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反화웨이 효과? 엔비디아·퀄컴, 삼성에 파운드리 맡긴다

삼성전자(왼쪽)와 엔비디아 로고.

삼성전자(왼쪽)와 엔비디아 로고.

‘2030년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가 최근 들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 대형 고객을 잇달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 '수주 가뭄' 끝날 전망  
대만 디지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래픽 처리장치(GPU) 분야 1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암페어’를 위탁 생산한다. 
퀄컴 역시 삼성전자에 차세대 AP(가칭 ‘스냅드래곤 865’) 물량을 위탁 생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퀄컴과 엔비디아,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야에서 세계 1ㆍ2위인 두 대형 고객을 잡으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도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IBM도 최근 자사 서버에 탑재할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긴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새로 확보한 고객 모두 미국 업체들이다.

이들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대신 삼성에 위탁 생산을 맡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TSMC가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위탁생산에 최우선 순위를 둔 사이, 엔비디아ㆍ퀄컴 등 다른 시스템반도체 주요 기업이 삼성과 손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하나다. 

"미-중 분쟁,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에 단기적 수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단기적 수혜를 입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으로 인해 주요 IT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지만, TSMC는 아직 화웨이와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치적 이슈와 관계없이 고객(화웨이)의 제품을 지속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TSMC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가 장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일부 미주 고객들이 파운드리 업체로 TSMC보다 삼성전자를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이 지난 4월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힌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미터(㎚ㆍ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이 엔비디아의 새로운 GPU에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이 라이벌 TSMC 대비 공격적으로 도입한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보다 짧은 파장으로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7나노 생산라인이 추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애플ㆍ퀄컴을 TSMC에 뺏긴 상황에서 대형 고객사를 잡는 일이 급선무였다.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SMC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을 엔비디아에 제시했다고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차량용 GPU에서도 테슬라ㆍ도요타ㆍ메르세데스-벤츠 등과 협업해왔다. 3D 실사 지도를 순식간에 처리하는 능력 덕분이다. 더 빠른 GPU일수록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등의 복잡한 그래픽을 재빠르게 처리한다.

AMD발 기술 혁신이 엔비디아 '자극'  
엔비디아의 미세공정 수준은 12나노 공정이지만, 최근 경쟁 업체인 AMD가 7나노 공정에 성공하면서 자극받았다고 한다. 두 회사는 과거 그래픽카드 시절부터 ‘지포스’와 ‘라데온’으로 경쟁을 거듭해왔다. 마침 AMD는 지난 3일 삼성전자와 차세대 GPU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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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은 현재 삼성전자 공정에 맞춰 칩 개발 막바지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나노 공정 시절만 하더라도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해 칩을 생산했지만, 지난해 첫 7나노 제품은 TSMC에 맡겼다. 올해 최신 스마트폰 상당수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55는 대만 TSMC 공정에서 생산됐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