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빅 배스'…현대차, 충당금 3조4000억원 3분기 실적에 반영

현대차 쏘나타. 현대차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 등 차량 품질비용으로 3분기 실적에 2조13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다고 19일 공시했다. 사진 혅대차

현대차 쏘나타. 현대차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 등 차량 품질비용으로 3분기 실적에 2조13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다고 19일 공시했다. 사진 혅대차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 리콜 등과 관련해 3조3900억원의 충당금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19일 현대차 2조1300억원, 기아차 1조2600억원의 품질개선 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한다고 이날 공시하고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설명회를 했다. 정의선 회장 체제 시작 단계, 그리고 전기차 원년인 내년이 오기 전 2015년부터 문제가 된 세타2 직분사(GDi) 엔진 논란을 해소하고 적자를 털고 가겠다는 '빅 배스(Big Bath)'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충당금 반영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에서 실적 발표 전 이례적으로 설명회도 열었다.

현대·기아차 추가 품질 비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현대·기아차 추가 품질 비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3분기 현대·기아차는 세타2 직분사(GDi) 엔진에 대한 품질개선 관련 충당금으로 각각 6100억원, 3100억원을 반영했다. 세타2 GDi 엔진이 장착된 소유주에게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 적용을 확대하고 엔진에 대해 평생 보증을 해주기로 한 비용이다. 이날 공시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기아차 k5. 기아차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K5 등 차량 품질비용으로 3분기 실적에 1조26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다고 19일 공시했다. 사진 기아차

기아차 k5. 기아차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K5 등 차량 품질비용으로 3분기 실적에 1조26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다고 19일 공시했다. 사진 기아차

 
올해 충당금 비용이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어난 이유는 대상과 보증 기간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품질 개선 대상은 세타2 GDi 엔진뿐만 아니라 향후 세타2 MPI·HEV, 감마·누우 엔진도 추가도 포함된다. 품질 개선 대상에 포함된 세타2 GDi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국내와 해외 판매분을 합해 현대차 240만대, 기아차 181만대로 총 421만대다. 현대차 쏘나타·투싼·싼타페(2013년~2018년식), 기아차 K5(미국명 옵티마)·쏘렌토·스포티지(2011년~2018년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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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상 차량 469만대에서 48만대가량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엔진 품질개선 캠페인에 포함된 2019년식은 엔진 교체가 거의 없어 이번 비용 산정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보증 기간도 늘려 잡았다. 현대차는 "지난해엔 미국 산업 평균인 12.6년으로 했지만, 다시 실제 폐차 기준을 적용해 19.5년으로 재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기타 엔진 316만대가 포함되며, 전체 대상 차량은 737만대로 대폭 늘었다. 현대차는 세타2 MPI·HEV와 감마·누우 등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 소프트웨어(KSDS) 장착 캠페인을 할 계획이며, 비용도 충당금에 포함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전 세계서 719만대를 판매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액 26조6895억원, 영업이익 1조1338억원, 당기순익 1조457억원이었다. 2조원가량의 비용을 충당금으로 설정하면 영업익은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 매출의 10%에 육박하는 충당금에 대해 업계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리콜의 범위는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며 "엔진 교체 요구에 부응하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독자 개발한 세타 엔진 후속인 세타2를 2009년부터 양산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주행 중 멈추는 등 논란을 빚었다. 

또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품질 관련 이슈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털고 가자는 의미가 포함됐다는 시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 관련 이슈를 확실히 털고 가자는 '빅 배스'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정의선 회장 체제에 들어선 이후 품질 경영에 대한 의지 표명"이라고 말했다. 빅 배스 전략은 경영진 교체 시기에 부실자산을 대규모로 반영해 잠재부실이나 이익 규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련 정보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유사한 품질비용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향후 철저한 품질관리와 비용 예측에 대한 정확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