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라는 증거 있냐” 거제 살인사건 목격자가 전한 현장 상황

거제 50대 여성 사망 사건 관련 사진. [사진 경남경찰청]

거제 50대 여성 사망 사건 관련 사진. [사진 경남경찰청]

2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살인케 한 거제 살인사건의 목격자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용의자 검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용의자 가족들이 파출소에 와서는 “내 아들이 그랬다는 증거 있냐”고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지난달 4일 오전 2시 36분쯤 친구들과 차를 타고 경남 거제시 한 크루즈 선착장 인근을 지나던 20대 A씨는 체구가 커다란 남성이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을 길가에서 끌고 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을 통해 “남성이 차를 보더니 손짓으로 가라고 하면서 인상을 썼다”며 “큰 사고를 직감하고 내가 친구 둘에게 한 명은 경찰, 한 명은 119에 신고하라고 하고 차에서 내렸다”고 적었다.  

남성은 ‘내가 경찰이니 가라’며 저항했고, 범인임을 직감한 A씨는 주먹으로 얼굴 등을 때리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이 남성을 현장에서 제압했다. 이후 이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이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조사 결과 피의자 B(20‧남)씨는 만취한 상태에서 크루즈 선착장 인근 길가를 배회하던 피해자 C(58‧여)씨에게 다가가 얼굴과 복부 등을 주먹과 발로 20여분가량 폭행했다. C씨는 의식을 잃기 전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C씨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고, 이를 목격한 A씨 일행에게 제압당해 체포됐다.  


거제 50대 여성 사망사건 목격자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 [사진 페이스북]

거제 50대 여성 사망사건 목격자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 [사진 페이스북]

A씨는 이후 상황에 대해 “파출소에 잡아놓고 B씨 어머니와 누나가 왔는데 ‘피해자 병원부터 가보라’고 하니 ‘내 아들이 그랬냐는 증거 있냐. 그럴 일 없다. 조사 똑바로 하라고’고 했다”며 “참, 기가 찼다”고 전했다.  

이어 “할머님은 얼굴 형체가 아예 없었고 하의는 벗겨진 상태였다. 범인 신발은 흰색이었는데 피범벅이었다”며 “내가 때린 건 맞다. 그런데 다음 날 경찰과 기자들이 ‘왜 이리 범인을 심하게 때렸냐’는 말이 오갔다”고 밝혔다.

얄궂게도 살인 사건 피의자를 현장에서 잡고도 폭행으로 처벌받을 뻔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CCTV로 A씨의 폭행 장면을 확인한 경찰이 B씨에게 고소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으나 B씨는 ‘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니 상관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일행이 B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이 동원돼 B씨가 이들을 폭행 혐의로 고소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B씨가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며 그냥 넘어가 목격자들이 처벌받을 일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