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카타르에 0-6 완패...'빨치산 축구'의 몰락

북한을 상대로 4골을 몰아치며 대승을 이끈 카타르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맨 오른쪽). [EPA=연합뉴스]

북한을 상대로 4골을 몰아치며 대승을 이끈 카타르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맨 오른쪽). [EPA=연합뉴스]

 
한때 아시아권에서 ‘극강의 수비축구’로 주목 받던 북한이 세계축구의 큰 줄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급격히 쇠퇴하는 분위기다. 아시안컵에서 두 경기 연속 대량실점하며 무너져내렸다.

 
북한은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셰이크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중동의 복병 카타르에 전ㆍ후반 각 세 골씩 내주며 0-6으로 졌다. 이번 대회 최다 점수차 패배 기록이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에 0-4로 진 데 이어 카타르에게도 대량실점하며 두 경기 도합 무득점에 10골을 내줬다. 대회 직전에 치른 바레인과 평가전(0-4패)까지 포함하면 세 경기 연속 무실점에 실점은 무려 14골이나 된다.  

첫 실점은 전반 9분만에 허용했다. 왼쪽 측면에서 아크람 아피프가 올려준 낮은 크로스를 알모에즈 알리가 왼발로 처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2분 뒤에는 하산 알 하이도스가 북한 위험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시도한 땅볼패스를 알리가 방향만 살짝 바꾸는 오른발 힐킥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카타르 공격수 알리(맨 오른쪽)가 팀의 다섯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타르 공격수 알리(맨 오른쪽)가 팀의 다섯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타르는 전반 43분에 한 골을 보태며 스코어를 세 골 차로 벌렸다. 아피프의 로빙 패스를 받은 부알렘 쿠키가 북한 수비수와 공중볼 다툼에서 승리하며 머리로 받아넣어 세 번째 골을 신고했다.

후반 들어서도 카타르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10분께 알리가 북한 골키퍼 리명국과 맞선 상황에서 가볍게 왼발로 밀어넣어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5분 뒤 역습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왼발 슈팅으로 자신의 네 번째 골이자 카타르의 다섯 번째 득점을 신고했다. 카타르는 후반 23분 압델카림 하산이 또 한 번 득점포를 가동해 골 퍼레이드의 대미를 장식했다.


카타르에 대량실점하자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김영준 북한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카타르에 대량실점하자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김영준 북한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북한은 나란히 2연패를 기록 중인 레바논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승을 거두면 산술적으로 조 3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초반 두 경기에서 선보인 경기력을 감안할 때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나 어떤 상대를 만나도 짜임새 있는 밀집 대형으로 끈끈하게 버티던 수비진이 무너진 게 뼈아프다. 한때 북한은 짠물 수비로 아시아권 강호들을 괴롭히는 이른바 ‘빨치산 축구’로 주목 받았지만, 더 이상 특유의 강점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컵 졸전과 함께 북한이 세대교체의 의지를 드러내며 새롭게 선임한 36살의 젊은 사령탑 김영준 감독의 위상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북한 응원단이 카타르전에 나선 북한축구대표팀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북한 응원단이 카타르전에 나선 북한축구대표팀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