에게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힌단다. 덕분에 물가도 현지인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호찌민 같은 대도시에서는 쌀국수 한 그릇에 4000원을 받지만, 달랏에선 절반 가격인 2000원이면 충분하다. 전반적인 외식·숙박·생활비도 호찌민이나 하노이보다 20~30%가량 저렴하다.
셋째는 액티비티 천국이라는 점. 가성비 좋은 골프장이 즐비하고, 랑비앙산(2167m) 트레킹, 급류 타기까지 놀 거리가 널려 있다.

달랏은 베트남의 대표 와인 산지다. 도시 이름을 내건 '달라 와인'도 판다.
프랑스가 남긴 건 와인만이 아니다. 1938년에 완공된 달랏역은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아르데코 양식을 따랐다. 100년 가까이 된 이 작고 귀여운 기차역은 햇살 아래 앉아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도멘 드 마리 수녀원은 식민지 시대에 착공해 1944년 완공됐다. 딸기우유처럼 오묘한 분홍빛 외관 덕분에 현지인 사이에선 웨딩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달랏 현지인이 추천하는 또 다른 명소는 2015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랑비앙산이다. 방문객 대부분은 지프차를 타고 전망대까지 오르는데, 정상에 서면 달랏의 눈부신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온화한 날씨, 풍요로운 농작물, 여유로운 사람들까지 달랏의 모든 것이 마음 깊이 스며드는 완벽한 장소였다.
김은덕 think-things@naver.com

랑비앙산 정상에 오르면 달랏의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달랏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끄랑과 흐비앙 전설의 무대로 유명하다.
남편의 여행

달랏은 베트남 커피 산업의 중심이자 카페 문화의 선두 지역이다. '라 비엣 커피'는 커피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명소다. 커피 농장부터 로스터리, 카페까지 운영한다.

7단 계단식 구조로 이루어진 다딴라 폭포(Datanla Waterfalls)는 달랏 최고 관광 명소다.
베트남 달랏에 세계적인 캐니어닝 스폿이 있대!
매일 매일의 카페 투어가 시시하게 느껴졌는지 어느 날 은덕이 내게 소리쳤다. 캐니어닝(Canyoning)은 계곡에서 암벽 등반, 급류 타기, 로프 하강 등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달랏 남쪽의 현지인도 즐겨 찾는 다딴라(Datanla) 폭포가 캐니어닝 명소다.
우리는 1인당 약 5만원(2018년 기준)을 내고 캐니어닝에 도전했다. 하네스를 착용하고 밧줄을 연결한 뒤 계곡 아래로 내려서자, 시작부터 작은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에게 닥친 첫 난관. 은덕이 “힘들면 포기해”라고 말했다. 정작 걱정이 많은 건 나였다. 은덕은 알아주는 몸치인데, 가끔 보면 내가 더 연약한 줄 아는 모양이다.

다딴라 폭포에서 캐니어닝, 짚라인, 알파인 코스터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달랏 캐니어닝의 하이라이트는 10m 폭포 위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순간이다. 겁 많은 나에게 그곳은 마치 63빌딩 옥상처럼 아찔했다. 내려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점프뿐. 먼저 뛰어들어야 은덕도 용기를 낼 것 같아,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던졌다.
풍덩! 몸을 던진 순간, 두려움도 함께 가라앉았다. 살아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던 그때, 폭포 옆 샛길로 유유히 걸어 내려오는 은덕이 눈에 들어왔다. 용기와 뿌듯함 그리고 배신감이 뒤섞인 그 날의 기억은 요즘도 내 안에서 장난스레 얼굴을 내민다.
백종민 alejandrobaek@gmail.com

계곡을 탐험하는 극한 스포츠 ‘캐니어링’은 달랏을 방문하는 여행자 사이에서 인기 있는 여행 상품이다.
달랏 한 달 살기

정근영 디자이너
날씨 : 365일 온화하다
언어 : 베트남어(생존 베트남어를 외워갈 것)
물가 : 호찌민·하노이보다 20~30% 저렴
숙소 : 400달러 이하(집 전체 빌라)
여행작가 부부 김은덕, 백종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