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아파트 5000만원 떨어져도 보유세는 44만→100만원 뛴다

서울 노원구에 시세 6억원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김모(48)씨는 집을 산 뒤 처음으로 보유세를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90%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을 전해 듣고서다.
 
1주택자인 김씨는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탓에 그동안 재산세 30만원 정도만 냈다. 올해 재산세는 44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시세가 3억8000만원이었던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2억6800만원(현실화율 70%)으로 책정돼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80%, 90%, 100%로 하는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 중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높이는 안이 가장 유력하다. 이 안에 따르면 시세 9억원 미만 아파트(현실화율 68.1%)는 10년 후, 9억~15억원 아파트(현재 69.2%)는 7년 후, 15억원 이상(현재 75.3%)은 5년 후 90%에 도달한다.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90%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90%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집값 내려도 세금 더 내라'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높아지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집값이 내려가도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집값이 내려가도 세금은 더 내라’는 역설에 빠진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는 데 세금은 늘어나는 것은 집값 변동성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 10년간 일률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접근방식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현재 6억원인 아파트 시세가 10년 후 10% 떨어져도 보유세는 2.2배를 내야 한다. 중앙일보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요청해 연평균 1%씩 집값이 하락할 경우 보유세 변화를 시뮬레이션(모의계산)한 결과다. 
 
정부가 목표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90%가 될 때까지는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세금은 증가한다. 예컨대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84㎡(이하 전용면적)는 현재 시세가 9억4000만원이다. 매년 1%씩 집값이 하락해 7년 후 8억8500만원으로 떨어져도 보유세(1주택자)는 꾸준히 올라 현재 88만원에서 220만원으로 뛴다.   
 
10년에 걸쳐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맞추겠다는 정부의 계획(90% 안)대로라면 김씨의 경우에도 재산세가 배로 늘어난다. 현재 6억원 정도인 집값이 매년 1%씩 떨어져서 10년 후에 5억5000만원이 돼도 김씨가 내야 하는 재산세는 100만원으로 올해(44만원)보다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김씨는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그래도 받아들이겠는데 집값이 내려가는데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떨어져도 보유세는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파트값 떨어져도 보유세는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격 쌀수록 보유세 상승률 더 높아 

9억 미만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 무지개 59㎡의 경우에도 시세가 매년 1%씩 떨어져도 보유세(1주택자)는 5년 후 86만원, 10년 후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 사이 아파트값이 6억원에서 5억4800만원으로 하락했다고 가정했을 때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집값이 쌀수록 현재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낮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90% 수준까지 맞춘다면 결과적으로 보유세 상승률은 더 커지고 세금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장기적으로 계획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처럼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세를 풀어야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거래가 원활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시가 시세반영률을 차등화해 적용하는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세금 인상은 가격 안정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가격대별로 차별화해서 올리면 세금에 따른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