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만든 민간 최초 유인 우주선이 발사에 성공했다. 정부가 개발과 발사를 독점하던 시대를 지나 ‘민간 우주 탐사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스페이스X는 30일 오후 3시 22분(현지시간)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쏘아올렸다.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7일 1차 시도를 했지만 발사를 불과 17분 앞두고 열대성 폭풍우와 번개 예보가 발목을 잡아 이날로 연기됐다.
이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이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크루 드래건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출발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크루 드래건을 실은 로켓 ‘팰컨9’도 스페이스X가 제작했다. 두 명의 비행사는 2000년 NASA에 합격해 각각 두 차례 우주를 다녀온 베테랑 우주 비행사다.
러시아 우주선 빌려타던 미국…9년만에 되찾은 자존심
과거와 달라진 점은 우주선의 설계와 제작의 주체가 NASA에서 민간 기업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앞서 NASA는 새로운 유인 우주선 개발 업체로 스페이스X와 보잉을 선정하고, 이들 업체와 각각 6차례 왕복비행을 하는 조건으로 26억 달러(약 3조 2000억원), 49억 달러(약 6조 500억원)에 계약을 했다. 러시아 소유즈 로켓과 캡슐을 탈 때 마다 1인당 최대 8600만 달러(약 1062억)씩 주고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비행은 지난해 3월 크루 드래건의 첫 무인 시험 발사(데모-1)에 이어 ‘데모-2’로 불린다. 유인 캡슐에 대한 최종 테스트 성격이다.
기계 뿐 아니라 인력도 스페이스X에서 주도적으로 배치했다. 이번 발사에 NASA 관계자들이 참여는 했지만 스페이스X 직원의 관제로 발사가 이뤄졌다. 이날 발사가 이뤄진 발사장도 과거 아폴로 우주선과 우주왕복선 발사에 이용되던 곳이지만 현재는 스페이스X에 임대된 상태다.
스틱 대신 터치스크린, 슬림해진 우주복
9년의 시간 동안 바뀐건 또 있다. 전자동 시스템을 갖춘 크루 드래곤은 스위치를 눌러 조종하지 않고 터치스크린을 쓸어 넘기는 형식으로 우주선을 제어하게 된다. 헐리는 “스틱이 아닌 터치스크린으로 입력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스틱의 경우, 앞으로 밀기만 하면 진행되지만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게 되면 공동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상탈출 시스템도 갖췄다. 두 차례 폭발 사망 사고를 겪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헐리와 벤켄의 복장도 바뀌었다. 과거의 우주복 보다 부피가 줄어든 날렵한 형태로, NASA의 비행복과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이는 지구와 ISS를 오갈 때만을 위해 개발된 실내용으로, 우주 유영은 할 수 없다. 크루 드래건의 좌석에 딱 들어맞게 제작됐다.
우주선은 시속 2만7360km의 속도로 날아가 발사 19시간 뒤 ISS와 도킹한다. 우주 비행사들의 구체적인 지구 귀환 시기는 도킹 후 6~16주 사이에서 추후 결정될 계획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사에 대해 "우주가 본격적으로 상업화 된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비용도 대폭 저렴하게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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