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30분만에 품절"…'호텔빙수' 뺨치는 '5000원 컵빙수' 떴다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유통가 빙수 전쟁이 뜨겁다. 특급호텔이 15만원 달하는 초고가 빙수로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트렌드를 겨냥한다면,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5000원 안팎의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빙수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서울의 한 메가MGC커피 매장 앞. 연합뉴스

서울의 한 메가MGC커피 매장 앞. 연합뉴스

 

저가커피의 가성비 컵빙수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작고 실속 있는 1인 컵빙수가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접에 나와 2~3명이 나눠 먹는 일반적 빙수와 달리, 컵빙수는 소용량 용기에 담은 1인용 제품이다. 4000~6000원 안팎이라 가격도 맛도 좋은 ‘갓성비’(GOD+가성비) 빙수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매장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인기 선두를 달리는 건 메가MGC커피 컵빙수다. 서울 마포구에서 메가MGC 커피를 운영하는 40대 점주는 “오픈한지 30분만에 컵빙수 재료가 모두 소진된다”라며 “통상 커피 매장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오후인데, 입소문을 듣고 오전부터 컵빙수를 사러 오거나, 예약 주문을 해놓는 고객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메가MGC 커피의 컵빙수 사진. 사진 메가커피

메가MGC 커피의 컵빙수 사진. 사진 메가커피

 
이어 “빙수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약 10분)이면 아메리카노를 10~15잔 뽑을 수 있어, 점주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지만 손님들은 맛과 양, 가격이 모두 괜찮으니 컵빙수를 꽤 찾는다”라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는 이 빙수를 맛보러 갔다가 품절이라 허탕을 쳤다는 후기도 수두룩하다. 


메가MGC 커피에 따르면 4월 말 출시된 두 가지 맛의 1인 빙수는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했고 지난 16일에는 180만개를 넘어섰다. 메가MGC 커피 관계자는 “분당 26개꼴로 팔린 것”이라며 “올 초 딸기 시즌에 맞춰 출시된 디저트 ‘메가베리 아사이볼(분당 7개)’ 흥행을 4배 가량 앞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컴포즈 커피(팥절미 밀크쉐이크·4500원), 이디야(팥 인절미 1인 빙수·6300원) 등도 저가 빙수를 앞세워 빙수 열풍에 뛰어들었다. 공차도 18일 두 가지 종류의 빙수 쉐이크를 6900원에 내놨다. 

GS25에서 팔리고 있는 유어스 꿀귤빙수 사진. 사진 GS25

GS25에서 팔리고 있는 유어스 꿀귤빙수 사진. 사진 GS25

업계에선 1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 영향으로 1인 1빙수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풀이한다. 30대 여성 A씨는 “물가가 워낙 올라 디저트 사먹기에도 손이 떨리는데, 컵빙수는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혼자 빙수 한 그릇을 다 먹기엔 부담스럽고 마트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팥빙수는 조금 아쉬웠는데 그 빈틈을 컵빙수가 채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관련 밈(온라인 유행 콘텐트) 등이 유행하면서 호기심과 입소문이 증폭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격 무더위가 찾아온 만큼 당분간 컵빙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예상 판매량을 초과하고 있다”라며 “생산량을 늘리는 중”이라고 했다.

가성비 디저트 맛집인 편의점 빙수도 인기다. 세븐일레븐과 GS25 등은 빙그레, 라벨리 등 아이스크림 제조사의 인절미·망고 빙수 등을 2+1 행사로 1개당 2000원 꼴로 내놓고 있다. GS25 관계자는 “빙수 대란이 일면서, 최근(1~16일) 컵빙수 매출은 전년보다 32.2% 증가했다”라며 “컵빙수 상품 수도 지난해 16종에서 올해 21종으로 크게 늘었다”라고 했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특급호텔 프리미엄 빙수 수요도 꾸준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작은 사치로 심리적 만족감을 채우는 트렌드가 계속되면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날씨 등에 따라 수요가 조금씩 다르지만, 매일 준비해둔 물량은 다 팔린다”라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과 고물가 시기에는 소비 양극화가 더 두드러진다”라며 “빙수 소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