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지난 2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고가 민영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10명 중 9.5명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서울 강남권 아파트다. 국토교통부가 19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7월까지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 이상인 고가 분양단지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174명) 86.2%가 30대, 8%가 20대였다. 3.3㎡당 2500만원 이상 분양단지 당첨자(1326명) 연령대도 비슷하다. 30대가 86.9%, 20대가 7%다.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인 만큼 젊은 층의 당첨 비율이 높은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청약 조건을 따져보면 ‘금수저를 위한 청약’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비싼 전셋집 자금출처 따지지 않아
그런데 월평균 소득만큼 버는 신혼부부가 월급만으로 7억 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쉽지 않다. 분양가의 40%를 대출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60%(4억2000만원)는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부부가 7년간 월급을 거의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결국 ‘부모 찬스’ 없이는 힘들다.

서울 고가 아파트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연령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부모 찬스’를 걸러 내는 장치는 허술하다. 분양계약을 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지만, 현재 사는 전셋집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증빙은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결혼할 때 부모가 전세보증금을 마련해줬어도 해당 분양단지의 자금조달계획서에 이런 내용을 적지 않는다.
결혼 전에 부모가 집을 장만해준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위해서는 무주택자여야 하지만, 혼인 전에 소유하고 있던 주택을 혼인신고일 전에 팔았다면 무주택으로 인정한다. 예컨대 결혼 전에 부모가 사준 집을 팔고 혼인신고를 했다고 하자. 해당 집을 팔고 받은 자금을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분양계약을 할 때는 예금자산으로 기재하면 된다.
소득 제한있지만 자산 제한은 없어
혼인 기간도 짧을수록 유리하다. 3년 이하는 3점, 5년 이하는 2점, 7년 이하는 1점이다. 짧은 기간에 거액을 마련할 수 있거나, 결혼 전부터 현금이 많으면 가산점을 받는 게 더 쉬운 형태다. 김상훈 의원은 “결국 소득은 적지만 돈이 많은 특정계층의 접근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영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도 자산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분양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부동산과 자동차에 대한 자산 기준이 있다. 부동산(토지+건물)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원 이하여야 한다. 민영주택은 자산 기준이 없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인 특별공급의 취지를 위해서는 자산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며 “다만 저소득층이 실제로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대출 규제 완화 같은 실질적인 지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