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대당 700만원인데 안전성 미지수…'인보사' 미스터리

15년 만에 세포 성분 다르다는 것 알아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스1]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스1]

31일 판매 중지된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해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제출한 자료와 실제 성분이 다른 것에 대한 해명이 충분치 않은 데다,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대 1로 섞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쓴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받았다.

인보사가 판매 중지된 것은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의 세포가 당초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달랐기 때문이다. 당초 2액의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으나, 유통 제품은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293유래세포)가 혼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오롱 "세포가 아니라 '이름'만 바뀐 것" 
인보사케이주.[뉴시스]

인보사케이주.[뉴시스]

중간에 세포가 바뀐 적이 없고 세포의 ‘명찰만 잘못 달아준 상황’이기에 안전성과 유효성엔 문제가 없다는 게 코오롱생명과학의 입장이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담당 상무는 기자회견에서 “인보사의 구성 성분이 바뀐 게 아니라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며 “2004년 형질전환세포 특성을 분석했을 당시에는 연골세포의 특성이 발현돼 연골세포로 판단했으나 최신의 STR 검사법으로 수행한 결과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STR 검사는 친자 확인 검사와 같은 유전체 및 유전자 검사법이다. 20세대에 거쳐 유전자 족보 확인이 가능한 최신 기술이다. 15년 만에 검사를 하고 나서야 인보사 형질전환세포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게 된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5년 만에 STR 검사를 수행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에서 생산한 인보사를 검증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대개 CMO 업체는 여러 고객사의 세포주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미국 FDA에서도 STR 검사가 필수는 아니지만, CMO에 맡기고 있는 인보사의 특성상 STR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자체 판단해 진행했다”며 “국내에서는 충주 공장에서 단일 생산하기 때문에 허가 당시 STR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포 성분 모르다니…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1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발표한 '인보사케이 판매중단' 관련 자료. 코오롱생과는 2004년과 2019년의 기술 및 규정 차이가 다른 특성 분석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입장이다. [자료 코오롱생명과학]

1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발표한 '인보사케이 판매중단' 관련 자료. 코오롱생과는 2004년과 2019년의 기술 및 규정 차이가 다른 특성 분석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입장이다. [자료 코오롱생명과학]

하지만 업계에선 제조사가 무려 15년간 신약의 성분도 제대로 몰랐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세포치료제에서 성분 표기가 잘못돼 제조 및 판매가 중단된 것이 국내에선 처음”이라며 “이런 경우는 세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1년간 3500명 이상 없다지만…안전성 여부 미지수  
무엇보다 인보사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현재로썬 확실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인보사는 국내 임상시험에서 145건 투여했다. 1회 주사비용은 600만~700만원 정도다. 유수현 상무는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3548명에 투약했으나 주사 부위 동통 같은 이상 반응을 제외하고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이점을 고려해 일단은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은 “코오롱생명과학 주장대로 같은 성분이었는데 이름만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아예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며 “연골세포인 줄 알고 약을 관절에 투여했는데 신장유래세포였으므로 이에 따라 신체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의 주장과 달리 제조 과정에서 세포 성분이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한 관계자가 관련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한 관계자가 관련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인보사의 허가 과정에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식약처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식약처는 세포의 특성을 파악하는 건 신약 개발의 아주 초기 단계여서 검증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과장은 “통상 미 FDA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자체 세포주에서 개발한 세포치료제의 경우 STR과 같은 친자 확인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라며 “품목 허가 당시에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세포주를 자체 개발했다고 해서 주성분 확인 시험을 따로 거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최 과장은 “이번 사안의 경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증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규정을 개선해서라도 앞으론 세포 관련 의약품을 허가할 때 STR 검사 결과를 필수로 첨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보사를 써 본 전문가들은 치료제의 효능은 있다고 본다. 인보사 시술을 직접 해본 전문의 A씨는 “가격이 비싸서 아무에게나 권하지는 못하지만, 맞아본 환자들은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고, 효과도 오래 간다고 이야기한다"며 "효과는 있다고 본다. 나 같은 경우는 부모님께도 주사해드렸는데 만족해하시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허가 성분과 다르게 제조된 사실이 확인되면 인보사 시판 허가는 취소될 수 있다. 최 과장은 “국내에 사용된 인보사 세포성분에 대한 미국 조사기관의 검사 결과가 15일쯤 나온다”며 “결과가 나와도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을 검증하고, 전반적인 문제를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