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500m 안에 있음' …가해자 위치 알려주는 스마트워치 나온다

[JTBC '스포트라이트' 방송 캡처]

[JTBC '스포트라이트' 방송 캡처]

2008년 여아를 상대로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의 출소일(2020년 12월 13일)이 약 4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교도소에서 400시간 이상의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재범 위험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출소 후 7년 동안 전자발찌 부착을 통해 감시가 이뤄지겠지만, 전과 17범의 조두순에게 당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불안감은 최고 수준일 수밖에 없다.

조두순이 출소할 경우 과거 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재범을 예방하는 방법은 현재로서 세 가지 정도다. ①전담 보호관찰관을 붙일 수 있고 ②피해자 요청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③경찰로부터 피해자용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을 수 있다.

현 범죄피해자 도구의 한계…본질적 '범죄 예방' 어려워 

하지만 한계가 있다. 전담이라고 해도 보호관찰관이 24시간 매일 조두순을 감시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고, 접근금지 명령도 피해자의 주거지나 직장 등으로 제한돼 피해자의 모든 동선에서 조두순이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경찰이 지급하는 피해자용 스마트워치는 피해자의 현 위치 파악과 112 신고를 좀 더 빠르게 할 수는 있지만, 결국 조두순을 마주친 후 사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자 법무부에서는 ‘양방향 스마트워치’를 개발 중이다. 보호관찰관 제도 및 접근금지 명령의 한계와 경찰의 단방향 스마트워치 시스템을 보완해 만든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장치다.

피해자에게 가해자 위치 알려

개발 중인 양방향 스마트워치 가안. [법무부, 함혜현 교수]

개발 중인 양방향 스마트워치 가안. [법무부, 함혜현 교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피해자가 양방향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으면 피해자의 위치와 전자발찌가 부착된 가해자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돼 피해자와 가해자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경보가 울리게 된다. 만약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거리 접근 시 가해자에게 “본 지역은 제한적 접근금지 지역입니다. 반경 800m 우회하십시오”와 같은 경고 문자가 뜨게 된다.


당연히 피해자의 구체적 위치는 가해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반면 피해자에게는 가해자의 구체적인 위치가 공개되며, 피해자가 원한다면 즉각적인 경찰 출동, 인근 폐쇄회로(CC)TV 연계를 통한 보호 등이 이뤄진다.

"경찰 피해자, 법무부 가해자 정보 각각 관리…통합해야"

양방향 스마트워치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가해자에게 뜨는 경고(왼쪽)와 피해자에게 뜨는 가해자 위치 및 안전지역 경로 안내문. [법무부, 한혜현 교수 제공]

양방향 스마트워치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가해자에게 뜨는 경고(왼쪽)와 피해자에게 뜨는 가해자 위치 및 안전지역 경로 안내문. [법무부, 한혜현 교수 제공]

현재 가해자 정보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서, 피해자 정보는 경찰에서 관리하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법무부에서 관리하고, 범죄 피해자들은 경찰에서 보호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경찰에서 지급하는 단방향 스마트워치는 피해자들의 위치만을 파악한다는 한계가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3050명의 전자발찌 대상자 중 피해자 접근 금지가 적용된 사람은 약 1200명에 불과하다.

함혜현 부경대 공공안전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기관은 피해자에 대한 접근 권한은 있으나 가해자에 대한 권한은 없고, 법무부 보호관찰기관은 가해자에 대한 권한은 있으나 피해자에 대한 권한이 없는 데서 사각지대가 생기고 한계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개발 중인 양방향 스마트워치는 이 두 기관의 접근 권한을 통합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양방향 스마트워치 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관계자는 “가해자만 따로, 피해자만 따로 관리하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실질적인 의미의 ‘범죄 예방’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며 “범죄 사건의 양 당사자인 ‘범죄자-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양방향 위치추적 관제시스템이 구축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범죄 피해자 대상으로 운영 가능  

법무부는 SKT와 관련 MOU를 맺고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이며, 오는 12월 양방향 스마트워치를 시험 운영한 후 내년 1월부터 실제 범죄 피해자들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고 출소한 범죄 가해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양방향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제공되며, 피해자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즉시 철회할 수 있다.

연도별 성범죄(강간, 강제추행) 재범 사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도별 성범죄(강간, 강제추행) 재범 사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정·데이트폭력 사건에도 적용돼야"

물론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법무부는 일단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흉악 범죄 가해자와 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해당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양방향 스마트워치가 정말 필요한 범죄는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 등 동일인을 대상으로 한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에 적용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장치부착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개인정보·인권침해 논란 일 수도 

또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침해 논란이 일 수 있다. 전자발찌 제도 도입 초기에도 가해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인 바 있다.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상태의 출소자를 지나치게 ‘잠재적 범죄자’로 설정하는 것이라는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함 교수는 “현행 전자감시제도도 많은 논란 속에 강력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 찬성 여론을 바탕으로 시행됐다”며 “범죄예방과 피해자보호라고 하는 사회의 이익과 범죄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사회적 이익이 더욱 중요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스템 도입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