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퇴짜' 놓은 청년들 만난 조국, 딸 의혹 얘기는 안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있다. [사진 법무부]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있다. [사진 법무부]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11일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과의 공식 면담을 가졌다. 취임 이튿날 현충일 방문을 제외하면 사실상 첫 외부 일정으로 청년들과의 만남을 선택했다. 청년들은 이 자리에서 특성화고 문제 등 청년들의 고충을 털어놨지만, 조 장관 딸(28)씨의 입시 비리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은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비공개로 한 시간쯤 진행됐다. 조 장관을 비롯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사망자 김모씨의 친구들, 특성화고 졸업생, 지방대 출신 청년, 청년건설노동자, 코레일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등 청년전태일 일원 11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앞서 오전 10시 30분쯤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종민(33) 청년전태일 대표는 “지난 8월 말 조국 당시 장관 후보자가 청년들이 제안한 대담에 오지 않아서 매우 실망했다”며 “그러나 뒤늦게라도 청년들과 만나자고 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년전태일 측은 조 장관에게 지난달 29일과 31일 두 차례 면담을 제안했었지만, 조 장관 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10일 오전 법무부 측이 청년전태일 측에 면담을 다시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이들은 ‘희망ㆍ공정ㆍ정의’를 상징하는 나무 사다리 조형물 3개와 함께 이날 참석하지 못한 청년들의 글을 모아 회담장에서 조 장관에게 전달했다. 이 글에서 전문대를 졸업한 임모(29)씨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너무 부럽고 화가 났다”면서 “76억 사모펀드 논란ㆍ딸 논문 논란 등 제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화나고 박탈감을 느꼈다”고 적었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대담은 차분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히 조 장관은 직접 발언하기보다 참석자들의 말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원도(32)씨는 취재진에게 “(조 장관이) 이야기를 듣고 메모하고, 옆에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내용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 장관이 이야기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년들은 조 장관에게 학생들이 겪는 차별과 특권층 채용 비리 등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회장은 “노동환경이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 알바나 그와 유사한 불안정한 일자리가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출발선”이라며 “단지 고졸이어서 업무와는 무관하게 임금을 덜 받고 승진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면담을 마친 조 장관과 청년전태일 참석자들은 과천정부청사 건물을 나와 구내식당으로 함께 이동해 식사했다. 다만 식사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이야기 들어주겠다고 나왔는데 그런 것을 물어보면 불편해할 것 같았다”며 입시 비리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