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 "늘 궁금한 배우가 될 거예요"

2010년 자극적인 양념 하나 넣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듯한 신선한 드라마로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파스타'의권석장 감독과 서숙향 작가가 2013년말'미스코리아'라는 드라마를 세상에 내놓는다고 하자 대중들은 과연 이 '스타' 감독과 작가의 선택을 받을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가 누굴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배우 이연희가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궁금증에 빠졌다. 그럼, 그와 함께 미스코리아 진 타이틀을 두고 경쟁할 여배우는 누굴까.

그의 라이벌인'신이 내린 몸매와 피부, 얼굴'의 미녀 김재희가 배우 고성희라고 소개되자 사람들은 사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한 번도 드라마에 얼굴을 내민 적이 없는낯선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덤으로 약간의 우려도 생겨났고.

하지만 그는 '어디서 이런 배우가 뚝 떨어졌나' 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기품있는 태도에 깃든 마음속 어둠을 지닌 복잡한 캐릭터 김재희를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드라마 캐릭터 설명에 적힌 '김재희'의 모든 장점은 고성희라는 배우를 통해 생동감 있게 살아났고, 우려는 기우로 바뀌었다. 대중들은 준수한 연기력에 예쁘면서도 묘한 매력을동시에 지닌그에게 관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5년을 기다린 신인배우 고성희가 2014년을 짊어지고 나갈 연기 기대주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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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 름 : 고성희

데 뷔 : 2008년CF'SKY Presto'

- 영 화

2013년 : 분노의 윤리학-진아 역, 롤러코스터-미나미토 역

- 드라마

2013년 : 미스코리아(M)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디시는 아시나요?

네. 그럼요. (웃음) 미스코리아 갤러리도 계속 확인했었어요. 찾아봤지요.

- 그럼 예쁘다고 칭찬 많았던 거 보셨겠네요.

아하하. 그랬던가요?

-저희 이용자들이 기본적으로 반말을 해요. 적응 어려웠을 것 같아요.

아, 단어가 되게 어렵더라고요. 배우들 이름도 다르게 부르고. 그들만의 언어가 있는 느낌? (웃음)

-이제는 아세요?

네. 이제는 알아요.

-권석장 감독님과 서숙향 작가님이 갤러리에서 인기가 많아 미스코리아가 많은 주목을 받았지요. 주목받는 작품에 캐스팅된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그렇죠.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조금 무거웠어요. 어쨌든 잘 해내야 하고, 저에게는 첫 드라마다 보니까 많은 분께 저를 처음 보여드리는 것도 있었고요.또 제가 권석장 감독님 팬이에요. 감사하면서도 마음속에서 '잘해야지' 이런 게 있었어요.

-그분이 또 여배우를 정말 예쁘게 찍어주시는 감독님이라 그런 면에서 정말 출연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렇기도 하죠. 또 엄하시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많은 배우가 '그때는 힘들지만 많은 것을 배워간다'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고, 한 번 작품을 하고 나면 사단처럼 오랫동안 그 배우들을 예뻐해 주시는 것도되게 탐났어요.

-많이 혼났어요?

매사에 혼나지 않으려고 긴장했고, 감독님 눈치 보면서 빠릿빠릿하게 하려고 노력해서 크게 혼나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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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내기로 엄청 유명하시던데 다행이네요. (웃음) 자기가 좋아하는 PD님 작품에 캐스팅되면 기분이 어때요? (디시 이용자 '미코선')

울컥했어요. 제 기억으로는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았을 때 집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요. 제가 사실 쉴 때 항상 하는 게 '아침에 뭘 먹을까' 고민을 하고 행복해하면서 잠을 들어요. (웃음)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 전날 생각해둔 음식을 먹죠. 그걸 TV 앞 테이블에 깔아놓고 못 봤던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먹어요. 그 와중에 전화가 왔어요. 캐스팅 확정이 됐다고. 제가 울컥해서 '정말요? 어떡해요'하면서도 약간 웃었어요. 일단 권석장 감독님 작품이고,'미스코리아'라는 작품이 욕심났던 거 때문인 것도 있고, 저한테는 또 첫 드라마였어요. 저는 스스로 '나는 드라마와는 거리가 먼가? 생각했었기에 더욱 의미가 남달랐어요.

-왠지 먹고 있던 거 곧바로 뗐을 것 같은데. 미스코리아라서요. (웃음)

아유, 열심히 먹었어요. 하하하. 더 신 나서 더 먹었어요. 그날 술도 마셨을 거예요. 축하주 한다면서요.

-작품 특성상 몸매 관리 걱정 안 하셨어요? 하하하. 먹을 걸 줄였을 것 같은데.

작품 들어가기 1, 2주 전부터는 그래도 조금 덜먹었지요. 제가 원래 많이 먹는 편이거든요. 먹는 걸 좋아하지만 나름 샐러드나 죽을 중심으로 먹었어요.

-원래 재희 역으로 오디션을 본 건가요?

처음 1차 오디션은 오픈 오디션이었어요. 이미지를 보는 거죠. 어떤 역이 이 배우에게 맞을까 이걸 봤어요. 그리고 한 달 정도 후 영화 '롤러코스터' 끝나고 나서 '재희 역할로 보자'라고 최종 오디션 제의가 왔어요. 그때 재희 대사도 하고 그랬죠.

-제안 왔을 때 놀랐을 것 같아요. 내가 첫 작품에서 이렇게 큰 역이라니.

그러니까요. 하하하. 그래서 저는 사실 '에이. 될까?' 생각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내 매력을 보여줘야겠다 했죠. 재희가 가진 매력 중 글로 표현된 부분에서 저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재희는 전형적인 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제 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그렇지도 못하고. (웃음) 그러다 보니까 내가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초반에는 드라마 관계자분들이나 시청자 분들도 제가 신인배우라 우려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재희 매력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사실 이연희 씨가 굉장한 미인이라 '과연 누가 이연희라이벌을 할 것인가' 이런 기대가 컸어요. 그래서 미모 관리에 특별한 관리를 쏟았을 것 같아요.

아, 특별히 관리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그 점이 부담스럽기는 했어요. 인물 소개에서도 쑥스럽게'신이 내린 몸매와 미모' 이렇게 쓰여있어서 '이게 무슨 소리일까. 이건 오지영에게 가야 하는 이야기 아닌가?' 이런 생각도 했어요. 연희 언니가 워낙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녀스타니까 걱정이 됐는데, 나중에는 그건 다 잊고 그냥 김재희와 고성희만의 매력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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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

-본인이 만든 재희의 매력이 있다면요?

재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재희의 외모가 매력적'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저는 그 점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캐릭터적인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목소리 톤도 다운시켰죠. 오지영이 발랄하고 감정이 드러나는 성격이니까 재희에게는 그와 다른 분위기가 풍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만의 분위기요.

-묘한 것?

네. 묘한 거요.

-제가 작품 보면서 느낀 건, 사실 재희가 가장 어려운 캐릭터더라고요. 숨긴 게 많고, 활발한 면도 있고, 우울한 점도 있고. '저 배우 캐릭터 성격 세우는데고생하겠다' 했어요.

네. 힘들었어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이 나와 있어서 '감정을 이렇게 잡아야겠다, 그려야겠다' 했는데 드라마다 보니까 이 아이가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모르잖아요. 사실 초반에는 재희에게 주어진 게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심지어 연기하는 저에게도 이 아이의 숨겨진 아픔이 뭔지 공개해 주지 않았어요. 뭐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모르니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떨치는 거예요. (웃음) 그 예상이 맞아떨어지기는 했죠. '얘 출생의 비밀이 있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또 재희가 어려웠던 건 처음과 끝만 있는 인물이었어요. 중간 과정이 적고, 계속 숨겨야 하니까 감정은 계속 쌓이는데 소비가 안 되어서 연기하면서도 조금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재희가 마원장님(이미숙 분)아들의 여자친구로 등장했고, 여기서 미스코리아 권유를 받았잖아요?그런데 드라마를 계속 보니 재희가 의도해서 마원장님 아들과만난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좀 그렇게 생각했어요. 의도했을 거라고 생각했고, 마원장님을 모르고 나왔을 것 같지도 않고요. 이미 첫 장면부터 재희에게는 미스코리아 출전 생각이 있었다고 저도 생각해요.

-보통 여주인공의 같은 성별 상대역이라면 악역을 생각하는데, 재희는 전형적인 악역은 아니어서 신선했어요.

그렇죠. 그 부분이 감독님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도 재희를 나쁘게 그리고 싶지 않았는데, 첫 전체 리딩 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재희가 나빠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그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재희는 다른 미스코리아 후보들과 미스코리아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연기할 때 한결 편했어요.

-그래도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장면에서 정말 많이 웃었어요. 그런데 약하게 싸우시더라고요.

하하하. 그게 편집되어서 그래요. 저희가 그 장면을 정말 오래 찍었어요.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신이 두 번 있는데,한 번은 찜질방에서 체리 미용실 식구들과 마원장님 식구들이 떼로 싸웠고, 두 번째는 합숙소 침대 위였죠. 그런데 찜질방에서 싸울 때 제가 최고의 파이터였더라고요. 하하하. 재희를 찍을 때 스태프 모든 분들이 엄청 웃었을 정도였어요. 심지어 그 장면이 밤을 꼬박 샌 상태에서 다음날 아침부터 점심까지 찍은 거였어요. 그래서정신이 헤롱헤롱했는데, 싸우는 순간제가 재희로서 숨겨왔던 답답한 심경이 그날 해소된 거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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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언니나 연희 언니나 다들 놀랐대요. '싸우는데 정신이 없어 눈을 떠봤더니 네가 싸움 한복판에서 리드하면서 하고 있더라'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심지어 화면에 재희에게서 보여서는 안 되는 표정이 찍혔대요. 그걸 다 편집하셨더라고요. 재희의 이런 모습이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셨나봐요. 하하하. 저는 그날 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온 거죠. (웃음)

-재희가 뽑는 재희의 베스트 신은 뭔가요? (디시 이용자 '미코선')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아요. 마원장님이 제 아버지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을 때 재희가 '세상에서 우리 엄마 말고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면서 '그게 원장님이라서 좋아요'라고 해요. 그 장면이 저한테는 가장 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너무 쌓아온 게 많았는데,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었잖아요. 실제로 제가 그 장면을 찍을 때, 원장님 커트부터 녹화했는데 그때부터 제가 울고 있었어요. 복받쳐서, 오랫동안 쌓여왔던 것들이 터져 나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 모니터 하면서도 그렇게 많이 울었어요. 보면서도 그렇게 제가 울더라고요. (웃음)

-사람들은 아무래도 선발대회 최후의 2인 당시 아버지를 밝힌장면을 많이 꼽는데요.

맞아요. 내용상으로도 그렇지요. 그런데 그 장면은 제게 아쉬운 점이 많아요. 그 장면 대사를 조금 촉박하게 받았어요. 완벽하게 숙지를 못 하고 들어간 상황이었는데, 읽으면서도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가슴 아픈 대사라 어떻게든 재희로서 강점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연희 언니 대사 촬영을 먼저 했는데, 그때제 장면도 같이 촬영했어요. 제 클로즈업 촬영에서 더 잘했어야 하는데 먼저 촬영한 연희 언니 옆으로 나오는촬영 때 감정이 많이 올라와 그때 감정을 다 쏟아낸 거예요. 그래서 바로 들어간 제 클로즈업에서 감정이 그때만큼 안 나왔어요. 하지만 본방에서는 클로즈업 장면이 많이 나갔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웠어요. 재희가 너무 건조하게 보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거기서 더 울컥했으면 재희같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맞아요. 하지만 약간 미묘한 차이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담담하기는 했는데. 전 약간 아쉬웠어요.

-전 그 장면이 재밌었던 게 몇 회 전 재희가 지영이한테 '너랑 나랑 결승에서 둘이 남으면 그때 비밀 이야기해주겠다' 그러잖아요. 재희가 의리가 있네, 했죠. 하하하.

맞아요. 말 한 건 지켜요. (웃음)

-이렇듯 재희가 드라마에서 다양한 성격이 나오는데, 본인이 봤을 때 실제 재희의 성격은 어땠을 것 같아요?

그런 아픔이 없었다면 실제 재희의 성격은 오지영과 닮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재희가오지영을 많이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연기할 때도 그 생각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지영이를 미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재희가이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재희가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고, 이렇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재희는 지금까지 그게 불가능했고, 앞으로도 그게 불가능할 거라는 걸 알기에재희가 지영이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에서 악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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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재희의 실제 성격이 드러난 장면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하나요?

그렇죠. 거의 없었는데 지영이에게 자기 화장품 주면서 '내 거 써' 했던장면 정도? 그래도 이 아이는 늘 아픔이 있지만 그게 삐딱하게 나간 게 아닌,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받고 싶었던 만큼 남들을 사랑하고,사랑을 주고싶었던 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걸 어쩔 수 없이 늘 감추고 살아야 했으니까. 또 그 장면에서재희는 고민하다가도 지키잖아요.

-사랑하고 싶은 아이인데 사랑하는 장면이 안 나와 섭섭하진 않았나요? (웃음)

어우~ 너~무 섭섭했어요. (웃음) 게다가 선균 오빠와 연희 언니 러브신이 참 예쁘고 뽀뽀도 어쩜 그렇게 많이 하시는지. 되게 부럽더라고요. 하하하. 제 로맨스는 다 상대가 여자였잖아요. 마원장님에 대한 로맨스와 오지영에 대한 로맨스가 너무 컸기에… 아쉬워요. (웃음)

-그래도 마원장님과의 호흡은참 좋았어요.

저도 좋았어요. 나중에 감정이 안 잡히면 일부러 제가 선배님 눈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을 만큼 고성희에게 이미숙 선배님은 김재희에게 마원장님이라는 존재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더 감정을 얻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재희가 크면 마원장님처럼 되겠다 생각했어요. (웃음)

둘이 성격이 비슷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제가 또 재밌게 본 게 재희가 춤을 못 추는 장면이 나와서 제가 진짜 빵 터졌어요.

하하하. 그때도 제가 개인적인 욕구를 해소했어요. 저는 사실 망가지는 거 좋아해요. 그런데 재희라는 캐릭터가 항상 굳은 표정이라 개인적으로 '뭔가 인간미가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신 보고 '이거다!' 했죠. 그것도 편집 엄청 된 거예요. 제가 별걸 다 했어요. (웃음) 이상한 춤 많이 추고. 오랜만에 재밌었던 것 같아요. 더 재밌는 게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었죠.

-못 추는 척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게 막 못 춘다기 보다는 이상한 춤을 추는 거니까요. (웃음)

-이게 재희의 실제 모습인가 싶었어요.

맞아요. 되게 재밌었어요. 다 빵 터졌어요. (웃음)

-미공개 편집본 공개해야겠네요. (웃음)

저도 궁금하네요.

-재희를 연기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장면이 있었다면요?

대회 나가서 보조출연자들과 다 함께 춤추는 장면이요. 그때 참 재밌었어요. 사실 저희가 힘들긴 했어요.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촬영 때문에 매일 밤을 새우고, 저희에게 남는 휴식시간은 금, 토요일밖에 없었는데 춤추는 장면 때문에 목요일까지 밤새고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춤 연습하고, 연습 끝나면 바로 촬영 들어가 밤새고 그랬어요. 육체적으로는 힘들었는데 재밌었어요. 50명 정도가 저희 연습실에서 같이 연습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어요. 같이 땀 흘리고 함께 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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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게 많아서 고생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별걸 다 한 것 같아요. (웃음) 이 드라마 하나 하면서 오고무도 하고, 엉덩이로 달리는 것도 하고, 물구나무도 서고.

-몸매 관리 노하우는 많이 얻었겠어요.

그런데 안 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이야 이걸 언제 하나.

-귀차니즘 폭발? (웃음)

그렇죠? 하하하.

-본인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이 장면은 최고다' 했던 미스코리아 장면을 꼽아주신다면요?

저는 개인적으로 회상신을 좋아해요. 연희 언니와 선균 오빠의 풋풋함이 좋았고, 예뻤어요. 또 이성민 선배님과 송선미 선배님의 케미스트리, 두 사람의 로맨스가 되게 좋았어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 사람 상대역 해보고 싶다 한 배우가 있다면요?

선균 오빠는 당연히, 늘 한 번 해보고 싶은 배우셨어요. 음. 로맨스요?

-아, 꼭 로맨스가 아니어도 돼요. 우와 어렵다. 누가 있을까요?

아~ 다 해보고 싶어요. (웃음) 그래도 이선균 선배님과 이성민 선배님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파스타, 골든타임의 팬이었으니까요. 늘 부러웠던 게 오빠들 있잖아요? 비비화장품 무리들. 그분들 촬영하는 걸 옆에서 보면 정말 즐겁게 촬영해요. 다들 워낙 친하시고 재밌으셔서. 웃겨서 NG를 낼 만큼요. 그게 부러웠던 것 같아요. '같이 붙으면 재밌겠다'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미스코리아라는 드라마에서 자기 배역 말고 탐나는 배역이 있다면요? 남녀 가리지 말고요.

우선 첫 번째는 오지영이요. 두 번째는 마원장님. 재밌을 것 같아요. 카리스마도 있고. 그런데 실제로 이미숙 선배님은 되게 코믹한 거 좋아하세요. 은근히 개그 욕심도 있으시고요. 그래서 마원장님과 양원장님 두 분 나오는 장면을 TV로 보고 있으면 저는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지, 저게 대본인지 애드립인지알잖아요? 그래서 재밌어요. 실제로도 되게 진지하게 개그를 하세요. 만날 두 분이서 돼지껍데기니, 옷 달라는 등 애드립이 많았어요.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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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왼쪽)과 이연희 = 사진 MBC

-본인이 미인대회 나가면 입상할 자신 있나요?

진 해야죠. (웃음) 일단 나갔으면 진 해야죠.

-요즘에 예쁘다, 매력적이다는 말을 지겹게 들으셨을 것 같아요.

하하하. 저는 매력적이라는 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예쁘다는 말도 좋은데 제가 예쁜 애가 아니라는 건 알아요. (웃음) 또 예쁘다는 건 1차원적인 것 같아서 저는 매력 있다는 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미스코리아가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시청률이 낮았어요. 마음고생 좀 했을 것 같아요. (디시 이용자 '미코선')

마음고생이라기보다는 아쉽긴 아쉬웠어요. 잘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늘 했는데,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이 작품, 김재희라는 역할 자체가 정말 큰 감사함이고 선물이었어요. 제가 하나 하나 아쉬워할 게 없었어요. 저에게는 작품 자체로도큰 의미가 있어서요. 그것보다는감독님과 작가님, 선균 오빠와 연희 언니가 마음이 안 좋으시겠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것 같아요.

-미스코리아 대회 이후 재희의 분량이 줄었어요. 재희도 풀 게 많은데 너무 갑자기 훈훈하게 마무리된 건 아닌가 해요.

물론 저도 제가 앞으로 향해나가는 길, 혹은 모습이 조금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보여줘야 될 것들이 제 것 말고도 많았어요.

-요즘 인기 올라간 거 실감하세요?

네. 중간중간 외출할 때 했던 것 같아요. 저를 잘 모르고 있다가 그래도 저를 많이 알아봐 주시고 그러셨죠.

-매체의 힘을 많이 느끼셨겠어요.

네. '드라마가 이런 거구나' 했어요. (웃음) 영화 할 때는 그냥 저 혼자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였는데 이제는 '보시는 분들과도 내가 소통을 하고 있구나'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차기작은 혹시 정해졌나요? (디시 이용자 '빡지')

계속 보고 있어요. 회사에서도 보고 있고, 저도 좋은 작품 만났으면 좋겠어요. 저한테는 미스코리아 다음 작품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행보가 제게 중요할 것 같아 신중히, 열심히 고려하지 않을까 해요. 열심히 하고요.

-하고 싶은 장르 있나요? (디시 이용자 '빡지')

장르는 되게 많아요. 로맨스를 못 해봐서 로맨스 장르도 해보고 싶고, 로맨스가 있는 사극, 액션 이런 것도 좋아요. (웃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로맨스 작품을 꼽아준다면요? 이거 진짜 해보고 싶다 이런 작품이요.

어~ 되게 많은데. 되게 많은데 진짜. (웃음) 그들이 사는 세상이요. 제가 노희경 작가님을 좋아해서 노희경 작가님 작품들의 로맨스가 늘 탐나요. 되게 많아요. 다 해보고 싶어요. 욕심이 많아서요. 하하하.

-2008년에 모델 활동을 한 걸로 아는데, 이후 활동이 없다가 지난해부터 연기자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셨어요. 공백기를 가진 이유가 궁금해요.

모델을 시작하고, 연기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어요. 연기에 대한 꿈이 커질수록 모델에 대한 의지, 열정이 조금 식었어요. 학교 다니면서 섭외가 오고, 스케줄이 와도 언젠가부터 제가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이미 마음이, 열정과 꿈이 다른 곳으로 가 있었기에 일에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를 열심히 다니다가 연기가 정말 하고 싶어졌어요. 알려지고 싶다, 이런 욕심은 전혀 없었고, 내 연기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작품 오디션이라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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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모델 회사에 있으면 정보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오디션이나 미팅 기회를 얻기 어려웠어요. 지금은 달라졌지만요. 그렇게 제가 모델 일을 조금씩 줄이다가 결단을 내렸어요. 회사를 정리하고 나왔죠. 프리로 나와 연기자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혼자 프로필도 돌려보고, 그런 식으로 시작을 했죠.

-지금 있는 소속사(사람엔터테인먼트)는 고성희 씨의 어떤 점에 가능성을 보고 캐스팅하신 것 같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웃음) 다른 분들이 저희 대표님께 이런 말씀을 하세요.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하하하. 되게 독특하게 캐스팅하세요. 저희 회사에 이제훈 선배님, 한예리 선배님이 있는데 그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뭔가 첫눈에 느낌이 확 오신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제 연기를 확인도 안 하시고 계약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늘 여쭤봤어요. '대표님 저 연기 못하면 어떡하시려고요' (웃음)

지인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대표님과 제가 되게 멀리 앉아있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안녕하세요' 인사하다가 대표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때 느낌이 확 오셨대요. 그래서 건너건너 지인을 통해 '그 친구 봤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대요.

신기한 건 이후 계약을 하기로 하고 제가 그동안 활동했던 것들을 보내드렸는데 제가 휴대전화 CF에 나온 적이 있어요. 계약하기 3~4년 전에 찍었던 건데 CF가 나왔을 당시 그걸 보시고 저를 찾으셨대요. 그런데 그때는 제가 다른 나라 모델인 줄 알고 못 찾았대요. 그런데 그게 프로필에 있으니까 신기해하시면서 '운명인 건가' 그러셨죠.

-요즘은 데뷔가 빨라요. 고성희 씨는 그것과 비교해봤을 때 약간 데뷔한 편이라 조급한 마음도 있었을 것 같아요.

네. 물론 제 주변의 다른 연기하는 친구들을 봤을 때 저는 감사한 기회가 많았어요. 또 그들에 비해서는 빠르게 짧은 시간에 연기자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하지만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처음 배우 회사 들어가서 영화 '분노의 윤리학', '롤러코스터'를 찍을 때는 그냥 신 나고, 많이 좋았어요.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한다는 것에 행복하고 신 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롤러코스터'가 끝나고 '미스코리아'를 만나기 전까지 1년간의 공백이 있었어요. 그때 거의 준비했던 작품도 있었고, 몇백 명 중 마지막 두 명까지 갔던 작품도 있었는데 계속 뭔가가 안 맞았어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어그러지고…. 실패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처음으로 1년 동안 쓴맛을 겪어본 것 같아요. '아직 내가 부족한 면이 있구나' 이렇게. 그러다 보니까 제 나이도 있고, 뭔가 조급함이 생기고. 마음은 조급한데 현실은 불안하고 그랬지요.

- 미리 조사를 해보니 배우로 데뷔할 수 있는 좀 더 빠른 기회가 있었더라고요. 왜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나왔는지 궁금했어요.

아이돌 데뷔 기회를 말씀하시는 거죠? 저는 늘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고집이라고 해야 하나요? 물론 그게 저도 지름길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요즘에는 그렇게 시작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되게 단순하게 말하면 제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제가 연기가 정말 많이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모델 회사도 나오고, 모델도 그만뒀는데 내가 지금 다른 분야로 간다는 게요. 지름길일 수 있는 그 길이 물론 빠르겠지만 행복할 것 같지 않았어요. 정통의 길로 가고 싶었어요.

-덕분에 2014년 최고의 루키로 꼽히고 있는데 기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 잘 될 것 같다고 하면요.

처음에는 정말 좋았어요. 지금도 좋아요. 되게 감사하고요. 그런데 그 말을 피하려고 하고 있어요. 칭찬에 너무 연연할까 봐 제 자신이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아직은 제가 신인이고, 사람들이 가졌던 기대치보다 잘 봐주셔서 제가 칭찬을 받고 있지만언젠가 분명 제가 당연히 잘해야 하는, 제가 잘 해도 당연할 수밖에 없는, 그래야 하는 때가 왔을 때 '어? 나 왜 칭찬 안 해주지?' 그런 마음이 생길까 봐요. 칭찬을 좇게 될까 봐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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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포모어 징크스가 조금 무섭지는 않나요? 1년차 때 확 떴다가 2년차 때 침체기를 겪는 걸 말하는데, 보통 2년차가 가장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분명 언젠가 그게 올 거예요. 2년차로 온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빨리 온 거니까. 하하하. 그래도 다행인 건 제가 만약 모델일을 하지 않았다면, 20대 초반의 삶이 없었다면 분명 그걸 겪었을 것 같고, 소위 말하는 연예인병을 겪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모델할 때를 생각해보면 철부지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모델활동 당시 빨리 알려진 편이었고, 광고가 잘 되던 때가 있었어요. 그걸 겪고나니 (침체기를 견뎌내는 것을) 좀 알 것 같기도 해요.또 공백기동안 연기에 대해 정말 목이 말랐어요. 그래서 잘 견뎌내지 않을까 싶어요. 또 제 자신에게 응원하고 싶어요.

-잘 이겨내실 것 같아요. 성격이 굉장히 밝은 것 같아서요.

밝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웃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미스코리아 속 재희가 '롤러코스터' 속 일본인 승무원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

맞아요. 그랬어요. (웃음)

-배우로서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늘 저는 그게 저의 장단점이라고 생각해요. 제 얼굴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헤어, 메이크업, 각도, 표정에 따라서 굉장히 많이 바뀌는 얼굴이에요. 또 예쁜 것 같다가 잘생긴 것 같고, 약간 못생긴 것 같기도 한 얼굴이에요. 진짜로. 하하하. 그게 배우로서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제 얼굴을 인식시키기에는 조금은 힘든 면이 있죠.

-사람들이 그 작품 보고 깜짝 놀란 게, 엔딩 크레딧에 분명 일본 사람 이름이 있을 텐데 일본인 이름이 없다고 놀라더라고요. 다들 정말 일본인인 줄 알았대요.

맞아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웃음)

-어수룩한 일본 발음. 그거 누가 가르쳐 준 건가요. 하하하.

누가 가르쳐 준 건 아니에요. 그런데제가 권리세라는 친구와 오랫동안 가까이 지냈고, 그때가 리세와 같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어요. 또 저희끼리 서로 성대모사를 했었고요. 그게 저는 익숙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한국 발음을 포인트로 잡아서 연기했어요. 실제로 아는 분을 통해 일본분한테 녹음을 부탁했어요. 발음을 들어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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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감독님께서 점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약간 농담반 진담반 같은 거였는데, 저도 늘 궁금했었어요. '왜 나를 그 역할에 생각했을까?' 그랬는데 그때가 한창 부산영화제 행사 다녔던 때인 것 같아요. GV할 때 어떤 관객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중앙대, 혹은 판타지오 소속 배우가 아닌데 어떻게 그 역할에 들어갔느냐'라고요. 그때 농담으로 '고성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고성희생각이 났다. 또 점도 미나미토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기사화됐었죠.

-그 이야기 듣기 전까지는 점 뺄까 말까 고민했을 것 같아요. (웃음)

'점을 빼긴 빼야겠지?' 이러는데 제가 변화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좀 겁이 많아요. 아플 것 같아요. (웃음)

-이제 빼면 안 될 것 같아요. (웃음)

네. 그런데 아버지께서 늘 빼라고 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빨리 그 시커먼 점, 지저분하게 놔두지 말고 빼라' 그러시죠.

-말씀하셨듯 '롤러코스터'라는 영화에는중앙대와 판타지오 소속 배우분들이 많이 나왔어요. 고성희 씨는 비 중앙대, 비 판타지오라 처음에 현장에 녹아들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전화가 와 '성희야, 내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일본인 승무원 역할이 있다. 나는 네가 잘 맞을 것 같은데 시나리오 보내줄 테니 당장 내일 와서 리딩에 참석했으면 좋겠다' 하셔서 갔어요. (웃음) 그래서 더 부담감이 컸어요. 서로 다 아는 사이고, 어떻게 연기하는지도 아는데 '쟤는 어떻게 연기할까'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긴장 잔뜩 하고 시작했죠.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제가 막내고, 아직 어리고 그러다 보니까 언니, 오빠 하면서 잘 따랐어요. 또 제가 성격이 털털해 그분들에게 '남동생'으로 통해요. (웃음) 그 부분에서 친해지기 시작했지요. 또 그분들이 술을 좋아하시는데 제가 또 술을 좋아해요. 저를 소주 요정이라고 부르셨죠.

-소주 좋아하시는구나.

네. 헤헤헤.

-성격이 '고똘'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똘'인가요. 하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하하하.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이 다 10년 넘은 친구들인데 그들이 저를 그렇게 부르죠. 저는 그냥 재밌는 거 좋아해요. 갑자기 막 뛰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뭔가 엉뚱한 거 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창피해할 텐데?

창피해하죠. 제가 오늘 입고 온 롱패딩만 입어도 창피해해요. 저것만 입으면 '떨어져 걷자'라고. 하하하. (그는 이날 무릎을 덮는 일명 '운동선수용' 검은색 패딩을 입고 왔다.)

-배우 출신 감독 밑에서 연기하는 건 뭔가 다를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래서 좀 더 긴장되기도 했어요. 뭔가 다 들키는 느낌? 벌거벗겨진 느낌? 그런데 그게 나중에는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하정우 감독님은 연기 디렉션을 굉장히 명확하고 즐겁게 해주세요. 스스로 연기를 보여주시면서 하시기도 해요.'아, 뭘 보고 싶으시구나' 포인트를 분명하게 주시는 거죠. 그게 좋았어요. 또 '롤러코스터' 자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분위기였어요. 영화를 찍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학교 공연 올리고 있구나' 생각할 정도로 시나리오 아이디어도 배우들이 다 같이 냈고, 단어 하나하나 개그 요소들도 그런 것마저도 함께 했기에 그런 점에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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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같이 내셨다고 했는데 본인이 제시한 아이디어 중 채택된 게 있다면요?

제가 막내라 다른 분들의 캐릭터와 상황에는 못 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거 열심히 했어요. 미나미토의 '음!'하는 말버릇을 제가 많이 넣었고, 그 아이의 헤어스타일을 많이 제시했죠.

-예전에 한 잡지에서 '우디 앨런 감독, 김태용 감독, 하정우 감독과는 늙어서도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멘트가 나왔더라고요. 하 감독님은 알겠는데 왜 앞 두분 감독님이 언급됐나요?

그분들은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이세요.

-아, 전 친분이 있나 했죠. (웃음)

어머! 어머! 하하하. 우디 앨런 감독님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님들이세요.

-두 분의 어떤 작품 제일 좋아하세요?

김태용 감독님은 많은 분이 꼽는 만추. 저도 만추를 정말 좋게 봤고, 그 감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여자의 작은 감성까지 다 알았을까?' 생각했었죠. 우디 앨런 감독님은 워낙 다작하시는 분이잖아요. 감독님 작품 개봉하면 다 찾아볼 만큼 다 좋아해요. 봤던 건 다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거 꼭 보세요 하는 작품이라면?

'미드나잇 인 파리'요.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블루 재스민'도 우디 알랜 감독님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좋아하는 감독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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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요?

저는 사실 아직 테크닉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정말 진심을 다 해서 연기하는 것 같아요. 그러려고 노력해요. 제가연기가 조금 부족해도, 테크닉적으로 보이는 게 부족해도 정말 캐릭터를내 안에 품었다면 보시는 분들은 그걸 알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들도 맡을 때마다 제 성격이 바뀔 만큼 몰입하는 편이에요. 아직 제게 최선은 그거인 것 같아요. 진심을 다 해서 하는 거. 모든 감정, 모든 신 하나하나예요.

-지금까지 했던 세 작품 모두 캐릭터 개성이 다 달라요.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그렇죠. '분노의 윤리학'을 찍을 때는 성격도 뭔가 우울해 있고, 침체돼 있었어요. '롤러코스터'의 미나미토를 할 때는 힘들어도 미나미토가항상 업되어 있어서 백치미스러워졌던 것 같아요. 재희를 하면서는 뭔가 '그래. 내게는 뭔가 있어' 이렇게 변했고요. (웃음) 그런데 저는 그게 재밌는 것 같아요. 한가지 이미지가 정해졌을 때 그걸 깨는 건 어렵겠지만, 최대한 많이 깨고, 다른 역할을 맡고 싶어요.

-다른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 중 탐났던 역할이 있었나요?

'엽기적인 그녀', '화차' 같은 역이요. 저는 그런 역할이 재밌는 것 같아요.

-극과 극인데요? (웃음)

그렇기는 하죠? 하하하. 날 것 같은 느낌의 캐릭터요. 전형적인 '나 연기해요'라는 캐릭터가 아닌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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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제일 어렵죠?

그런데 그게 제일 재밌어요. (웃음) 사실 재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약간 힘을 주고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쟤 너무 연기한다'라는 생각이 들게 연기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분도 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감정이나 연기를 즉흥적으로 하는 걸 좋아해요. 미나미토가 그런 캐릭터였거든요. 그러나 재희는 힘을 줄 수밖에 없었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아쉬웠던 게 재희가 아버지가 화해한 뒤 힘이 빠지고 가벼워진 재희의 모습이 표현되지 않은 점이었어요.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화해할 때쯤 '아버지가 식사하자고 하셨어요'라고 마원장님께 말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이미 풀렸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그때 밝게 그 대사를 말하고 싶었는데 이미숙 선생님께서 '너 왜 마지막 엔딩처럼 연기하니?'라고 하셨어요. '드라마는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에 벌써 네가 풀어지면 안 된다'라고요. 그래서 조금 닫았지요.

-연기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늘 처음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첫 오디션이에요.새로운 대본, 새로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그걸 읽는 설렘. 이건 또 어떤 작품일까, 그게 늘 떨리고 설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떨릴 일이 굉장히 많으시겠군요. (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마지막은 제가 항상 상투적으로 합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디시 이용자 '성격있음')

저는 다작을 하고 싶어요. 여배우로서 그게 어렵다는 걸 알고,지켜야 할것들이 생기겠지만 그럼에도 신비주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공백기를 가지면서까지 연기를 쉬고 싶지는 않아요. 쉬지 않고 일하고 싶고, 최대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늘 궁금한 배우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작품을 다 보고 난 뒤 '그 역할은 고성희 외에는 대체 불가능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제 세 작품이 다 그랬어요. '그 배우가 누군데? 신인인데? 이 역할을 할 수 있겠어?'라는 이야기가 처음에 나왔던 건우려와 걱정이었어요. 그때마다 제가 늘 세웠던 목표가 그거였어요. 마지막에는 내가 했기 때문에 잘 해냈다, 나였기 때문에 잘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어요. 다행히 감사하게도 목적은 이뤄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끝까지 그렇게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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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인터뷰 진행이 확정된 뒤 몇몇 직원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첫 작품에서 주인공 라이벌이라니 대단하네요'라고. 그래서 '아니다. 롤러코스터에서 일본인 승무원 역으로 나왔다. 이게 세 번째 작품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주니 '헐. 나 그 영화 봤는데 그 미나미토가 고성희였어요?'라고 깜짝 놀라 했다.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와. 완전 다른 배우인 줄 알았어요'라는 반응을 보니 재밌기도 하고, 고성희라는 배우에 더욱 흥미가 갔다.

이런 '흥미로움'은 인터뷰 내내 더욱 깊어졌다. '똘'이라는 별명의 이유를 알 법한 털털한 성격, 분명 어려웠을 텐데도"재밌어요"라고 답하는 초긍정 마인드, 배우가 되기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며 이력서를 돌리는 등 정도를 고집한 뚝심 등 쏟아내는 단어 한 마디 한 마디가 '의외'에서 나오는 '매력'이 되었다.이 매력 넘치는 배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새 시나리오, 새 캐릭터를 접하면 설렌다는 그의 말처럼이제 고성희가 만들어내는 모든 연기에 대중들이 설렐 날만이 남았다.

사진 = 박유진 기자(zinpark@empal.com)

* 소속사와의 협의로 동영상 인사말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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