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탈석탄 역행하는 한국전력

인니 석탄발전 투자 이사회 의결 강행… “투자 철회만이 대안” 지적


인도네시아 현지 환경단체가 지난 6월 30일 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전의 자와 9·10호기 투자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그린피스

인도네시아 현지 환경단체가 지난 6월 30일 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전의 자와 9·10호기 투자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그린피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석탄 중심’ 해외 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 석탄 광산 개발 사업이 ‘탈석탄’ 움직임 속에 좌초했고,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업체 투자도 위기에 몰렸다. 한전은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로 투자의 중심을 옮기고 있지만, 발전소 투자 역시 ‘현재가치 손실’ 평가를 받고 있다. 발전업계 안팎에선 “한전이 탈석탄 흐름을 거부한 채 석탄 중심 투자에만 매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호주 광산개발 사업 투자 실패로 5135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2010년 4억 호주달러(약 3000억원)에 광산을 인수한 후 개발에 7000억원을 쏟았지만, 호주 당국이 환경 피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개발을 막아섰다. 같은 해 한전이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업체 PT바얀 지분 취득에 들인 6159억원 투자도 지난해 말 기준 1708억원 손실을 기록 중이다. 미국 에너지 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한전 해외 투자 분석 보고서에서 “석탄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한전의 해외 투자에 전력 시장 통찰이 결여됐다”고 평했다. 
 
 

“사업성 없다” 지적에도 원안가결 추진

그런데 한전은 석탄 중심 해외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6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자바(JAWA)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9월 투자심의위원회 가결 이후 “해외 석탄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두 차례 이사회 결의가 연기됐지만, 결국 추진을 결정했다. 지난 6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의결 보류 결정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한전은 사외이사에 이른바 ‘한전 사람’으로 불리는 인사를 배치하는 등 자바 9·10호기 사업 추진에 힘을 쏟았다.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은 인도네시아 자바 섬 서부 반튼 주에 총 2000메가와트(㎿)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각 1000㎿)를 짓는 대규모 건설 사업으로 인도네시아전력공사 자회사인 인도네시아파워(IP)가 대주주(51%)로 사업을 주도한다. 총 사업비는 34억6000만 달러(4조1590억원)다. 한전은 현지 석유화학기업인 바리토퍼시픽과 만든 합작회사에 지분 투자 방식(15%)으로 5100만 달러(613억원)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억5000만 달러(3000억원)에 달하는 주주대여금 보증을 떠안았다. IP는 현금 출자 없이 토지만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전의 부담이 큰 가운데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이 한전의 해외 석탄 투자 손실 규모를 더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가 확보한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전의 투자 수익을 -883만 달러(약 106억원), 현재가치 손실로 평가했다. 한전은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신청했으나, KDI는 2차 결과에서 역시 현재가치 손실 평가를 내놨다. 운영 기간 25년 동안 한전이 얻을 수 있는 손해가 최초 883만 달러에서 708만 달러(85억원)으로 줄어든 데 그쳤다.
 
한전은 “예비타당성 결과는 ‘투자 신중’을 뜻할 뿐 사업 추진과 관계없다”는 입장이지만,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전이 613억원을 투자해 얻게 되는 손실 85억원은 자바 9·10호기를 돌려 전력을 보내는 송전비율이 78.8%일 경우로 가정돼 있기 때문이다. KDI는 “자바 9·10호기와 같은 초초임계압(USC) 석탄화력발전소 송전비율은 74% 정도로 (송전비율) 75%를 초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KDI는 송전비율 시나리오에서 송전비율이 77.4% 수준으로 줄 경우 한전 수익성은 -2238만 달러(-269억원)로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이미 전력구매계약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전력청(PLN)은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등 장기 전력구매계약이 체결된 기존 석탄화력발전사업자에게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전은 자바 9·10호기 개발사업과 관련해 PLN이 전력구매계약에 따라 전력 생산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에 이행보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갖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세종 기후 솔루션 변호사는 “자바 9·10호기 개발사업 역시 전력구매 계약 변경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석탄화력발전 단가 경쟁력 상실 가능성 높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의 석탄화력발전 가격 경쟁력 약화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단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는 반면,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 피해로 석탄화력발전 발전단가 오르고 있다.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2028년이면 태양광 발전이 석탄화력발전 단가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석탄화력발전 사업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전이 투자를 결정한 자바 9·10호기 가동 예정 시점이 2025년인 것을 고려하면 가동 이후 3년 만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는 셈이다.
 
인도네시아는 석탄화력발전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부는 2015년 수립한 석탄발전 10개년 에너지 계획에서 42GW 규모 신규 설비용량 추가를 예정했지만, 2019년 제안된 계획에서 절반인 20.6GW로 줄였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계획 용량 31.2GW과 비교해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이 때문에 신규 사업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아리핀 타스리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인도네시아전력공사가 20년이 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력원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동 지연 가능성도 손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지 주민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반대가 움직임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전력청은 이미 2017년 “생산된 전기의 30~40%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자와 9·10기가 들어서는 자바-발리 지역의 전력예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주민들은 투자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회기후환경회의에 제출했는가 하면 화력발전소 발주를 취소하고 인도네시아 대기오염을 해결하라는 대정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환경단체가 건설 반대 목소리를 키우면서 자바 9·10호기 사업은 이미 계획보다 6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해외 석탄 투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한국은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철회만이 투자 손실 전철을 밟지 않을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앞선 해외 석탄 투자 실패는 기본적으로 석탄 쓰임이 전과 같지 않다는 데서 출발했다”면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하는 흐름 속에서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전의 PT바얀 투자 손실은 석탄 공급을 받기로 예정했던 발전소들의 건설 지연, 발전 규모 축소에서 비롯했다.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마저 한전의 해외 석탄 투자를 경고하고 나섰다. 연간 8500조원(2019년말 기준 7조4300억 달러)을 움직이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이자 ‘월스트리트의 제왕’ 블랙록은 ‘2020년 1분기 스튜어드십 투자보고서’에서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 참여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해외 석탄발전 투자는 두산중공업 살리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전의 이번 해외 석탄발전 투자 결의가 두산중공업 살리기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자바 9·10호기 건설에 두산중공업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사업 수주분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지분 투자와 함께 주주대여금 채무보증(약 2500억원)까지 총 3000억원가량을 들여 투자하고 있다”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 지원 고려가 분명히 포함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KDI는 “저가계약으로 인해 사업진행시 두산중공업도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한전 관계자는 “해외사업 추진을 통해 국내 전기요금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자바 9·10호기 개발사업은 추후 인도네시아가 추진하는 발전사업에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전은 호주 광산 투자와 PT바얀 지분 투자 실패로 지난해에만 총 6843억원 손실을 냈다. 지난해 한전이 기록한 당기순손실의 30% 수준이다. 멜리사 브라운 IEEA는 아시아에너지정책연구 국장은 “한전의 해외투자는 수익이 고르지 않고 신흥시장 전력 부문 투자자의 목표인 10~20% 내부수익률 문턱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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