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끈 월성 원전 감사 결과 나온다…경제성 조작 여부가 핵심

월성 원자력발전.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자력발전.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원의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조기폐쇄’ 감사결과가 감사 착수 1년 만에 곧 공개된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이 확인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감사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석 달 새 3707→224억원 경제성 급감

1983년 4월 첫 상업 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원래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을 완료했다. 하지만 한수원이 예산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2022년 11월까지 운행 기간을 늘렸다. 

문제는 지난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하면서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최종 의결했다. 한수원이 자체 예산 수천억 원을 들여 수명을 연장한 원전을 불과 몇 년 만에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이 조기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결 직전 총 3차례에 걸쳐 경제성 평가를 진행했다. 그때마다 평가 가치는 급격히 낮아졌다. 

2018년 3월 한수원 자체 평가보고서에서는 2022년까지 계속 가동하면 3707억원 이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2018년 5월 외부 회계법인 평가보고서 초안에서는 이익이 177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회계법인은 최종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 계속 가동 이득을 1778억원에서 224억원으로 다시 수정했다. 회계법인 보고서 수정 전 산업부·한수원이 회계법인과 내부 회의도 가져 조작 의혹을 더했다.


국회에서는 보고서 조작 여부를 밝혀 달라며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늦어도 20일까지” 감사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감사 착수 1년 만에 최종결과가 공개되는 것이다. 

①전력판매단가 원가보다 싸게 조작?

경제성 조작 의혹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전력판매단가다.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사는 전기를 생산해 이를 한국전력에 판매한다. 이때 한전이 한수원에서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이 전력판매단가다. 이 판매단가가 비쌀수록 매출이 올라가기 때문에 경제성 평가 점수도 높아진다.

문제는 한수원이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해 만든 보고서에서 설정한 판매단가가 원전 평균원가보다 싸다는 점이다. 

판매단가는 전력을 생산할 때 들인 원가보다 높게 쳐주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한전은 사들인 전력 중에서 가장 비싼 발전원으로 만든 원가를 기준으로 판매단가를 정한다. 예를 들어 한전이 필요 전력을 원전·석탄·유류·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채웠다면, 이 중 가장 비싼 LNG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단가를 정한다. 원전은 원가가 가장 싼 전력원이기 때문에 원가가 판매가격보다 비쌀 수는 없다.

원래 회계법인 보고서 초안에서 설정한 판매단가는 60.76원/kWh이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서는 판매단가 기준이 5년 전망치로 갑자기 바뀌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한수원이 회계법인에 제시한 판매단가 예측치는 2022년 48원/kWh 수준까지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한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2015년 발전원가인 49.58원/kWh보다도 저렴해진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수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매단가를 예측했는지 모르겠지만, 원가보다 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②고무줄 원전가동률…석 달 만에 25%포인트↓

전력판매단가 못지않게 원전의 경제성 평가에 중요한 부분이 원전가동률이다. 가동률이 떨어질수록 생산 전력량도 줄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3번에 걸쳐 나온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 가동률 예측치도 85%→70%→60%로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회계법인 최종보고서에서는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정부가 2017년도 현재 경제급전방식에서 환경적 비용을 고려한 환경급전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어 경제적인 원자력발전의 우선순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월성 1호기 평균 가동률이 80%에 달했지만,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가동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분석마저 한수원 이사회는 무시됐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기준이 되는 가동률은 54.4%였다. 가동률이 54.4%를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회계법인의 최종보고서에서 제시한 가동률 60%도 이보다 높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한수원 측은 “불확실성이 많아 54.4%를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③산업부 월성 1호 조기폐쇄에 개입했나?

조기폐쇄 과정에서의 산업부 개입 여부도 논란이다. 산업부는 2018년 2월 한수원에 보낸 공문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이 포함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며 “이에 한수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밝혔다. 이 공문을 근거로 한수원은 이사회에서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분석 과정에도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법인이 월성 1호기 경제성 분석 첫 번째 보고서를 만든 뒤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가 함께한 회동이 있었다. 이 회동 이후 월성 1호기 경제성을 급격히 축소한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산업부, 한수원, 회계법인 간 회의는 회계법인이 경제성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관의 의견청취 목적으로 개최됐다”며 “산업부는 한수원, 회계법인에 경제성평가의 기준이나 전제를 바꾸라고 압력을 행사하거나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감사과정에서 자료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감사 과정에서 밝혀낸 사실에 의하면 국회 감사요구 이후에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거의 삭제했다”고 말했다. 현재 감사원에서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당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관여한 산업부·한수원 관계자 3~4명에 대해 형사고발 및 징계권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단순히 한수원 회계기준에 의한 경제성만이 아닌 안전성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한 담당자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