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턱스크' 신고 26시간 뒤 확인···마포구 "처벌 어렵다"

방송인 김어준 씨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이 일자 서울 마포구가 “현장 적발이 아니어서 처벌이 어렵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 확인은 신고 접수 후 26시간 이상 지난 뒤에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단속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수칙 위반 단속은 과태료 부과보다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독려하는 등 계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위반 시점에서 하루가 더 지나 출동하면 현장 지도가 불가능하다.
 

현장단속, 과태료 징수 아닌 방역수칙 계도가 목적 

T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방송인 김어준 씨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7인 이상이 모인채 회의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T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방송인 김어준 씨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7인 이상이 모인채 회의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어준 씨는 지난 19일 마포구 상암동 소재 스타벅스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일행 4명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으로는 김씨를 포함 총 5명이 자리했다. 하지만 마포구가 폐쇄회로(CC)TV 등 현장을 조사한 결과 총 7명이 자리를 함께한 것이 확인돼 “5인 이상 집합금지와 마스크 착용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마포구는 26일 “(턱스크 논란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고 밝혔다. 마스크 미착용은 공무원이 현장을 직접 적발하는 게 원칙인 데다, 적발한다 해도 마스크 착용을 계도한 다음 이행하지 않을 때만 과태료 등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마포구의 설명이다. 김어준 씨는 사진으로 신고가 접수됐을 뿐 현장적발이 아니기 때문에 10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행정기관 참고용으로 뿌린 '과태료 부과 업무 안내서'에 따르면 현장 단속 시 지도 후 불이행시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지난해 7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행정기관 참고용으로 뿌린 '과태료 부과 업무 안내서'에 따르면 현장 단속 시 지도 후 불이행시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마포구가 언급한 지침은 중앙방역대책본부 문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0월 중대본이 행정기관 참고용으로 발행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준수 명령에 따른 과태료 부과 업무 안내서’에는 “위반행위 적발시 당사자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지도하고, 불이행시 절차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돼 있다. 단속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도록 안내하는 게 목적이지 과태료 징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신고 26시간 지나 현장에…애초에 불가능했던 계도·적발


 그러나 마포구가 현장을 확인한 시점을 고려하면 애초에 현장 지도 역시 불가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포구 관계자는 27일 “지난 20일 오후 2시쯤 김 씨가 머무른 스타벅스 매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일행과 함께 카페에 머무른 건 전날인 19일 오전 9시10분~9시27분이다. 마포구가 온라인 민원 형식으로 신고를 접수한 게 이날 오전 11시30분쯤임을 고려하면 접수 시점부터 현장 확인까지 26시간 이상 걸린 셈이다.
 

사진·동영상으로 신고하라더니…신고제 실효성 의문

행정안전부가 운영중인 안전신문고 중 코로나19 신고란. 사진ㆍ동영상과 함께 900자의 내용을 담아 신고할 수 있다. [안전신문고 앱 캡처]

행정안전부가 운영중인 안전신문고 중 코로나19 신고란. 사진ㆍ동영상과 함께 900자의 내용을 담아 신고할 수 있다. [안전신문고 앱 캡처]

 이에 따라 정부와 자치단체가 “방역 수칙 위반 사례를 신고해달라”며 시행중인 ‘코로나19 안전신고제’나 ‘시민 신고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이후 안전신문고에 ‘코로나19 신고’란을 추가하고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한 영업모임, 자가격리 무단이탈, 마스크 미착용 등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김 씨의 사례처럼 사진·동영상과 발생지역, 900자의 설명을 담아야 한다. 포상금을 노리고 신고를 남발하는 ‘코파라치(코로나와 파파라치의 합성어)’ 논란에 없어지긴 했지만, 지난해까지 우수 신고자에게 10만원의 온누리 상품권도 줬다. 서울시도 3만원의 상금을 줬다.
 
 그러나 마포구처럼 직접 민원이 들어와도 현장 확인이 늦는 데다, 안전신고제의 경우 행안부→지자체→관련부서로 이첩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김 씨 사례처럼 CCTV 등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현장을 목격하지 않으면 신용카드 정보 조회나 사진만으로는 지도와 처벌이 불가능하다.
 

“구상권 청구한다더니” 허탈한 시민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3일~올해 1월3일까지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발표하며 Q&A 자료를 내고 ″현장계도, 행정지도를 통해 사적모임을 최소화 하고 구상권 청구도 진행될 수 있다″며 실효성 확보를 약속했다.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3일~올해 1월3일까지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발표하며 Q&A 자료를 내고 ″현장계도, 행정지도를 통해 사적모임을 최소화 하고 구상권 청구도 진행될 수 있다″며 실효성 확보를 약속했다. [서울시]

 
 시민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방역 수칙 위반시) 고소, 구상권 청구 등 희생을 강요하더니 내 편이니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인가”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외에도 “마포구에선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괜찮은 것인가”, “(단속반) 없을 땐 (마스크를) 내려도 과태료가 아니란 거냐”라는 반응도 있었다.
 
 다만 마포구는 김 씨 등 7인이 모여 회의한 것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마포구 관계자는 “상급 기관인 서울시에 문의하는 등 법적 판단을 위한 조사가 끝나지 않아 결정이 미뤄졌다”며 “판단을 내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만약 5인 이상 집합금지에 위반으로 판명되면 김 씨 일행에는 10만원, 스타벅스에는 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허정원·함민정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