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배우 임달화(런다화)가 20일 노보텔 엠베서더 호텔 강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일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며 홍콩 배우 임달화(64)가 한국말로 장난스레 외쳤다. 새 영화 ‘리틀 큐’(감독 나영창)로 서울 강남구 호텔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전날 내한한 그에게 영화사 관계자가 알려준 말이란다. 그의 한국말 공부는 영화 ‘도둑들’ 동료 배우들 이름까지 소환했다. “예쁘다, 김혜수. 예쁘다, 김해숙!” 한 자, 한 자, 발음도 정확했다.
'도둑들'의 첸과 김해숙표 된장찌개
![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도둑 첸(왼쪽, 임달화)이 한국 도둑 씹던껌(김해숙)을 보호하며 총격전을 벌이던 모습. [사진 쇼박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2/0bddac2a-7efe-4161-a854-ab1359f468b3.jpg)
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도둑 첸(왼쪽, 임달화)이 한국 도둑 씹던껌(김해숙)을 보호하며 총격전을 벌이던 모습. [사진 쇼박스]
“‘다장탕(大酱汤‧중국말로 된장찌개)’! (김해숙이) 레시피를 가르쳐줘서 홍콩에서 해봤는데 그 맛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우리 된장찌개 얘길 한국에서 많이 아느냐”며 입맛을 다시는 임달화의 표정이 ‘첸’만큼 다정하고, ‘첸’보다 더 개구쟁이 같았다. “오기 전 (최동훈) 감독님한테도 연락했는데 시간이 안 돼서 못 만나게 됐어요. 아몬드 쿠키(마카오 명물)는 사 왔어요. 전해줄 거예요.” 여전히 ‘도둑들’ 팀과 연락하느냐는 질문에 그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배우 임달화, 김해숙, 증국상이 2012년 영화 '도둑들' 레드카펫이 진행된 코엑스 아셈광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2/a2841110-b96f-428e-bb59-a98c8f6ecbd1.jpg)
배우 임달화, 김해숙, 증국상이 2012년 영화 '도둑들' 레드카펫이 진행된 코엑스 아셈광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홍콩 범죄물 실력자의 부드러운 변신
다음 달 개봉 예정인 영화 ‘리틀 큐’에선 다르다. 그가 맡은 주인공은 시각을 잃어가는 디저트 셰프 ‘리 포팅’.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세상을 원망하지만, 안내견 큐(Q)로 인해 서서히 변화한다. 일본에서 영화‧드라마로도 제작됐던 일본 소설 『맹인안내견 퀼의 일생』이 토대가 됐다.
![영화 '리틀 큐' 한 장면. 극 중 안내견 큐는 실제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현역 활동하고 있다. [사진 미로비젼]](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2/39babfbc-5ee7-467f-aaa6-10f2e99be9cc.jpg)
영화 '리틀 큐' 한 장면. 극 중 안내견 큐는 실제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현역 활동하고 있다. [사진 미로비젼]
이번 영화는 어떤 점에 끌렸나.
강아지와 호흡, NG 48번도 즐거워
![영화 '리틀 큐' 에는 '열화전차' '홍콩 마스크'의 배우 양영기가 리 셰프의 동생 역할로 임달화와 호흡을 맞췄다. '동사서독' '타락천사' '양축'으로 알려진 배우 양채니도 출연했다. [사진 미로비젼]](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2/b6286a35-12ef-4a1a-b8fe-fdb5a4900020.jpg)
영화 '리틀 큐' 에는 '열화전차' '홍콩 마스크'의 배우 양영기가 리 셰프의 동생 역할로 임달화와 호흡을 맞췄다. '동사서독' '타락천사' '양축'으로 알려진 배우 양채니도 출연했다. [사진 미로비젼]
눈이 점점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며 강아지와도 호흡을 맞춰야 했는데.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나.
영화 속 안내견, 은퇴 후 입양할 것
![리 셰프는 충직한 큐로 인해 점점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사진 미로비젼]](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2/ab3550dd-3eec-4beb-8ddf-42061513b919.jpg)
리 셰프는 충직한 큐로 인해 점점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사진 미로비젼]
처음에 리가 안내견을 거부하던 장면에선 큐를 다소 거칠게 대하기도 한다.
반려견을 키워온 경험이 도움됐나.
![큐를 껴안은 리 셰프. 그의 눈은 점점 흐릿한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사진 미로비젼]](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2/a097a817-4782-40c2-825a-e956363e3d61.jpg)
큐를 껴안은 리 셰프. 그의 눈은 점점 흐릿한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사진 미로비젼]
영화에선 리 셰프가 흐려지는 눈동자로 가만히 큐를 바라보는 장면 등이 인상 깊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다소 익숙한 에피소드도 나오지만, 이런 진득한 감정선이 마음을 뺏는다.
연출을 맡은 나영창 감독과 임달화는 나 감독이 프로듀서‧편집‧조연 등을 맡은 ‘흑사회’ 시리즈 등 두기봉 감독의 범죄물로 만난 오랜 인연. 임달화는 “나 감독이 성장하는 걸 봐왔다”며 “그가 사람의 감정에 대한 디테일을 잘 그리는 데 반했다”고 했다.
느와르 인생 40년, 두기봉 영화 최고작은

중국 배우 임달화(런다화)는 40년 지기 두기봉 감독과의 최고작을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말보단 진한 감정. 전성기 시절 홍콩영화가 계승해온 유산이다. 그러나 홍콩 영화계도 많은 것이 변해왔다.

두기봉 감독과 배우 임달화의 또 다른 대표작 '흑사회'(2005). [사진 케이알컨텐츠그룹
괴한 피습 후 재활 "트라우마 있겠지만..."

임달화는 지난 7월 괴한의 피습 후 부상당한 손의 신경을 재활치료 중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버지는 시간개념을 엄격하게 가르치셨고 자기 직업에 대한 열정이 꼭 있으라, 하셨어요. 지금도 아버지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