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수건 걸고 왔는데···정부, 北목선 이례적 초스피드 송환

28일 새벽 해군 고속정이 북한 목선을 끌고 강원도 양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합참]

28일 새벽 해군 고속정이 북한 목선을 끌고 강원도 양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합참]

 
정부는 지난 27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목선과 선원 3명을 모두 북한에 되돌려 보낸다고 29일 밝혔다.

정부는 29일 오전 8시 18분 이 같은 내용의 대북통지문을 전달했고, 북한 목선과 선원은 동해 NLL 수역으로 출항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주민의 자유의사에 따라서 송환을 결정했고, 이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 측으로부터 답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목선은 지난 27일 오후 11시 21분쯤 동해 NLL을 넘어왔다. 오후 10시 15분쯤부터 이 목선을 추적한 군 당국은 28일 새벽 12시 18분쯤 고속단정(RIB)을 보내 목선을 확보했고, 선원 3명은 고속정에 태워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옮겼다. 군 부업선용 일련번호가 적힌 목선은 길이 10m로 소형 엔진이 장착돼 있다. 선원 1명은 군복 차림이었다.

당초 이 선박은 귀순 목적으로 NLL을 남하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통상 귀순 신호로 쓰이는 흰색 수건을 돛대에 걸어놨고, 연안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체 엔진을 사용해 남쪽으로 온 사실 때문이었다. 또 해상에서 귀순 의사를 묻는 해군에게 북한 선원 중 1명은 “아니오. 일없다”라고 답했다. ‘일없다’란 표현은 북한에서 ‘괜찮다’ ‘문제없다’ 정도의 뜻이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선원들이 초기 조사에서 ‘항로 착오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그동안 항로 착오로 남하한 북한 선박에 대해 단순 퇴거 조치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합참은 이번엔 의도적 월선 여부 확인을 위해 불가피하게 예인했다는 입장이었다.


관계 당국은 28일 이들에 대한 합동신문조사(합신)에 들어갔다. 합신 하루 만에 북한 선원 전원이 북한으로 귀환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했을 때도 이틀간 합신 후 북한 선원 4명 중 2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상민 대변인은 ‘상당히 빠른 기간에 송환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번 국회에서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말했듯이 통상적으로 2~5일 정도 걸린다”라면서도 “상황과 사례에 따라서 송환 기간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자유의사가 확인되면 바로 송환했다”고 답변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