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명의 당근 사기, 양육급여도 빼간 친모 '자식 덕' 구속 면해

경찰관 이미지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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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들을 보육원에 맡겨둔 채 자녀 명의로 된 계좌를 이용해 중고거래 사기 행각을 벌여온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보육원 자녀들 앞으로 나온 양육수당을 가로채는 등 패륜적 범죄도 저질렀지만, 부양해야 할 아이가 있다는 점 때문에 구속을 면했다.

친자식 계좌로 ‘유아용품’ 사기 친 친모

부산 사하경찰서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올려 입금만 받고 잠적해 수백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30대 여성 A씨를 불구속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당근ㆍ중고나라 등 거래 사이트에 아동복을 포함한 유아용품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28명으로부터 228만원을 입금받은 뒤 물건은 보내지 않고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 사하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사하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범행 당시 A씨에겐 네 명의 아이(11세ㆍ8세ㆍ7세ㆍ6세)가 있었지만, 보육원에 맡기는 등 모두 실제로는 양육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린 아동복 등 사진은 모두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것이며, 실제 이런 유아용품은 소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 범행에서 A씨는 자녀들 가운데 맏이를 제외한 자녀 3명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이용했다. 앞서 저지른 비슷한 범행으로 인해 본인의 계좌가 압류ㆍ정지되자 자녀 이름으로 된 계좌를 열어 범죄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런 거래에서 동의 없이 타인 계좌를 사용할 경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A씨 사건은 친권자가 판단ㆍ동의 능력이 없는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이용한 사례여서 이 부분의 죄는 물을 수 없었다고 한다.


보육원 맡긴 자녀 양육급여만 빼가

A씨의 자녀 중 둘째와 셋째는 보육원에, 다른 두 아이는 가족 및 전 동거남 등 지인에게 맡겨졌다. A씨는 이 가운데 보육원에 맡긴 자녀 2명의 양육수당을 가로챈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자녀 명의 계좌로 입금되는 양육수당과 후원금 등은 본래 보육원이 관리한다. 하지만 친권자인 A씨는 은행에 찾아가 “아이들 통장의 인감도장을 분실했다”며 해당 통장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자녀들의 통장에서 약 37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PC방 비용 등 A씨 생활비로 사용됐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검거 땐 뱃속에 다섯째… ‘구속 방패막이’ 됐다

A씨는 요금을 내지 못해 휴대전화가 끊겼고, 여러 상대를 만나며 거처도 자주 바뀌었다고 한다. 돈도 기록이 남지 않는 현금을 주로 사용해 소재 파악에 애를 먹던 경찰은 A씨의 게임 사이트 접속 기록 등을 추적해 지난 4월 경남 창원시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A씨를 붙잡았다.

하지만 곧장 조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검거 당시 A씨는 만삭 상태였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로부터 “A씨 출사 예정일이 이미 지났을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경찰은 기초 조사만 마친 뒤 A씨를 석방했다.

A씨는 다섯째 자녀 출산 및 안정 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재범 가능성 등 사건 내용을 보면 A씨 구속 수사도 필요한 사안이었다. 다만 검토 과정에서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다섯째 자녀를 포함해 보살펴야 할 자녀들이 많다는 점을 참작해 구속 수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