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대 "한ㆍ일과 핵무기 공유" 제안

2008년 당시 미 공군 유럽 사령관인 로저 브래디 공군 대장이 네덜란트의 볼켈 공군기지에서 열린 B61 전술 핵탄두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독일과 네덜란드 등 나토 5개국과 핵공유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5개국 6개 공군기지에 B61 150발이 보관돼 있다. 유사시 미국과 나토 5개국이 합의하면 나토 5개국도 이 핵탄두들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미 공군]

2008년 당시 미 공군 유럽 사령관인 로저 브래디 공군 대장이 네덜란트의 볼켈 공군기지에서 열린 B61 전술 핵탄두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독일과 네덜란드 등 나토 5개국과 핵공유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5개국 6개 공군기지에 B61 150발이 보관돼 있다. 유사시 미국과 나토 5개국이 합의하면 나토 5개국도 이 핵탄두들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미 공군]

 
미국이 한국ㆍ일본과 비전략(nonstrategicㆍ전술) 핵무기를 공유하는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제안이 미국에서 나왔다. 이 제안이 현실화할 경우 주한미군이 1991년 전면 철수한 전술핵을 유사시 한국에 다시 배치할 가능성이 열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 국방대학(NDU)이 지난 25일 이 같은 내용의 ‘21세기 핵 억지력: 2018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작전 운용화’(보고서)를 발표했다고 30일 보도했다. 국방대학은 미 국방부 산하 고등 교육기관으로 전략 연구도 수행한다. 정책 제안의 성격의 이 보고서는 미군의 영관급 현역 장교 4명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응해 핵 옵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이 한ㆍ일을 방어할 경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방어를) 주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논쟁적일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특히 한ㆍ일과 같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파트너와 비전략 핵 능력을 공유하는 새로운 개념을 강력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독일ㆍ이탈리아ㆍ네덜란드ㆍ벨기에ㆍ터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5개 나라와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었다. 협정에 따라 미국은 이들 나라의 6개 공군 기지에 B61 전술 핵폭탄 150여 발을 보관하고 있다. 독일 등 5개국은 유사시 미국과 협의를 거친 뒤 미국이 관리하는 전술 핵폭탄을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보고서의 ‘비전략 핵무기 공유 협정’은 나토의 모델을 뜻한다.

다만 보고서는 “이런 구상은  (한ㆍ일의) 정치ㆍ군사적 제한 요소를 고려해 나토식 비전략 핵무기 공유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ㆍ일이 전술 핵무기 사용 결정에 참여하지만, 나토와는 달리 최종 핵무기의 투사는 미국이 행사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북한을 억제하는 데 보탬이 되며, 아마도 북한의 공격성을 억누르도록 중국을 더 압박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해 2월 미 국방부는 핵의 선제적 사용을 내비쳤던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했다”며 “미 국방대 보고서는 핵전력 강화에 방점을 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미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6월 발간한 ‘핵운용’ 지침에선 ‘전투 중 한정적 핵무기 사용’을 명시했다. ‘한정적 핵무기’는 전술핵을 말한다.

그러나 박원곤 한동대 지역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이 들어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미국의 외교·안보 실무자들이 북핵 협상 실패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 국방대 보고서는 국내 보수 진영 일부가 제기했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