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후속 장관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대통령실에 합류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과 국세청장 후보자에 내정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포함하면 현직 국회의원이 정부 요직으로 직행한 사례는 더 많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민주당 비례대표 순번이 20번이라 비례대표 의원 3명이 더 사임할 경우 그 역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게 된다.
역대 정부에서도 현직 국회의원이 총리·장관을 겸직한 사례는 많지만, 겸직 비율이 30%를 넘은 건 문재인 정부가 31.5%(54명 중 17명)로 유일했다. 노무현 정부는 13.2%(76명 중 10명)에 불과했고, 이명박 정부는 22.4%(49명 중 11명), 박근혜 정부는 23.3%(43명 중 10명)였다. 증가 추세였던 겸직 비율은 윤석열 정부에서 13.5%(37명 중 5명)로 꺾였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김주원 기자
인사청문회 문턱을 낮춘다는 점도 국회의원을 발탁하는 요인이다.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총리·장관에 지명된 현직 국회의원이 도중 낙마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이번에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발탁된 12명의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당내 강경파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야(對野)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민주당 관계자)이란 평가도 있다.

지난 4월 14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아래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현직 국회의원이 행정각료를 겸직하게 되면 법안 대표발의 건수가 14.5건 감소하는 등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직무전념성에 제약이 발생한다는 2019년 연구 결과도 있다(‘현직 국회의원의 국무총리·국무위원 겸직이 입법활동에 미치는 영향: 제17~20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김인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국회의원 다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내각 고위직을 겸하게 될 경우 이 같은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프랑스 등 대통령제 국가뿐 아니라 네덜란드·룩셈부르크·벨기에 등 내각제 국가에서도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헌법으로 금지하는 건 그래서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대선 기간 경제정의실천연합의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 금지 주장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2019년 12월 10일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의원석으로 가려고 일어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정부 강은희 여가부 장관이나 윤석열 정부 신원식 국방부 장관처럼 국무위원을 겸직할 때 사퇴하는 게 국회의 오랜 관례다. 비례대표는 후순위가 의원직을 승계해 의석수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 전 총장은 “지역구 의원은 겸직 때 사퇴하지 않는데, 오히려 지역구 관리가 필요 없는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는 건 철저히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에 따른 관행으로 국회의원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