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에서 연쇄살인마의 공범인 백희성 역할을 맡은 김지훈. [사진 빅픽처엔터테인먼트]](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19/97356285-0a09-4315-a8d7-fbae74098acf.jpg)
‘악의 꽃’에서 연쇄살인마의 공범인 백희성 역할을 맡은 김지훈. [사진 빅픽처엔터테인먼트]
지난 14일 배우 김지훈(39)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그가 예고한 대로 16~17일 방영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14~15회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15년 전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백희성(김지훈)은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아는 사람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제거해 나갔다. 납치와 협박은 물론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15년 전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의 공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현재진행형 시한폭탄이 된 셈이다.
그가 깨어나면서 시청률도 올랐다. 지난 15년간 백희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도현수(이준기)와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줄곧 3%대에 머물렀던 시청률은 5.1%까지 뛰었다. 장르물 특성상 중간 유입이 쉽지 않지만 ‘악의 꽃’은 절절한 멜로와 결합해 차별화를 꾀하는 데 성공했다. 연쇄 살인마의 아들이자 누나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쓴 수배자 신세로 살아온 도현수 곁에 누구보다 그의 무죄를 입증하고픈 아내 차지원 형사(문채원)가 있다면, 백희성 곁에는 아들의 새로운 삶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내할 준비가 된 부모님 백만우 병원장(손종학)과 약사인 공미자(남기애)가 있었다. 이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애끓는 마음을 더했다.
![15년 전 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였던 백희성이 침실에 누워있는 모습. [사진 tvN]](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19/dba47dcb-94e4-434d-873f-c75a852e483c.jpg)
15년 전 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였던 백희성이 침실에 누워있는 모습. [사진 tvN]
![사고 당시 모습. 한 작품이지만 시점에 따라 각기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진 tvN]](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19/fa7ff612-97f3-47e4-811c-037097364c19.jpg)
사고 당시 모습. 한 작품이지만 시점에 따라 각기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진 tvN]
극 중 어려서부터 수학 천재로 촉망받던 인재인 만큼 남다른 학구열도 돋보인다. 청각장애인 가정부를 살해한 뒤 이를 도현수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그의 지문이 묻은 테이프로 결박하고, 가정부로 위장한 어머니를 택시까지 태워 집에서 내보내는 등 증거를 조작한다. 결국 범행이 들통나자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이냐”고 되물을 정도. 아무리 복기해 봐도 완벽한 은폐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를 찾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어차피 무기징역인데 감옥에서 출판이나 해볼까”라며 “우리가 살인을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되뇐다. 그간 등장한 숱한 악역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지능과 파렴치함이다.
![‘왔다! 장보리’(2014)의 김지훈. 시청률 37.4%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 MB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19/e029b8dd-de24-4785-abc2-2a5f4929b9bc.jpg)
‘왔다! 장보리’(2014)의 김지훈. 시청률 37.4%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 MBC]
MBC ‘도둑놈, 도둑님’(2017) 종영 인터뷰에서는 “주말극과 미니시리즈,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며 대놓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족드라마에 적합한 이미지로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스스로 트렌디 물이나 장르물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에게 확인받지는 못했지만 좁은 틀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을 벗어버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TV조선 ‘바벨’(2019) 같은 비중은 줄어들더라도 임팩트가 있는 역할을 택했다. 주연 자리에서 내려오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야누스가 된 남자’ 태민호처럼 연기 변신을 꾀할 수 있는 조연을 자처한 것. ‘내 마음이 들리니’(2011) 이후 쏟아진 엇비슷한 서브 남주 역할을 거절하고 캐릭터로 승부해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오른 남궁민처럼 변화가 절실하던 차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크라임씬 3’(2017)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활약한 김지훈. [사진 JTB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19/e1dbb227-ecdc-4b63-bebf-e2bd52e6cd67.jpg)
‘크라임씬 3’(2017)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활약한 김지훈. [사진 JTBC]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