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물과 공기만 있으면 살 수 있다"···美 향한 경고장?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북미 정상 '하노이 작별' 장면.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북미 정상 '하노이 작별' 장면.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이 21일 200자 원고지 50매(1만1600여자)가 넘는 장문의 정론을 싣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난하면서, 자력갱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요구했다.

신문은 ‘우리의 전진은 줄기차고 억세다’라는 정론에서 “제국의 전횡에 정치 판도의 점과 선들이 뒤바뀌고…많은 나라들이 한 번의 압박이나 제재를 당해도 국가존립의 기둥이 휘청거리는 것이 현 세계의 실상”이라고 정세를 진단했다. 이어 “자존은 어렵고 힘겨운 것이지만 국력을 장성강화시키는 보약과 같다. 의존은 인민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국력을 쇠퇴몰락시키는 사약과 같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또 “금은보화를 주고도 살수 없는것” “굶어죽고 얼어죽을지언정 버릴수 없는것이 민족자존”이라며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는 당정책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도 했다.  

3월21일자 노동신문.

3월21일자 노동신문.

정론은 김 위원장에 대한 찬양도 빼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에 대해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가장 놀라운 지각변화를 일으킨 전략가” “몇세기에 한번이나 출현할 수 있는 위대하고 지혜롭고 강력하고 멋있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물과 공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는 강의한 정신은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그 믿음은 위대한수령만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정론을 놓고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크게 두 가지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비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과 ‘빈손 회담’으로 인해 훼손된 김정은의 이미지를 복구하는 차원이란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장문의 글을 통해 자력갱생과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과도하게 촉구했다”며 “인공위성 발사 같은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 벼랑 끝까지 나설 수 있다는 대미 경고장이란 것이다. 지난 15일 “북·미 협상 중단을 고려중”이라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회견 후 처음으로 비중있게 실린 북한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2차 정상회담에서 추락한 김 위원장의 위상을 공고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도발 예고성보단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대미 압박 차원”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