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천안문 사태' 추모집회…의회선 '국가법' 반대 오물투척

4일 밤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정부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천안문 사태 31주년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밤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정부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천안문 사태 31주년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4일 밤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천안문(天安門) 사태' 31주년을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오후 8시(현지시간) 현재 집회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30주년 추모 집회에는 역대 최대인 18만명이 운집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빅토리아 공원 주변에는 무장 경찰 3000여명이 배치됐다. 경찰은 공원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지만, 시민들이 공원에 모이는 것 자체를 강제로 막지는 않았다.  

앞서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8명 이상 모이는 집회를 금지시켰다.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안전법'(홍콩 보안법)이 통과된 것과 관련, 이번 집회가 자칫 대규모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이 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됐다.


빅토리아 공원 집회와 달리 홍콩 시내 몽콕 주변 쇼핑가에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일어났다고 SCMP는 전했다.  

특히 이날 홍콩 입법회(의회)에서 중국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이 통과돼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민주파 야당 의원들이 오물을 투척하는 등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통과됐다. 

4일 홍콩 입법회(의회)에서 '국가법' 심의 도중 민주파 의원 2명이 오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경찰이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홍콩 입법회(의회)에서 '국가법' 심의 도중 민주파 의원 2명이 오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경찰이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친중파 의원이 다수인 상황에서 이날 표결은 찬성 41표, 반대 1표가 나왔다. 민주파 의원들은 항의 차원에서 표결에 불참했다.


법안에 따르면 중국 국가를 장례식이나 공공장소의 배경 음악, 상업광고 등에 사용할 수 없다. 국가를 조롱하기 위한 노랫말 바꾸기 등도 금지된다. 또 차렷 자세로 경청하는 중국 방식에 맞춰 국가 연주 시 가슴에 손을 대서도 안 된다. 홍콩 교육부 장관은 중국 국가 관련 지침을 내려서 학생들이 지키도록 해야 한다.  

이런 조항들을 어기면 최고 징역 3년형이나 5만 홍콩달러(약 786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에선 축구 등의 국제 대회에서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되면 야유를 보내는 일이 흔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행위들이 엄격히 금지되는 셈이다.

한편 이날 오후 의회에서 국가법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오물 투척 사건이 발생했다. 에디 추 등 야당 의원 2명이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 플라스틱 통에 든 오물을 회의장에 투척한 것이다. 통 안에는 악취가 나는 동물 분뇨가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런 행동을 한 직후 천안문 사태를 상기시키면서 "31년 전 사람들을 죽인 공산당을 절대 용서하지 말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끄러운 정권은 영원히 악취가 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파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 앞서 천안문 사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6월 4일을 상징하는 64초간 묵념을 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국가법 위반자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21가지 국가법 수정안도 냈다. 이 법안은 모두 부결됐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