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밖 항공모함 타격…극초음속 대함미사일 '바다 전쟁'

Focus 인사이드-최현호 
 
바다는 다시 냉전 시대에 버금가는 군비 경쟁 장소로 변하고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에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진출을 넓혀가자 서방 진영이 긴장하고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에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일대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이 주변국들 그리고 미국과 긴장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 해군 순양함 바리야그에서 발사되는 샌드박스 초음속 대함미사일. [사진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해군 순양함 바리야그에서 발사되는 샌드박스 초음속 대함미사일. [사진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군 현대화 노력에 따라 신형 함정을 도입하면서 냉전 종식 후 거의 무너졌던 해군을 재건하고 있다. 그리고 시리아 내전을 순항미사일과 같은 신무기 시험장으로 삼으면서 무기 판매 홍보까지 겸하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매년 10여 척 이상의 함정을 취역시키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자체 제작한 항공모함과 배수량이 1만 톤이 넘는 055식 구축함 등을 배치하면서 태평양에서 미 해군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미 해군은 전 세계에 함대가 퍼져 있지만, 중국은 북해, 동해, 남해 함대가 모두 서태평양과 접해 있어 전력 집중도가 높다.

여기에 대응하여 미국도 현재 277척을 보유한 해군을 2030년대까지 355척으로 늘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본도 신형 함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헬기탑재 호위함 이즈모를 F-35B 단거리 수직 착륙 전투기를 탑재하는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양의 인도도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을 비롯한 항모 강습단 [중앙포토]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을 비롯한 항모 강습단 [중앙포토]

 
이들 국가는 함정과 항공기 같은 플랫폼 숫자 늘리기와 함께 핵심 무기인 대함미사일도 빠르게 진화시키고 있다. 바다에서의 싸움은 대함미사일이 담당하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대함미사일은 세계에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는 1967년 10월, 이집트 해군 고속정 2척이 이스라엘 해군 구축함 에일라트를 격침했던 ‘에일라트 쇼크’ 로도 불리는 ‘스틱스 쇼크’다. 두 번째는 1982년 5월,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의 최신 구축함 셰필드가 아르헨티나 해군기가 발사한 대함미사일에 격침된 ‘셰필드 쇼크’ 로도 불리는 ‘엑죠세 쇼크’다.

두 사건 모두 골리앗이 다윗을 상대하듯 작은 크기의 무기가 큰 덩치의 무기를 무릎 꿇린 사례다. 이 두 사건 외에도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1973년 욤키푸르 전쟁, 1987년 이라크 전투기에 의한 미 해군 구축함 스타크 피격, 2006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초계함 공격 등 대함미사일이 사용된 분쟁이 몇 차례 더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응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일어났고, 비교적 최근에는 방심이 피격의 원인이었다.

미국의 신형 장거리 대함미사일 LRASM. [사진 미 해군]

미국의 신형 장거리 대함미사일 LRASM. [사진 미 해군]

 
최근 대함미사일의 발전은 각국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을 먼 거리에서 막아내기 위해 함정이나 항공기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운용했다. 미 해군이 이지스 전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대공 방어능력이 향상되자,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하여 대응했다. 현재도 러시아가 운용하는 많은 대함미사일이 장거리 또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이다. 시리아에서 반군 공격에 사용된 칼리브 미사일은 버전에 따라 사정거리가 최대 2500km에 이르며, 오닉스 대함미사일은 사정거리 600km에 최고속도는 마하 2.5에 이른다.  

러시아는 다양한 대함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지만, 초음속을 뛰어넘어 음속의 다섯 배가 넘는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대함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개발 소식이 알려진 지르콘은 최대 마하 8의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도 방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해군은 아직 지르콘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배치했다는 소식은 없지만, 배치가 머지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15년 9월 중국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DF-26 대함탄도미사일 [사진 중국 국방부]

2015년 9월 중국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DF-26 대함탄도미사일 [사진 중국 국방부]

 
중국도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대함미사일을 개발했다.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대함미사일이 필수적이다. 특히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서 미 해군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중국은 ‘YJ-12’ㆍ‘YJ-18’ 등 초음속 대함미사일과 JY-100 등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개발하여 지상, 함정 그리고 폭격기에서 운용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대함탄도미사일을 추가했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은 고정된 표적에 사용하지만, 대함탄도미사일은 탄두부에 탐색기가 있어 낙하하면서 목표를 찾는다. 장거리 대함탄도탄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인공위성, 무인정찰기, 장거리 유인 정찰기 등의 정찰 자산이 동원되어야 한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 핵탄두 장착도 가능한 사정거리 1500km의 DF-21D를 대함탄도미사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사정거리가 3000km인 DF-26을 도입하여 괌의 미 해군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대함탄도미사일에 극초음속 활강 탄두를 장착하여 운용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은 지난해 4월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군의 공항을 향해 지중해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해 폭격했다. [AP]

미국은 지난해 4월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군의 공항을 향해 지중해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해 폭격했다. [AP]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응하여 아음속 장거리 대함미사일 도입으로 응수하고 있다. 현재 미 해군의 표준적인 대함미사일은 하푼이다. 미국은 하푼을 비행 도중 경로 수정이 가능한 블록II와 사정거리를 300km로 늘린 블록II+ ER로 개량하고 있다.  

걸프전 등에서 능력을 선보인 토마호크 장거리 대지 공격용 순항미사일도 대함미사일로 개조되고 있다. 토마호크는 대함미사일로 사용되기 위해 탐색기와 데이터링크를 탑재하게 된다. 대함미사일 버전의 토마호크는 2021년부터 배치된다.

전투기와 폭격기에서 발사되는 새로운 대함미사일도 배치가 시작되었다. LRASM은 미 해군의 슈퍼호넷 전투기와 미 공군의 B-1 랜서 폭격기에서 발사 시험을 거쳤고, 미 해군 F-35C 전투기에도 통합될 예정이다. LRASM은 미 공군이 운용하는 재즘(JASSM)-ER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을 대함미사일로 개조한 것이다. 스텔스 설계로 적의 탐지를 피하고, 정밀 탐색기를 갖추어 함대에서 특정한 표적을 찾을 수 있도록 개발된 LRASM은 최대 사정거리가 16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가 러시아와 공동개발한 브라보스 초음속 대함미사일 [사진 brahmos.com]

인도가 러시아와 공동개발한 브라보스 초음속 대함미사일 [사진 brahmos.com]

 
인도양의 맹주인 인도는 러시아와 공동개발한 브라모스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대함미사일로도 운용하고 있다. 2016년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하면서 300㎞ 정도인 브라모스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800㎞까지 늘이려 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와 함께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브라모스 2 개발에 착수하여 2020년대 중반에 배치한다고 보인다.

냉전 시대 구소련의 상륙 저지를 목표로 하던 일본도 대함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의 신형 대함미사일은 사정거리 200km의 아음속 미사일인 12식 지대함 미사일이다. 육상자위대는 2018년 7월 하와이 인근에서 열린 환태평양 해군 합동 군사훈련 림팩(RIMPAC)에서 미 육군과 함께 이 미사일로 퇴역 함정을 격침하는 실사격 훈련을 했다.  

일본은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ASM-3 초음속 대함미사일도 배치를 시작했다. 항공자위대 F-2 전투기에서 운용되는 이 미사일은 사정거리는 약 200km지만 최고 속도가 마하 3에 이른다. 일본의 ASM-3 배치는 빠른편이다. 서방권 최초로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도입한 국가는 슝펭3 도입한 대만이다.

일본의 최신 초음속 대함미사일 ASM-3 [사진 일본 방위성]

일본의 최신 초음속 대함미사일 ASM-3 [사진 일본 방위성]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대만도 슝펭 시리즈 대함미사일을 개발했다. 현재 대만은 아음속 대함미사일 슝펭 2와 사정거리 300km에 최대속도 마하 3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슝펭 3을 지상과 함정에서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도입한 하푼 대함미사일을 국산 대함미사일 ‘해성’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국의 해군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대 배치를 목표로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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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계 중요 국가의 대함미사일 경쟁은 간단하게 ‘더 빠르게’ ‘더 멀리’로 정의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대함미사일은 해군력이나 공군력 경쟁을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함미사일은 사정거리가 미사일 기술통제체제의 규정을 지키는 한에서 수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수출 상품으로도 유망하다.

그러나 신형 대함미사일의 등장은 이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과 수단도 발전하게 할 것이다. 세계 방위산업계는 오늘도 창과 방패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최현호 군사 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