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때 아닌 ‘강제 야자·졸업 금반지·제복' 강요 논란

"교수님 야간자율학습(야자) 자율적으로 하고 싶어요." 올해 1월 전남의 한 대학교 응급구조과 재학생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대학교 응급구조과는 오후 9시까지 재학생들이 전원 참석하는 '야간자율학습'을 시킨다. 졸업반 학생은 오후 10시까지 야자를 한다. 야자시간에는 이 학과 출신 학생들이 취업하려면 꼭 필요한 국가 자격증 시험공부를 한다.
올해 1월 강제 야자를 반대하는 글이 게시된 전남 순천의 한 대학교 A학과 익명게시판. [사진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 모임]

올해 1월 강제 야자를 반대하는 글이 게시된 전남 순천의 한 대학교 A학과 익명게시판. [사진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 모임]

 
야자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려면 같은 학과 재학생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집안 제사 등 사정이 있으면 지도 교수에게 허락을 받고 야자를 빠질 수 있다. 
응급구조과 A 교수는 "올해 1학기 때 강제 야자 반대 의견이 있어 한때 폐지됐다가 학생들이 스스로 강제 야자가 없으니 너무 공부를 안 한다고 해서 다시 생겼다"고 했다.
 
제복을 착용하고 등교하라는 공지가 올라온 전남 순천의 한 대학교 A학과의 SNS 단체대화방. [사진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제복을 착용하고 등교하라는 공지가 올라온 전남 순천의 한 대학교 A학과의 SNS 단체대화방. [사진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응급구조과 학생들은 제복을 입고 등교한다. 제복은 다림질해 마치 군복처럼 등 뒤편에 칼같은 주름을 잡은 상태로 입어야 한다. 제복은 중·고등학교 교복처럼 1학년으로 입학할 때 본인이 구매한다. 제복은 응급구조과가 개설된 2003년부터 내려온 전통이라고 한다. 응급구조과의 SNS 단체 대화방에는 "긴팔, 반팔은 자유지만 사복은 안된다"며 "(제복을) 주름잡아서 자유롭게 착용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응급구조과 A 교수는 "소속감과 단체감을 높이기 위해 졸업할 때까지 제복을 입는다"며 "학생들도 제복을 입는 것에 찬성하고 학부모들도 제복을 입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제복 착용 방법에 대한 문의글이 게시된 전남 순천의 한 대학교 A학과 익명게시판. [사진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제복 착용 방법에 대한 문의글이 게시된 전남 순천의 한 대학교 A학과 익명게시판. [사진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재학생들은 졸업식에 맞춰 졸업생들에게 '금반지'를 사줄 돈을 모은다. 모으는 돈의 액수는 매년 금값에 따라 달라진다. 응급구조과 A 교수는 "졸업 금반지는 우리 학과를 나온 것을 잊지 말자는 뜻의 전통이다"며 "재학생일 때 돈을 내긴 하지만 졸업할 때 금반지를 받으니 본인 반지를 살 돈을 모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9일 "이 대학 응급구조과에서 이뤄진 강제 야자와 제복 착용, 졸업 금반지 등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학과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면 자퇴하라는 강요도 있었다"고 했다.
 

시민모임은 지난해 5월에도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교에서 강제 야자가 이뤄지는 것을 확인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었다. 광주의 한 대학교 B학과는 국가 자격증 시험을 앞둔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제 야자를 시켰고 공부 시간에는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못하게 걷어갔다. B학과에서 이뤄진 강제 야자는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중단됐다.
 
시민모임은 강제 야자 등 사례에 대한 전국적인 점검을 바라는 민원도 교육부에 요청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B학과 강제 야자 건이 불거졌을 때 일부 대학생들로부터 자신들의 학교도 강제 야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반복적인 사례가 확인된 만큼 인권침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구조과 A 교수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하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며 "개인적인 사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 취득은 먹고 살기 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야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