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지리자동차, 중국 토종 브랜드의 거침없는 추격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吉利 Geely) 자동차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상반기 벤츠를 삼키며 업계를 놀라게 한 지리 자동차는 2018년 상반기 순이익이 동기 대비 54% 늘었다. 판매량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44% 증가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지리자동차는 판매량을 기대치 이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중외 합자사가 아닌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사진 miaozh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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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상반기 판매량, 일본 3대 업체 추월
 
8월 22일, 지리자동차는 2018년 상반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지리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총 매출과 순이익 모두 기대치를 넘어섰고, 자동차 판매량 역시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지리자동차의 매출은 537억 위안(약 8조 7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증가했다. 순이익도 2017년 상반기 43억 4000만 위안(약  7000억 원)에서 54% 늘어난 66억 7000만 위안(약 1조 9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리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깜짝 실적은 전체적인 자동차 판매량 증가로 인한 판매 수입 상승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 바이두 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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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리자동차의 판매량 수치는 괄목할 만 하다. 지리자동차의 6월 판매량은 12만 8449대로,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총 76만 6630대를 판매했다. 연간 판매량 목표 158만대의 절반(48.5%)가까이를 달성했다. 지리자동차는 올해 연간 판매량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로써 지리자동차는 폭스바겐, GM에 이어 중국 시장 3대 자동차 제조업체가 됐다. 특히 이번 상반기 77만 대에 달하는 판매 실적은 닛산, 도요타, 혼다 등 3대 일본업체를 넘어선 수치라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사진 miaozh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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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투자, 브랜드 업그레이드 노린다
 
2018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 토종 브랜드는 미중 무역갈등 등의 외부 리스크로 인해 판매가 다소 위축됐다. 판매량이 3.4%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러한 분위기 속, 지리 자동차가 연간 판매량 목표치 158만 대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자체 브랜드 판매량 1위를 차지할 확률 역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사진 miaozh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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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벤츠, 프로톤...다음은? 
 
2010년 볼보를 인수하며 이름을 알린 지리자동차는, 올해 2월말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그룹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며 다시 한번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어 8월에는 말레이시아 프로톤과 신에너지 자동차 합작 계획을 발표했다. 8월 18일 중국 신화 통신은 중국 지리자동차와 말레이시아 국민차 브랜드 프로톤(Proton Holdings)이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신에너지 자동차 합작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리자동차는 2017년 말레이시아 프로톤의 지분 49.9%를 인수한 바 있다.  

이처럼 지리자동차는 근래 들어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확대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승용차 생산업체 모임인 승용차연석회의(승련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2018년 7월 중국 자동차업체 판매량 TOP10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1~3위 상하이 폭스바겐(上汽大众), 이치 폭스바겐(一汽大众), 상하이GM(上海通用)이 모두 중외 합자사인 것을 고려할 때,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 실적을 올린 셈이다.

2018년 7월 중국 자동차업체 판매량 TOP10, 4번째가 지리자동차(吉利汽?) [사진 16888.com]

2018년 7월 중국 자동차업체 판매량 TOP10, 4번째가 지리자동차(吉利汽?) [사진 16888.com]

 
지리자동차는 중국 토종 브랜드 중에서는 이미 창안(长安)자동차를 제치고 선두기업으로 올라섰다. '서민 브랜드' '가성비 자동차' 인상이 강했던 지리자동차는 이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7월 25일 중국 매체 아이처(爱车)는 지리자동차가 오는 2019년 하늘을 나는 '비행 자동차' 첫 생산에 들어가 2023년 출시할 계획이다고 보도했다. 지리자동차의 비행자동차 개발은 2017년 미국의 테라푸기아(Terrafugia)를 인수하면서 가능해졌다. 테라푸기아는 2006년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졸업생 5명이 창립한 회사로 볼보의 산하 기업이었다.

[사진 pcauto.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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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펑황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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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리수푸(李书福) 지리자동차 회장은 "2020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 비중을 9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회사 장기발전 계획에 따르면 2020년 판매량 200만대 달성이 목표다.

한편, 해외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리자동차 그룹은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Lotus Cars 莲花汽车)를 되살리기 위해 최소 19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또 영국에 공장과 R&D센터를 건립하고, 로터스 자동차 지분 추가 매입(현재 51% 보유중)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 회장은 로터스를 포르쉐나 페라리와 경쟁할 만한 고급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독자 브랜드 링크 앤코(Lynk&Co)의 발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8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볼보 XC40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SUV 콘셉트 모델 ‘아이콘(ICON)’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사진 miaozh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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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저가 브랜드' '서민차' 이미지가 강했던 지리 자동차는 이제 '다크호스' '볼보,벤츠를 삼킨 중국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이어 자체 브랜드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지리자동차, 그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차이나랩  홍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