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독도방어 상륙작전···27t 장갑차가 바다 위를 달렸다

지난 2017년 울릉도와 독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 상황에 대비한 훈련에 참가한 해병대원이 상륙주정을 타고 울릉도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지난 2017년 울릉도와 독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 상황에 대비한 훈련에 참가한 해병대원이 상륙주정을 타고 울릉도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어쩌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그날 결정 났다. 1950년 9월 15일 시작돼 3일 만에 성공적으로 끝난 인천상륙작전 덕분이다. 국군과 유엔군은 이때 서울을 되찾고 북한군 퇴로와 보급로를 차단하며 전세를 역전했다. 해병대는 중앙청 옥상에 태극기를 올렸다.
 
군 당국은 지난달 25일부터 이틀 간 ‘동해 영토수호훈련’을 실시했다. 기존 독도 방어 훈련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웠다. 평상시 독도 경비는 경찰이 맡지만, 유사시 군이 방어 작전에 나선다. 이때 해병대 신속대응기동부대가 투입된다.
 
지난달 25일 독도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대원들이 육군 시누크(CH-47) 헬기에서 내려 독도에 전개하고 있다. 사진 해군

지난달 25일 독도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대원들이 육군 시누크(CH-47) 헬기에서 내려 독도에 전개하고 있다. 사진 해군

 
해병대는 상륙작전과 도서 방어 임무를 맡고 있다. 휴전선을 지켜내고 서북도서와 제주도ㆍ울릉도 등에도 배치돼 전략적 요충지를 방어한다. 적 지역 깊숙한 곳에 상륙해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전략적 임무도 포함한다.
 
지난달 13일 포항 도구 해안에서 상륙작전 훈련에 직접 참여해 봤다. 한국 해병대뿐 아니라 한ㆍ미 해병대 연합 훈련이 종종 이뤄지는 해변이다. 모래사장에 도착하자 상륙돌격장갑차가 눈에 들어왔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유튜브에서 동영상 볼 수 있습니다.)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는 독특한 형상이 특징이다. 기자가 조종석에 올라 교육을 받고 있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는 독특한 형상이 특징이다. 기자가 조종석에 올라 교육을 받고 있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상장’으로 불리는 상륙돌격장갑차는 해병대 상징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해병대는 지난 1998년 미국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이 생산한 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KAAVㆍKorea Assault Amphibious Vehicle)를 도입했다. 상륙돌격장갑차대대(상장대대)에서 운용하며 상륙작전 또는 지상작전을 지원한다. 상장을 운용해 병력뿐 아니라 장비와 보급품도 수송한다.
 
상장에 오르자 짙은 위장으로 얼굴을 가린 해병대원 8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상륙작전에 나서는 탑승 병력은 18명 정도 된다. 초기에는 21명까지도 탑승했지만, 장병 체형이 커지면서 다소 줄었다. 승무원은 3명이다. 해병대는 KAAV 노후화 등을 고려해 2020년대에 차기 상륙돌격장갑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병력 탑승이 끝난 뒤 후면 출입구가 닫히면서 빛이 차단됐다.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병력 탑승이 끝난 뒤 후면 출입구가 닫히면서 빛이 차단됐다.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출동 직전 암흑으로 변했다. 후면 출입구(램프)가 닫히자 빛이 차단됐다. 상장 내부에 가득 찬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상륙작전 훈련을 위해 일단 바다로 출발했다. 상장은 보통 상륙지원함에 실려 이동한 뒤 목표 지점 해상에서 해안으로 상륙한다. 이날은 함정 지원 없이 상장 스스로 바다로 나간 뒤 다시 해안에 상륙했다.
 
포항 도구 해안에서 바다로 들어서는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포항 도구 해안에서 바다로 들어서는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처음 느껴본 감각이다. 밖이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에 들어갔다고 느껴졌다. 상장은 무게가 27톤이지만 바다에 뜰 수 있게 설계됐다. 후면 스크루가 장착돼 수상 기동이 가능하다. 수상 속도는 시속 13.2km, 최대 이동 거리는 90km 수준이다. 속도를 올리자 기름 냄새도 가득 찼다.  
 
‘출렁출렁’ 앞뒤로 기울여진 움직임이 느껴진다. 파도를 치고 나갔다. 바로 옆에 앉은 부소대장 김형찬 중사는 “멀미는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엔진 소음도 크기 때문에 대화가 쉽지 않았다.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어둡고,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시끄럽고, 땀이 줄지어 흐르는 무더운 상장 안은 고독한 장소다.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는 스크루를 달아 수상 기동기 가능하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는 스크루를 달아 수상 기동기 가능하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해병대원은 무덤덤하게 이겨냈다. 김 중사는 “상륙한 뒤 이동 방법과 적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현우 상병은 “어둡다고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며 “상장 내부가 많이 흔들렸지만, 제한사항은 아니다”며 힘주어 말했다.
 
이제 상륙이다. 상장이 해안 쪽 방향으로 회전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때 분주한 준비가 시작됐다. 해병대원은 구명조끼를 벗고 상륙에 대비했다. 장비를 점검하고 마음도 다시 세웠다. “실전처럼 제대로 하자” “네!!” 우렁찬 목소리가 상장을 흔들었다. 해병대원은 항상 목소리가 크다. 이날 부대를 들어서고 나설 때마다 귀청을 뚫을 듯 큰 경례 구호가 울렸다.
 
상륙 직전 연막탄을 터뜨려 적 시야를 가려 공격을 방해하고 있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상륙 직전 연막탄을 터뜨려 적 시야를 가려 공격을 방해하고 있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상륙 직전이다. 연기를 만들어 뿜어내는 ‘발연기’를 작동했다. 연막탄도 터뜨려 적이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연막’을 쳤다. 소대장 김진호 중위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EAAK 부가장갑판을 양옆에 장착해 적 기관총과 포탄 파편으로부터 보호한다”며 “수류탄과 유사한 구경 40mm K4 유탄발사기와 12.7mm K6 고속기관총으로 무장해 화력 지원에도 나선다”고 말했다.
 
출렁이던 느낌이 사라졌다. 육중한 상장이 지상에 올라가는 충격이 느껴졌다. 이제부터는 궤도로 움직인다. 지상에서는 최대 속도는 72km로 빠르게 움직이고 이동 거리는 480km까지 가능하다.
 
상륙돌격장갑차가 상륙한 뒤 해병대원이 거점 확보를 위해 돌격하고 있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상륙돌격장갑차가 상륙한 뒤 해병대원이 거점 확보를 위해 돌격하고 있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후면 출입구가 열리면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때 해병대원은 함성을 지르며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기자도 함께 뛰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모래사장에 올라선 발은 자석처럼 그대로 멈췄다. 게다가 모래사장은 울퉁불퉁하다. 궤도가 만들어낸 구덩이가 깊이 파였다. 무릎 높이까지 올라와 넘어질까 봐 신경 쓰였다.
 
실전이었다면 기자만큼 쉬운 표적도 없을 것 같다. 앞선 해병대원은 벌써 저 멀리 뛰어가 공격자세를 잡았다. 기자는 허겁지겁 뒤늦게 도착했다. 김 중사는 “평상시 실전과 같은 체력 훈련을 한다”며 완벽한 전투준비 태세를 강조했다.
 
해병대원은 모래 위에서도 빠르게 뛰어 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해병대원은 모래 위에서도 빠르게 뛰어 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기자는 훈련이 끝난 뒤 직접 조종석에 올랐다. 그간 탑승해 조종했던 장갑차ㆍ전차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조종석 공간은 매우 넓어 편했다. 하지만 출발하고 멈출 때 느껴지는 무게가 달랐다. 차체 크기가 워낙 크고 높기 때문에 더 긴장하게 됐다.
 
훈련이 끝난 뒤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해수를 빼내고 있다.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훈련이 끝난 뒤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해수를 빼내고 있다.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상륙훈련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 바다를 다녀온 상장은 곧바로 장비 점검과 세척을 받는다. 바닷물에 들어있는 염분은 장비를 쉽게 부식시킨다. 파도가 심하게 칠 때는 발이 잠길 정도로 많이 들어온다. 눈에 잘 안 보이지만 곳곳에 스며들기도 한다.
 
황필현 하사가 상륙돌격장갑차 내부를 세척하고 있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황필현 하사가 상륙돌격장갑차 내부를 세척하고 있다. 영상캡처 공성룡 기자

 
'콸콸' 상장 아래 배수구를 열자 바닷물이 쏟아져 나왔다. 터진 물줄기는 끝이 없는 듯 계속 쏟아졌다. 물 빼는 작업이 끝나면 물 뿌리는 세척에 나선다. 엔진이 들어있는 공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직접 안으로 들어가 꼼꼼하게 세척한다. 황필현 하사는 “해수가 유입돼 소금기가 낄만한 곳을 세척한다”며 “전기선과 오일이 들어가는 곳을 피해 수압을 조절하며 세척한다”고 설명했다.  
 
직접 해보면 역시 어렵다. 기자도 세척에 나섰는데 강한 수압을 이겨내며 빗자루 쓸듯 잡아내기 어려웠다. 자칫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은 높아갔다. 안팎으로 세척이 끝나자 여름 태양 빛을 받아 달궈졌던 차체가 식었다.
 
해병대 제1사단 황필현 하사가 훈련이 끝난 상륙돌격장갑차를 세척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해병대 제1사단 황필현 하사가 훈련이 끝난 상륙돌격장갑차를 세척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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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주친 모든 해병대원 눈빛은 날카로웠다. 상륙훈련에 나선 장병은 적을 단번에 잡아낼 듯 굳은 결의를 담고 있었다. 초병은 꼼꼼했다. 작은 규정 위반도 허용하지 않았다. ‘부대 안에서 이동하니까 괜찮겠지’라며 방심한 기자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지적이 날아왔다.  
 
해병대원이 거점을 점령한 뒤 경계를 하고 있다.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해병대원이 거점을 점령한 뒤 경계를 하고 있다. 영상캡처 강대석 기자

 
부대 곳곳에 배치된 경계병도 든든했다. 해병대 제1사단이 위치한 포항은 휴전선과 300㎞ 떨어져 있다. 하지만 해병대원은 휴전선 바로 앞에 선 것처럼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이런 해병대원이 있다면 걱정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등 떠밀려 임무에 나선 해병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김 중사는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상륙작전 임무를 맡은 해병대에 지원했다”면서 “훈련과 임무는 어렵지만 단 한 번도 해병대에 들어온 걸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 때 해병대 K9 자주포가 포화를 뚫고대응 사격에 나서고 있다. 사진 해병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 때 해병대 K9 자주포가 포화를 뚫고대응 사격에 나서고 있다. 사진 해병대

 
‘귀신 잡는 해병대’ 신화는 계속된다. 한국전쟁 중 수 많은 전공을 쌓았던 해병대는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한국군 최초의 전투부대이기도 했다. 해병대는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도 비처럼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해병대는 오는 2021년 항공단을 창설한다. 상륙기동헬기 대대 2개와 상륙공격헬기 대대 1개를 편성한다. 지금보다 입체적인 상륙작전이 가능해진다.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더욱 민첩하게 활약하게 된다.
 
포항 =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 = 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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