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집요한 日···미군 지휘부 4명 연쇄접촉 레이더 여론전

17일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참모총장(왼쪽)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17일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참모총장(왼쪽)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한국 구축함이 일본 해상초계기를 사격통제 레이더로 조준했다고 주장해온 일본이 최근 미군 지휘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 해군이 타깃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23일 “존 아킬리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해군 대장)이 지난 20~21일 일본을 방문해 해상자위대와 현안을 논의했다”며 “일본 측은 아킬리노 사령관으로부터 ‘미국은 한ㆍ일이 갈등을 계속하는 데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아킬리노 사령관은 최근 일주일 사이 일본이 접촉한 미군 지휘부 중 네 번째 인물이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에게 ‘초계기 논란’을 직접 설명했다. 이야와 방위상은 국방비를 늘려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내용의 ‘방위계획대강’을 설명하러 미국을 찾았다가 레이더 논란 문제를 거론했다. 일본 언론은 당시 이야와 방위상이 미국의 중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7일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참모총장을 면담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총리가 미국 해군총장을 만나는 게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본 정부 내부에서 있었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일본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 격)은 “(한국이 레이더로 조준했다는) 확고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총리가 직접 나서 일본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뒤 일본이 한국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간)엔 이와야 방위상이 귀국 도중 미 하와이의 인도ㆍ태평양사령부를 들러 필 데이비슨 사령관(해군 대장)과 대화를 나눴다.


국방부가 지난 4일 초계기 논란과 관련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 모습(노란 원)으로 해경 촬영 영상이다. [연합]

국방부가 지난 4일 초계기 논란과 관련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 모습(노란 원)으로 해경 촬영 영상이다. [연합]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의 집요한 대미 외교에 대해 “한ㆍ일 문제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구하는 동시에 최근 북ㆍ미 비핵화 협상 등으로 소원해진 미ㆍ일 동맹을 다지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방부는 22일 입장을 내 “일본이  양국관계와 한ㆍ미ㆍ일 협력,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화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여론전을 더 이상 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국방 무관을 지낸 권태환 국방대 교수는 “초계기 논란이 당장은 수면 밑에 내려갔지만,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한국은 일본과 관련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