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 짧게 쥔 정수빈, 멀티히트-PS 연속 득점 신기록

4일 한국시리즈 1차전 5회 2루타를 때려낸 뒤 두 손을 들어보이는 두산 정수빈. [연합뉴스]

4일 한국시리즈 1차전 5회 2루타를 때려낸 뒤 두 손을 들어보이는 두산 정수빈. [연합뉴스]

정수빈(28·두산 베어스)이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포스트시즌 연속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잔뜩 짧게 쥔 배트가 그의 투지를 보여줬다.

정수빈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2번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정수빈은 1회 무사 1루에서 SK 선발 박종훈을 상대로 우익수 한동민 쪽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날렸다. 한동민은 원바운드로 공을 잡았고, 정수빈은 여유있게 1루에 도착했다. 그러나 1루주자 허경민은 공을 곧바로 잡는 줄 알고 1-2루 사이에 멈춰섰다 돌아와 결국 태그아웃됐다. 흔히 보기 어려운 우익수 앞 땅볼.

1회 우익수 앞 땅볼 때 1루에 모이게 된 정수빈과 허경민(가운데). 결국 우익수 땅볼이 됐다. [연합뉴스]

1회 우익수 앞 땅볼 때 1루에 모이게 된 정수빈과 허경민(가운데). 결국 우익수 땅볼이 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선 기어이 안타를 때려냈다. 방망이를 짧게 쥔 채 투심패스트볼을 때려 우익수 앞으로 날려보냈다. 비슷한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갔지만 이번엔 한동민이 잡을 수 없는 코스였다. 안타. 박건우와 김재환의 땅볼 때 3루까지 진루한 정수빈은 2사 1,3루에서 나온 최주환의 적시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이 득점으로 정수빈은 지난 2015년 10월 21일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9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PS 연속 득점 신기록.

기세를 탄 정수빈은 1-2로 뒤진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렸다. 결국 박종훈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좌완 김택형에게 넘겼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오른손 검지에 붕대를 감고 출전했던 정수빈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오른손 검지에 붕대를 감고 출전했던 정수빈

정수빈은 지난달 13일 KT전에서 오른손 새끼 손가락을 다쳤다. 두 번째 마디 뼛조각이 떨어져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지마 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뒤늦게 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수빈은 "2015년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을 때도 손가락을 다쳤다. 다친 뒤 곧바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렀다면 뛰지 못했을 텐데 시간이 많아 다행이었다"고 웃었다.


여전히 손에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그는 "통증은 없지만 조심하려고 한다.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은 최대한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5회 두 번째 안타를 때려낸 뒤 이를 악물고 2루로 달리는 그의 모습에선 '투지'가 느껴졌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