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못 바꾸면 내년 입영 올스톱"…국회 공전 초조한 국방부

지난 1월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열린 올해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병역의무자들이 병역판정검사(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 [중앙포토]

지난 1월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열린 올해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병역의무자들이 병역판정검사(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 [중앙포토]

2일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여야간 충돌로 '개점 휴업'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방부가 초조해하고 있다.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12월 31일까지 반드시 국회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헌법상 양심의 자유(19조)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병역법 5조 1항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ㆍ예비역ㆍ보충역ㆍ병역준비역ㆍ전시근로역 등 5개로 나눈 조항이다. 이 5개의 병역이 모두 군사교육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양심의 자유를 지키면서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헌재의 결정으로 12월 31일까지 효력이 이어진다. 그래서 국방부는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복무자는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합숙 근무를 하는 내용의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대체역법)안을 국회에 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자체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연말까지 4개월이 남았지만 국방부 입장에선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해당 법안은 2일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그런데 지금까지 법안 심사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또 대체역법안은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예정대로라면 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일정을 잡아야 한다. 국방부 소식통은 “공청회 과정에서 대체역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연말 시한은 다가오는데 오히려 대체역 찬반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놓고 정국이 급랭하면서 향후 국회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2020년 1월 1일까지 병역법 5조 1항이 고쳐지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신검이 '올스톱'된다. 국방부가 정부법무공단에 문의한 결과 2020년 1월 1일 이후 병역판정검사(신체검사)는 할 수 없다는 게 법 해석이었다. 병역판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징집절차도 멈춰진다. 단 2020년 1월 1일 이전 병역판정을 받은 사람만이 입대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부법무공단은 이미 병역판정을 받은 사람에겐 ‘그(헌재 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며 “일각에선 '효력이 미친다'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병무행정이 전면중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기국회에서 연말까지 병역법을 개정해 대체역법이 처리되더라도 대체복무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대체역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고, 대체복무를 심사하는 위원회를 꾸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자들이 묵는 숙소를 마련하는 문제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어떤 경우라도 대체복무 관련 법률 작업은 올해 안에 꼭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