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요구한 새 계산법 준비…제재 해제에서 체제 보장으로 방점 이동"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문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문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과 미국 간 의견 조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9월을 넘기기 전에 북미 실무협상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뉴욕 채널이 항상 열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북미 간 협상 일정 관련해) 소통이 언제든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미 간 소통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이 본부장은 비핵화 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해 백악관과 국무부 관료들과 워싱턴 싱크탱크 전문가와 학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지난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협상 복귀 의사를 밝힌 뒤 미국이 화답해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미 간 의견 조율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한미 간 조율할 의제와 관련해서는 “대화 모멘텀을 이끌어나가면서 실질문제에서도 진전을 이루는 방안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이라며 “1년 이상 협의해왔지만 최근 여러 북한 입장이 나와 거기에 맞춰 추가로 얘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9일 협상 복귀를 발표하면서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그런 쪽으로 준비를 해봐야겠다”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실제로 앉아서 이야기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새로운 생각이나 입장을 제시했는데, 이에 맞춰 양측이 빨리 앉아서 각자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올려놓고 거기서부터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사고 유연성을 갖고 움직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 16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 담화에서 제재 해제와 함께 체제 안전 보장을 협상 의제로 내세운 것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최근 제재 해제보다는 안전보장, 체제 보장 쪽으로 방점이 많이 옮겨가 있기 때문에 (미국 측과)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하고 연구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아무래도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쪽(북한)의 얘기를 들어봐야 해 그쪽 얘기를 먼저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고 한국이 배제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북한은 항상 비핵화 문제에 관련해서는 일차적으로 미국과 이야기하겠다는 기존 입장이 있다”면서 “우리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미국과 협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21일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뉴욕에서 북측 인사와 만날 계획에 대해서는 “저희는 언제든지 만나는 것을 환영하겠지만, 그쪽에서 계획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총회 기간이 워낙 길어 어떤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단하기 힘들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비아 모델 적극 부인 등 최근 정세 변화에 대해 이 본부장은 “미국은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확고한 것 같다”고 전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나 최선희 제1부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