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651% 오를 때 삼성전자 111% 그쳤다…“삼성, 사업 너무 복잡해”

대만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린훙원 대만 금주간 고문. 연합뉴스

대만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린훙원 대만 금주간 고문. 연합뉴스

 
“삼성은 내부 문제를 처리하느라 너무 많은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산업 전문가로 꼽히는 린훙원(林宏文) 대만 금주간(今周刊, 대만의 시사·경제 주간지) 고문이 삼성의 현재 사업 및 지배구조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린 고문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고객이나 시장 대응에 경영 역량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삼성의 가장 큰 도전 과제”라며 이처럼 말했다. 린 고문은 30년 이상 대만 반도체 분야를 취재해 온 기자 출신으로, 저서『TSMC, 세계 1위의 비밀』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등에 밀리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반면 TSMC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 칩 등 ‘로직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며 2010년대 급성장했다. 그 결과 현재 TSMC 시가총액은 1560조원, 삼성전자 350조원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주가 상승률 역시 651%와 111%로 큰 차이를 보였다.

린 고문은 삼성의 사업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 의사 결정 속도가 느려졌고,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으로 법적 리스크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의 문제는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이라며 “메모리뿐 아니라, 로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스마트폰, TV 등 다양한 사업이 얽혀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직접 만들다 보니 자사 칩을 쓸지 외부와 협력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고, 그때마다 충돌이 생기게 된다. 이런 구조는 외부 경쟁 뿐 아니라 내부 조정에도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TSMC는 디램(DRAM) 시장을 빠르게 포기하고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 ‘선택과 집중’을 했고, 고객사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봤다. 린 고문은 “TSMC는 제조업을 서비스업처럼 했다. 생산 여력이 없을 땐 고객사를 오히려 경쟁사인 삼성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며 “TSMC는 고객이 성공해야 자신도 성공하는 모델이다. 반면 인텔과 삼성은 자신들의 브랜드가 있기에, 파운드리 사업을 한다고 해도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복잡한 지배구조 역시 삼성의 약점으로 꼽았다. 린 고문은 20여년 전,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회장이 대만 국립양명교통대학에서 강의할 당시 삼성전자의 교차 출자 구조를 비판했었다고 언급했다. 창 회장이 ‘삼성전자가 법적 리스크로 조사를 많이 받는 것은 교차 출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전문경영인이 모든 결정을 내렸다면 그런 식의 교차 출자나 복잡한 지배구조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었다는 것이다. 린 고문은 “TSMC도 몇몇 회사에 지분 투자를 했지만, 창 회장은 재무적 투자라면 거의 언제나 신속하게 그 지분을 매각했다. 하지만 전략적 투자일 경우 계속 지분을 보유했고, 20~30% 정도로 지분율도 매우 높았다”고 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린훙원 대만 금주간 고문. 이병준 기자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린훙원 대만 금주간 고문. 이병준 기자

 
린 고문은 미·중 무역전쟁이나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부상 등을 언급하며 “대만의 성공 요인은 명확하다. 위탁 생산을 선택했기에 비교적 적은 위험만 감수하면 됐다. 삼성처럼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은 훨씬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며 “경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