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화이트헤드를 응용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서 나온 모든 영어 글쓰기 책은 『문체의 요소(The Elements of Style)』(1918·1959)의 확장판·주석집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또한 『문체의 요소』에 대한 헌사다. 3억에서 3억5000만부의 소설을 판매한 스티븐 킹을 만든 것도 이 책이다. 킹은 이렇게 말한다. “작가가 되려는 모든 사람은 『문체의 요소』를 읽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원문과 한글 번역을 모두 수록했다.
1000만부 이상 팔린 『문체의 요소』의 원저자는 미국 코넬대 영문학 교수였던 윌리엄 스트렁크 2세(1869~1946)다. 1918년 43페이지 분량으로 자비 출판했다. (제4판은 105페이지다.) 학생들이 써낸 에세이를 고쳐줄 때 일일이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였다. 예컨대 불필요한 수동태 문장이 발견되면 “‘작문 원칙 14’를 참조할 것”이라고 학생 제출물의 여백에 써주면 그만이었다. ‘작문 원칙 14’는 “능동태를 사용하라(Use the active voice.)”이다.
1919년 스트렁크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 중에는 엘윈 브룩스 화이트(1899~1985)가 있었다. 화이트는 영어 수업에서 D학점을 받는 ‘문제 학생’이었다. 스트렁크 교수 덕분에 글쓰기 가닥이 잡힌 화이트는 불필요하거나 부주의한 문장을 찾아보기 힘든 깔끔한 문장을 쓸 수 있게 됐다. 화이트는 1925년부터 고급 주간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칼럼니스트로 필명을 날렸다. 그의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1952)은 5000만 부 이상 팔렸다. 졸업 후 36년이 지난 1957년 화이트는 ’뉴요커‘에 『문체의 요소』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대박‘을 감지한 출판사가 개정증보판 집필을 화이트에게 의뢰했다.
『문체의 요소』에는 영어 어법(usage) 규칙 11가지, 작문 원칙 11가지, 문체에 대한 접근법 21가지가 나온다. 우리말 글쓰기에 적용할 만한 것도 많다. 이런 것들이다. “문장에는 불필요한 단어가 없어야 하고 단락에는 불필요한 문장이 없어야 한다(A sentence should contain no unnecessary words, a paragraph no necessary sentences.)” “모든 단어가 말하게 하라(Make every word tell.)” “명사와 동사로 글을 써라(Write with nouns and verbs.)” “지나치게 설명하지 말라(Do not explain too mu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