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人터뷰] 김영민 "관객과 시대를 같이 살아갑니다"

  JTBC가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 드라마를 이미 봤던 시청자들은 "도대체 이 막장 드라마를 어떻게 한국 현실에 맞게 리메이크할 것인가"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런 우려를 비웃듯 '부부의 세계'는 1회가 종료되자마자 온라인이 들썩일 정도로 호평이 쏟아졌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져 1회 6%로 시작한 시청률은 차곡차곡 상승해 마지막회에서는 전국 28%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는 비 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이었다. 

  '부부의 세계'는 원작 드라마의 플롯을 따라가면서도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부 사이의 관계에 더해 부모와 자식, 연인, 이웃,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등 모든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이를 현실적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 호평의 중심에는 모든 배역을 리얼하게 풀어낸 배우들이 있다. 

  김영민 역시 그 배우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부인이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한눈'을 파는 회계사 손제혁 역을 맡아 드라마 방영 내내 욕을 먹었다. 욕으로 샤워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래도 드라마 후반부에 부인인 고예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헤어진 지 1년 만에 다른 여성과 함께 쇼핑하는 손제혁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역시'라며 또 욕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손제혁을 연기한 김영민에게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자칫 삐끗하면 그저 그런 바람둥이로 보일 손제혁을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매력 있게 표현한 점에 감탄했다. "껍데기는 죄가 없다"라고 외치는 것에 더해 '티컵 강아지'라는 귀여운 별명까지 붙여줬다는 것에서 배우 김영민을 향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다.  

 

<프로필> 

본 명 : 김영민

생년월일 : 1971년 11월 5일

데 뷔 :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


- 드라마

2008년 : 베토벤 바이러스(M)

2016년 : 판타스틱(J)

2018년 : 나의 아저씨(tvN), 숨바꼭질(M)

2019년 : 구해줘2(OCN), 사랑의 불시착(S)

2020년 : 부부의 세계(J), 사생활(J)

- 영 화

2001년 : 수취인불명

2003년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5년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2006년 : 잔혹한 출근, 아주 특별한 손님

2008년 : 경축! 우리 사랑, 멋진 하루

2009년 : 불꽃처럼 나비처럼, 킬 미

2011년 : 미안해, 고마워,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퍼펙트 게임

2013년 :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4년 : 살인자, 일대일

2015년 : 마돈나, 협녀, 칼의 기억

2016년 : 해어화, 그물, 허니문 호텔 살인사건

2017년 : 대립군, 폐쇄병동

2019년 : 크게 될 놈, 계절과 계절 사이

2020년 : 찬실이는 복도 많지, 프랑스여자


- 연 극

2010년 : 돈키호테

2012년 : M. Butterfly

2013년 : 칼집 속의 아버지

2015년 :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2016년 : 나무 위의 군대

2017년 : 혈우

외 다수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잘 알고 있습니다. (웃음)


- 저희 사이트에 부부의 세계 갤러리가 있는데, 거기서 질문을 받았어요.

 아, 못 들어가 봤어요. 재밌는 질문 많을 것 같은데요. (웃음)


- 그래도 처음은 무난하게. 드라마 끝내신 소감 알려주세요.

 박선영 씨가 마지막 장면 촬영하면서 '촬영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 하시더라고요. 시청률도 잘 나오고, 팀 분위기도 좋았어요. 역시 시청률이 큰 역할을 했겠지요. 저희도 손제혁과 고예림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이 팀들, 시청자분들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끝나는 게 참…. 보통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아쉬운 거예요. 더 이야기하고 싶고, 더 펼쳐지고 싶고. 그렇지만 끝은 있어야 하니까요.

 사실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가 나왔어요. 저희는 되게 조용히 시작했거든요. 드라마 시작하면 배우들 앞에 카메라도 놓고 하면서 홍보도 하고 그러는데 저희는 정말 리딩만 딱 했어요. 정말 차분하게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참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 어느 시점에서요?

 대본이 정말 좋았고요, 또 좋아하는 감독님이었어요. '닥터 포스터'를 보고 대본을 봤는데 원작인 '닥터 포스터'는 제목과 같이 닥터 포스터라는 인물 중심으로 심리가 펼쳐졌다면, '부부의 세계'는 조금 확장적인 세계가 있었어요. 지선우·이태오라는 부부의 관계, 고예림 손제혁 부부의 관계. 또, 병원 안에서의 유리천장 같은 이야기도 있고요. 사회적인 면이 많이 펼쳐졌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잘 각색했구나' 생각했었죠.


- 혹시 감독님께서 원작을 먼저 보라고 하셨나요?

 그러진 않으셨는데, '원작이 있다'고 하셨어요.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런 면 때문에 한국에서 관심을 받은 것 같고, 또 모원일 감독님이 좋은 연출을 하셨어요. '작품성으로는 우리가 좋은 평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또, 김희애 선배님도 계시고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 드라마 시작하자마자 제혁이 욕이 나왔어요. 태오보다 더 많이.

 하하하. (박)해준이하고 '너하고 나하고 둘 중에 누가 더 많이 욕을 먹을까?' 이야기했는데 저는 이태오의 승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게다가 마지막 회에서 예림이와 헤어진 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 새 여자 친구가 옆에 있어요.

 16부 대본을 딱 봤는데 '새 여자' 이렇게 쓰여있는 거예요. 하하하. '1년 후' 그 기간이 비어있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예림이와 헤어지기 전부터 사귀던 여자 아니냐고. (웃음) (디시 이용자 'ㅇㅇ')

 여태까지의 제혁이의 삶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 16회 때 예림이가 계속 제혁이의 바람을 의심해요. 의심의 상대가 그 여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네, 사실 그때 선을 밟는 연기가 필요했어요. 제혁이는 마음을 많이 잡았어요. 예림이의 눈물 때문이지만 그래도 쌓아놓은 마일리지 다 돌려준다고, 너는 받기만 하라고 이 정도의 마음까지는 갔지요. 그래서 파티도 열어보고, 잘 살아보자 했는데 일상생활에서, 바쁜 출근길 와중에 흔히 있는 메시지 한 번 보고 씩 웃는 제혁이의 모습이 예림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장면이었지요. 일상적으로도 연기를 했고, 예림이가 약간 의심을 하게 연기를 했어요. 감독님이 두 가지를 요구하셨고, 편집 과정에서도 그렇게 편집이 되었고요. 중요한 건 예림이에게 영향을 끼쳐야 하기 때문에 제혁이에게는 그런 선을 밟는 연기가 필요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제혁이가 마음을 잡았다고 생각해요.


- 제혁이 결말은 만족하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만족합니다. 그 장면 찍을 때 너무 좋았어요. 예림이가 '사랑하지만 자꾸 생각난다, 용서한 것 같은데 용서가 안 되었나 보다, 당신을 죽을 때까지 괴롭히면 어떡하느냐' 이러면서 괴로워하잖아요? 그런데 제혁이는 예림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새롭게 예쁜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데 자기 욕심 때문에 예림이를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서로 깊은 사랑이랄까? 그런 게 생긴 것 같은데 더는 다가갈 수 없고. 그 상황을 박선영 씨가 너무 잘 연기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고예림과 제혁이의 역사가 보이면서 저도 푹 빠져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연기적으로는 그 장면이 좋았어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의 재결합에 대한 바람은 달랐었고, 그래서 슬퍼졌지만요.

 그래서 1년 후에 제혁이에게는 새 여자가 생겨요. 제혁은 사랑은 잃고 성숙한 인생을 얻었다고 생각했어요. 바람피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혁이는 스타일 상 혼자서는 못사는 인간같아요. 예림이에게 정말 큰 것을 얻은 거죠. 비극적인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예림이가 스스로 한 발을 내딛잖아요? 그게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희망으로 보이기도 해요. 애절하면서도 희망적인 결말이 아니었나 싶어요.


- 개과천선했다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르죠. 어떻게 될지. 하하하. 시즌2가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배우로서는 내 안에 흘렀던 예림에 대한 깨달음이나 예림에게 받은 것이 굉장히 소중했어요. 이런 게 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제혁이가 굉장히 일차원적인, 본능적인 사람이었기에 오히려 더 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시즌2 때 제혁이는 어떻게 될까요? (디시 이용자 'ㅇㅇ')

 또 그러면 어떡하죠? 하하하.


- 충실하면서 바람피우는? (웃음)

 '부부의 세계'라는 작품을 불륜 드라마라고 많이 이야기하셨는데, 다른 불륜 드라마와 달랐던 건 그 심리를 깊게 담았다는 점 같아요. 그래서 부부의 관계, 더 확장시키면 사회 내 사람과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고, 그런 상처 때문에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이를 잃을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뤘어요. 그러면서 부부의 관계나 사람들 간의 관계를 우리가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던졌어요. 만약 우리의 관계, 세계에서 이야기할 거리가 더 있다면 또 다른, 새로운 모습들이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워낙 좋은 작품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시즌2가) 또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또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웃음)


- 태오와 비교를 많이 당했는데 제혁이 입장에서 태오가 더 나쁜 놈 같나요, 제혁이가 더 나쁜 놈 같나요?

 그래서 초반에 해준이랑 그런 이야기를 한 거죠. 누가 더 욕 많이 먹을까. (웃음) 보시는 분마다 다르겠지만, 참 어렵네요.


- 이거 꼭 질문해달라고 해요. 이태오보다 제혁이가 나은 점. (디시 이용자 'ㅇㅇ')

 별로 없어요. 하하하. 한 명이 찌질하면 한 명이 모자라고, 한 명이 모자라면 한 명이 덜떨어지고. 그 대표적인 게 둘이 싸우는 장면이잖아요. 만나서 이상한 대화를 하고 있고, 싸움도 그렇게 찌질하게 싸우고. 그런데 왠지 어디선가 있을 법한 친구들의 모습인 것 같더라고요. 어디선가 본듯 하고, 어디선가 들은듯한 모습. 그래서 제혁과 태오의 관계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다른 분들의 관계에서 찾으려고 했어요. 제 안에 손제혁이 많이 없기 때문이죠. 하하하.


- 아니, 있으면 안 되죠. 하하하.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웃음) 그런 면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정말 자웅을 겨룹니다. 유유상종이었죠


- 싸우다가 '왜 물어봐' 하는 대사가 있는데 혹시 애드리브인가요? (디시 이용자 'ㅇㅇ')

 네. 그거 애드리브였어요. (웃음) 작품 전체적으로 애드리브를 하지 않았는데 그 장면에서는 감독님이 대화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사운드 면에서 좀 채워지기를 원하셨던 것 같아요. 모니터 쪽에서 웃음이 터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대사가 작게 들리잖아요? 그게 더 재밌는 거예요.
 


- 제가 귀가 밝은 편이 아니라 저는 못 들었는데 어우, 엄청 회자되더라고요. 하하하.

 거의 유일한 애드리브였어요.


- PD님이 대본대로 연기하는 걸 선호하시는 스타일인가요?

 특별히 그렇지는 않은데 배우 각자가 가능하면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잘 쓰인 희곡이고 심리가 섬세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흐름이 꺾일 수 있으니까요. 감독님이 전체 흐름을 이야기해주시면 그 톤에 맞춰서 잘해야 했기 때문에 애드리브할 겨를이 없었어요.


- 처음에는 제혁이가 선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보다 보니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혁이는 바람둥이는 확실하고요, 초반에 제 안에서 이렇게 설정했어요. 제혁이는 모든 꽃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요. 이 여자 저 여자 다 찝쩍거리는, 윤리적 의식이 없는 인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선우도 그중에 하나인데, 그러나 선우에 대한 마음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었어요. 감정을 조금은 마음 안까지 가지고 들어간 느낌? 선우는 그렇게 바라보고 싶었어요. 또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고요. 그건 태오와의 관계와도 연결이 되는데요, 아무래도 친구다 보니 무시하고, 자격지심 갖고, 열등감 갖는 감정이 있어요. '저렇게 모자란 놈이 저렇게 완벽한 여자를…' 이런 생각. 제혁이의 바람둥이 기질에 더해 선우에 대한 사랑이라고 이야기하기는 뭐하지만 하튼 그 뭔가를 마음 안까지 가져왔다고 설정했어요. 그래서 더 좋았던 건, 선우에 대한 제혁이의 태도는 1차적인, 본능적이고 욕구적인 모습도 보이고 정말 심적으로 사랑하는 건가? 이렇게도 보여요. 다양하게 보여서 좋았던 것 같아요.


- 제혁이는 창문에서 선우를 계속 지켜보는데, 그걸 보고서 제혁이가 자격지심으로 선우를 꼬신 것 같다가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어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 좋았고요, 모완일 감독님의 연출도 다양하게 보여서 좋은 것 같아요. 다중적으로요.


- 회차가 진행되면서 살 빠지는 모습이 보였는데 정말 빠졌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요? 크게 변화는 없었는데 운동한 건 확실해요. 하하하. 일단 노출신이 있으니까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데, 손제혁이 완전 몸짱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예의는 가져야 해서요. 하하하. 그래서 해준이도 열심히 운동했어요. 그런데 촬영 들어가면서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코로나19 시국이기도 해서… 예림이 집에 와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욕실에서 웃통 벗고 나오는 장면 있잖아요. 맨손체조 했죠. (웃음)


- 제가 인터뷰 준비하면서 나무위키 손제혁 페이지를 봤더니 '이상하게 쓸데없는 데서 벗고 나온다' 이렇게 서술되어 있더라고요.

 하하하. 제혁이 입장에서는 이혼 도장 찍었음에도 다시 만나고 싶어서, 마치 자신이 집안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어서 했던 행동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내가 원래 집에서 했던 행동들이랄까…. 아니면 더 오버해서 했던 행동이 아닐까 저는 생각했었어요.


- 깐 머리도 있고, 내린 머리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의도된 변화인가요? (디시 이용자 'ㅇㅇ')

 크게는 2년 전 후로 나눠진 것 같고요, 아마 예림에 대한 심정이 달라진 것을 헤어스타일로 표현한 거라고 할까요. 2년 전에는 도시적인 이미지라면 2년 후에는 순하고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된 거죠. 그래서 크게 헤어가 두 스타일로 나눠진 것 같아요.


- 본인은 어떤 게 좋아요?

 안 깐 거요. 하하하.


- 팬들 사이에서 박선영 배우님이 짱절미라는 강아지를 닮았다고 해요.

 쌍절미요? 짱절미? 짱절미가 누구예요?
 


- 인터넷에서 되게 유명한 강아지가 있어요.

 왜 유명해요?


- 도랑에 빠진 강아지를 아버지가 구해왔는데, 지금 견주가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 멍멍이 갤러리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며 사진을 같이 올렸어요. 그런데 그 사진이 너무 귀여워서 유명해졌어요.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와, 진짜 귀엽다!! 닮은 것 같아요. 박선영 씨가 엄청난 긍정의 에너지가 있어요. 또, 워낙 베테랑이고요. 현장에서 밝은 모습으로 배우들하고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보여줬어요. 제가 정말 많이 기댔죠. 현장에서의 밝음도 좋았어요. 고예림이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박선영 표의 고예림을 너무 잘 만드셔서 저도 감사하고, 같이 부부로 살았다는 게 감사해요.


- 저는 제혁이가 언제부터 예림이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진짜 사랑이 되었을까요?

 제가 느끼기에는 11부 끝에 '나 더 이상 다른 여자 안 만날 테니 아이 갖자'고 하는 장면. 그 합의 이후 2년이 흘렀어요. 여자들 안 만나고, 나름 가정을 지키고, 고예림에게 충실했다고 할까요? 태오랑 싸우고 '남는 건 아이밖에 없더라' 이 대화를 한 뒤 집에 와서 '우리 아이 가질까' 한 마디를 하는데 그 한마디에 예림이가 울잖아요. 거기서 흔들렸다고 생각해요.
 


- 예림이가 그렇게 우는 걸 제혁이는 알았을까요?

 네. 느낌으로 알았을 것 같아요. 저는 손제혁이 뒤로 갈수록 고예림을 떠나서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예림을 통해서 많은 게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고예림에 대한 손제혁의 사랑은 가슴 아프지만 예림의 눈물로부터 시작된 게 맞는 것 같아요.


- 박배우님은 짱절미 닮았는데 배우님 본인은 어떤 종의 강아지를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요? (웃음) 강아지 종류는 잘 모르지만 글쎄요? 제가 공연할 때 '멍뭉이'라는 별명이 있었어요.


- 다른 별명이 생겼어요.

 어떤 별명이요?


- 눈망울이 예쁘시다고 티컵강아지 같대요. (디시 이용자 '귀뚜기')

 티컷이요?


- 티컵이요.

 제가 강아지를 잘 몰라서요.


- 티컵 사이즈의 강아지요.

 아, (손으로 컵 모양을 만들며) 요만한 강아지요? 컵 만한 거? 귀여운 강아지요? 아, 그건 제 키와 연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 아니에요. 눈망울이에요. (웃음)

 좋습니다. 아우 귀엽다.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 강아지네요? (웃음)


- 혹시 촬영 전에 대본만 보고 파악했던 제혁과 촬영이 진행되면서 파악한 제혁이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요? 내가 캐릭터 해석을 잘못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제혁이 캐릭터의 어려운 면은, 제혁이가 어떻게 보면 분위기를 바꾸는,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었어요. 그런데 작품의 분위기나 예림이와의 아픔도 있고 그래서 그 중간을 잘 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냥 밝고 엉뚱한 게 아니라 나름의 흐름을 유지한다고 해야 하나요. 작품의 색과 맞춰서요. 그렇게 배우로서 형식적으로 생각한 면이 있어요. 그런 걸 감독님, 배우분들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맞췄죠. 예를 들면 예림에게 뽀뽀하려다가 실패하고 나와서 집안의 예림이를 바라보는데, 이걸 포기하는 모습인 것처럼 보이게 했어요. 또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모습들, 거짓인 것 같은 모습들, 그런 것들이 어렵긴 했지만 그걸 (어떻게 연기할지) 찾아가는 게 재미였어요. 여러가지 모습으로 바라봐주셔서 감사해요.


- 인터넷에 여태껏 배우님이 연기했던 불륜 장면을 모아놓고 '제혁이의 다음 불륜 상대다' 이런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어요.

 불륜의 계보군요. 하하하.


- 그래서 다음에 불륜 상대 설명숙 아니냐고.

 하하하. 왜요?
 


- 판타스틱에서 불륜 상대여서요. (웃음)

 아, 맞다! 하하하. 그랬군요. 그랬어요! 저 연기할 때 전혀 생각 못했어요. 누나와 같이 연기한 건 알고 있어서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는데 그렇게 연결은 못 지었어요. 와 너무 재밌다. 마치 태오가 머리 깎고 스님이 된 것처럼? (웃음)
 


- 참, 박해준 배우님과 세 편 같이 찍으셨더라고요.

 네. 영화 '화이'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요. 그간 잘 못 만났는데 이번에 제대로 만나서 찌질하게 싸우기도 했죠. 박해준 배우 너무 좋은 배우예요. 확 몰입해서 연기했다가 확 빠지고 그런 것이 굉장히 잘 되는 배우예요. 부러워하는 재능이죠. 작품 전체를 유지하면서도 한순간 한순간 몰입하고 빠지고, 그런 면이 동생이지만 많이 배웠고요, 호흡도 너무 잘 맞았어요. 호흡이나 연기를 잘 받아준다고 할까요.


- 빠져나오기 힘들어하는 타입이세요?

 많이는 아닌데, 여운이 남아있다고 할까요? 슬픈 장면을 하면 여운이 남아 있는데 해준이는 확 나와요. 멋있어요. 진짜.


- 태오랑 다르네요.

 다르죠. 태오랑 많이 달라요. 해준이는. 연기일 뿐이죠. 털털하고 서로 인사할 때도 장난끼 있게 하고.


- 말씀을 나누다 보니까 제혁이와 배우님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아유, 저 하~나도 없어요. 하하하.


-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연기하기가.

 배우잖아요. 제 안에 많은 게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끄집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살인하는 역이라고 해서 살인자가 되는 게 아니듯이 제 안에 나쁜 것들이 있다면 꺼내려고 노력했죠. 이번에는 사회적인 면이 더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주변에서 봤던 것 같고, 들었던 것 같고, 왠지 있을 법한 덜 성숙하고 덜떨어진 그런 캐릭터를, 그런 모습들을 가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 나의 아저씨,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로 팬이 된 분들도 많고, 이미 연극무대 때부터 팬이 된 분들이 많아요. 새롭게 생긴 팬과 이전부터 계셨던 팬분들께 각각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디시 이용자 '귀뚜기')

 어느 손가락이 안 아픈가요. (웃음) 너무 감사해요. 배우의 가장 큰 힘중의 하나는 관객 여러분과 시청자 여러분들이거든요. 무명생활이라던가, 잘 되지 못하는 걸 견디게 하는 힘이 뭐냐 이런 질문을 하시는데, 역시 가장 가까이 있는 아내, 가족, 친구들, 형제들, 지인 분들이죠. 제가 어릴 때부터 연극을 했는데 많이 응원해주셨죠. 그런데 지금 제가 대중적으로 더 알려진 덕분에 새로운 덕? (웃음) 덕후들이 생겼는데, 새로운 지인들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이번에 정말 운이 좋아서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 연달아 잘 됐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물론 잘 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인생의 흐름 속에서 저와 제 행보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큰 행복 중 하나예요.
 


- 연극 쪽 팬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이제 이 판 안 오겠다. (디시 이용자 'ㅇㅇ')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에 '나의 아저씨'까지 드라마 출연에 텀이 있었는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연기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예요. 지금도 '나 안 해요' 이런 건 전혀 없어요. 선을 그어놓고 그러지 않아요. 좋은 작품 하고 싶어요. '나의 아저씨'를 나중에 만났듯이요. 서이숙 누나 있잖아요? 최 회장 사모님 역할을 맡으신 이숙 누나도 대학로에서 알고 지내던 누나인데 계속 못 마주치다가 이번에 마주쳤어요. 그런데 첫마디가 '연극 안 해, 영민아?' 였어요.


- 아예 안 하시냐고 걱정하는 팬들이 많아요.

 그렇지는 않아요. 여러 선배님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무대에 서기가 두려워진다라든지 그런 이야기. 그런 것도 생각하고 있어서 '연극 안 한다'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하려고 합니다.


- 개인적으로 귀떼기보다는 '나의 아저씨'나 '부부의 세계'에서처럼 악역으로 나왔을 때가 훨씬 섹시하십니다. (디시 이용자 'ㅇㅇ')

 하하하. 아, 이건 칭찬인가요 욕인가요.


- 칭찬이죠. 악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셨대요. 어떠세요? 실제로 섹시하신 것 같아요? (웃음) (디시 이용자 'ㅇㅇ')

 일단 과찬이고요, 음, 섹시요? (웃음) 제가 좀 잘생겨 보이고 멋있어 보일 때는 연기 잘했을 때인 것 같아요. 배우가 자기 일을 잘했을 때 멋있고 섹시한 것 같아요. 몰입감 있어 보이고 그럴 때요. 어느 작품 하나도 쉽게 하려 하지 않아서 다 섹시했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귀떼기가 더 섹시해 보이는 건 어렵긴 한데.


- 그 작품 요즘 아시아에서 엄청 인기 많더라고요.

 저같이 운 좋은 배우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웃음) 언제나 멋있고 섹시한 배우가 되려면 한 작품 한작품 연기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인터뷰 준비를 위해 커뮤니티 반응 체크를 했는데, 제혁이 반응이 다 이래요. '껍데기는 죄가 없다'

 하하하. 껍데기!


- 제혁이가 너무 싫지만, 얼굴이 잘 생겨서 미워할 수 없대요. 요즘 잘생겼다 많이 들으시죠?

 아, 네. 가끔 듣는데. (웃음) 아우, 저는 제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것 같아요.


- 어우, 아니에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에서 장국영 역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도 장국영 닮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디시 이용자 'dd')

 제가 중화권 배우들 닮았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었어요. 그런데 장국영으로 캐스팅되어서 정말 재밌었어요. 영화도 재밌었지만,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밌었어요. 찬실이 그 영화는 보신 분들 모두 좋아하시더라고요. 유쾌하면서도 좋은 이야기를 던지고 있어서. 찬실이는 2년 전에 찍은 작품이거든요. 운 좋게 '사랑의 불시착'과 맞물려 개봉해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어요. 코로나 시국이라 아쉽긴 하지만, 좋은 결과 나온 것 같아서 좋아요.
 


- 영화에서 왜 그렇게 속옷만…. 하하하.

 아비정전 때문이죠. (웃음) 아비정전 속 장국영의 유명한 춤 때문에 그런데, 그 장면 몇 번 돌려보게 되더라고요. 장국영의 움직임이라든지 그런 거 때문이에요. 영화에서 춤추는 장면은 안 나왔지만, 그 의상이 시그니쳐잖아요. 머리카락 한가닥도 그렇고. (웃음)


- 장국영은 윤여정 씨 눈에 왜 보이지 않았을까요? (디시 이용자 'ㅇㅇ')

 장국영이라는 존재는 찬실이가 어려울 때 나타나요. 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지만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자꾸 간섭해요. 저는 장국영이 찬실이 안의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찬실이 안에 있는 영화에 대한 사랑이라는 게 장국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나오는 거죠. '내가 지금 영화를 그만두는 게 맞는 것인가' 스스로 질문하는 것 같은, 그렇기 때문에 윤여정 선생님께는 안 보이는 거고요. 자기 안에서 던진 자기의 질문이 장국영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신인감독님임에도 그런 현실적이지 않은 존재를 아무렇지 않은 듯 펼쳐놨다는 게 놀라웠어요. 김초희 감독님이 그런 면에서 대단하셨고, 앞으로도 기대되고 정말 재밌는 작품 쓰실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정말 재기발랄하세요. 대사 하나하나가 다 재밌어서 정말 다음 작품이 기대돼요.


- 출연작마다 캐릭터가 독특한데, 일부러 그런 것을 선택하시는 건가요?

 제가 일부러 그렇게 선택하는 건 아니고요, 작품이 들어오면 대본이 먼저 오잖아요. 대본 보고 그다음에 만나는 게 감독님 그 순서인데 그 두 부분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내 캐릭터가 어떻다 이런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저보다 중요한 건 작품이고, 작품이 잘 되면 당연히 모두가 잘 되는 거고, 작품 안에서 캐릭터가 놀아야 하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가장 많이 고려하게 되어요. 캐릭터를 이렇게 만들어야지, 저렇게 만들어야지 그걸로 먼저 작품을 시작하지 않고요, 하다가 보면 이런 모습도 나오고 저런 모습도 나오고 그런 것 같아요.


- 여태껏 한 작품 중 가장 닮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다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손제혁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 손제혁은 있으면 안 돼요.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밖에 나가면 아주머님들이 막 욕하죠?

 요즘은 그래도 '너 같은 놈한테 밥 안 팔아' 이 정도는 아니세요. (웃음) 사랑의 불시착 때는 인사가 '아 귀떼기~' 이랬는데 요즘은 '손제혁 응원합니다~' 이러시는 분 아무도 없으시죠. 그냥 '부부의 세계 응원합니다~'라고 끝을 내시죠. 차마 손제혁 응원할 수 없고. 하하하. 느낌은 다르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응원이 보여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 캐릭터마다 목소리 톤도 굉장히 바뀌시더라고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건 일부러 그럴 때도 있긴 해요. 일단 시작은 진정성. 그걸 가장 먼저 두고 있고요, 어떻게 내 안에서 리얼리티를 가지고 시작하는가, (캐릭터가) 얼마나 잘 살아있고 존재하는가, 그게 저에게는 중요한 문제예요. 그리고 (어떻게 표현할지) 형식적인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잘 합치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 연기에 대한 고민이 참 많으신 것 같아요.

 참 애매한 것 같아요. 고민한 시간이 많은 만큼 결과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서요. 마음을 비울 때는 비우고, 놓을 때는 놓고, 객관적으로 볼 때는 그렇게 보고. 그게 필요하더라고요.


- 드라마 영화 연극 다 출연하셨는데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영민처돌이')

 인간이 간사해서 연극하고 있으면 영화, 드라마 하고 싶고요, 영화하고 있으면 드라마, 연극하고 싶고요, 드라마 하고 있으면 연극, 영화하고 싶어요. (웃음) 보는 것도 그래요. 드라마하고 있으면 영화랑 연극 보게 되고, 연극하고 있으면 영화 드라마 많이 보게 돼요. 이미 제 행동이 그렇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전공도 연극영화과였어요. 지금처럼 연기과, 영화과 따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죠.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어서 다른 장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지는 않아요. 특히 배우는 더 그래요. 다 같이 하고 싶어요. 드라마는 드라마대로의 매력이 있고, 연극은 연극, 영화는 영화의 매력이 있고. 그래서 나 저거 안 해 이런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그럼 각 현장의 차이점은 없다고 보시겠네요. (디시 이용자 'ㅇㅇ')

 차이점이 있죠. 그런데 요즘은 넷플릭스의 세계잖아요. 일단 경계가 무너진다는 게 화두이긴 한데, 그래도 영화는 한 신 한 신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고, 한 작품으로 몇 개월을 가는 거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할애되고, 큰 화면을 채워야 하는 것 때문에 스태프적인 것들이 시간 안에 할애되죠. 반면 드라마는 그런 부담은 없는 대신 16부작을 만들어야 하기에 시간에 대한 쫓김이 있고, 여러 번 반복할 수 없으니 후회 없는 무언가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있지요. 연극은 연습기간이 있으니까 지지고 볶는 시간이 필요하고, 대신 관객들 앞에서 실수하면 안 되는 부담감이 있죠. 다 장단점이 있죠.


- 차기작 계획이 벌써 나왔는데 소처럼 일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체력적으로 괜찮으세요?

 아직까지는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아요. 제가 '다작을 원해' 이런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까 작품을 연이어 하게 된 거죠. 저는 제 이미지를 위해서 작품을 기다리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인연이 되어서 잘 만난 것이죠.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잖아요. 가능한 먼저 접하는 작품을 존중하고요, 그렇게 인연이 만들어지는 작품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스케줄이 엉키면 서로에게 피해 주는 느낌이 들어 잘 피해서 하려고 해요.


- 종영하고 팬 분들이 아는 형님 좀 나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예능 같은 프로그램에도 나왔으면 한대요. (디시 이용자 '귀뚜기', 'ㅇㅇ')

 제가 저번에 라디오스타 나갔었잖아요. 그때 저 진짜로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 많이 했어요. 예능 하는 분들 존경하게 된 프로그램이 라디오스타예요. 너무 잘해주셨고, 파급력이라고 해야 하나. 많이 즐거워해 주셨어요.


- 팬 분들이 속상해했던게 노래 잘 부르시는 분인데 너무 못 부르시는 것처럼 나왔대요. (디시 이용자 'ㅇㅇ')

 너무 떨렸어요. 일부러 너무 고음 하면 실수할까봐 키도 많이 낮추긴 했어요. 요즘은 노래 잘 부르는 분들 많아서… (웃음)
 


- 다음번에는 제대로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럴 기회가… 드라마나 작품을 통해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좋겠어요.


- 다음 작품은 배역이 국정원 요원이던데요. (웃음)

 노래 부르는 역은 아니고요. 하하하.


- 본인이 잘생긴 거 아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연기 잘할 때는 잘생겨 보여요. 아무리 못난 역할을 해도 제가 만족할 때. 그런데 그런 경우가 굉장히 드물어요. 내가 계속 만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사실 (연기에 만족하는) 그런 때가 한 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마치 김희애 선배님처럼 모든 장면이 다… 물론 제 개인적인 욕심이고요. 연기 잘하는 게 제일 잘 생기고 섹시한 것 같아요.


- 제혁이는 본인 만족의 얼마를 채운 것 같아요? 100을 만점으로 했을 때.

 저는 50밖에 안 되는데 작품의 힘이나 주연 배우분들의 힘으로 8~90까지 올라간 것 같아요.


- 왜 자신에 대해 짜나요.

 제가 사랑의 불시착 잘 되고, 부부의 세계 잘 되면서 어깨에 힘들어갈까 봐. (웃음) '너 절대 그러면 안 돼' 그러면서 스스로 다짐하고 채찍질하는 중이에요.


- 힘 들어가도 돼요.

 안 돼요. 절대 안 될 것 같고요, 사랑의 불시착이나 부부의 세계나 내가 이 작품을 하나하나 밟아갔기 때문에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자만을 안 가지려고 하는 게 지금 제 화두예요. '왜 시청자 분들이 저를 좋아해 주셨는가' 이것의 본질은 내가 작품에서 연기를 잘하고 있을 때예요. 그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 멍뭉시, 귀떼기, 귀뚜기, 오뚜기, 티컵강아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다 맘에 들죠. 그게 다양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하나가 아니라 이 작품에서는 김영민이 멍뭉이로 보이고, 이 작품에서는 귀떼기로, 저 작품에서는 오뚜기로 보이고. 그게 또 다른 배우의 색이고, 배우에게는 그게 보람이잖아요. 오히려 다양하게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 하늘에서 떨어질 때 안 아프셨나요. 천사니까. (디시 이용자 '봉이', 'ㅇㅇ')

 으하하하.


- 제가 얘기했지만 부끄럽습니다.

 어우, 어떡해.


- 안 아프셨나요?

 아 쪼금? (웃음) 다리가 조금 삐끗. 하하하. 감사합니다. 어떻게 천사라고 표현해주셨지? 천사같이 살아야 하는데.


- 오빠라고 불러도 되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럼요. 때리지만 않으면 돼요. 하하하.


-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저는 크게 상관없어요. 그런데 때로는 조심스럽기도 하죠. 나이 차이 나는 후배한테 '오빠라고 해봐' 그러면 이상하게 들릴까 봐 요즘엔 조심하게 돼요. 하지만, 저는 호칭에는 상관없어요. 비슷한 나이 차이가 나도 어떤 친구는 오빠라고 하고 어떤 친구는 선배님이라고 하고. 다 달라요.


-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배우님의 좌우명이나 삶의 태도를 알려주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딱 결정해놓은 건 사실 없어요.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가니까…. 글쎄요. 좀 좋은 배우?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이 있어요. 드라마를 하더라도, 영화를 하더라도, 연극을 하더라도 한 사람의 좋은 배우 예술가? 저는 배우잖아요. 누군가에게 보여져야 하고, 내 신체와 내 마음을 통해서 세상을 같이 이야기해야 해요. 제 연기를 보고 한 분이라도 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저의 희망이에요. '관객분들과 소통해 나가고 시대를 같이 살아간다' 이게 좌우명이라면 좌우명이겠네요. (웃음)


- 바쁜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연일 이어지는 인터뷰 강행군에도 배우 김영민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인터뷰에 응했다. 특히, 시청자들이 준 질문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배우 김영민이 아닌 인간 김영민의 모습으로 크게 웃으며 흥미진진해하는 모습을 보니 왜 팬들이 '티컵강아지', '멍뭉이'라는 강아지와 연관된 별명을 붙여줬는지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받은, 마치 꽃잎을 하나씩 떼어내어 사뿐히 테이블에 올려놓는 듯한 느낌은 인터뷰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이를 글 안에 넣어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참 아쉽다.

  세 작품(나의 아저씨,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에 연이어 출연했음에도 시청자들은 그가 연기한 세 캐릭터에서 겹치는 지점을 찾지 못했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독립적으로 해석하고, 연기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저 세 캐릭터뿐이랴.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알린 12년 전 베토벤 바이러스 때도 그는 그랬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만의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듯, 희극 속 캐릭터들 역시 자기 만의 개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영민을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 캐릭터도, 이 캐릭터를 만나게 된 시청자들도 모두 그의 영화 제목처럼 '복도 많지'. 관객과 시대를 같이 살아간다는 그의 말처럼 시청자로서 그가 맡을 많은 배역과 함께 살아가는 순간을 기대한다. 

 
사진 제공 : PR 이데아, 매니지먼트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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