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불참 의사를 밝히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남북 선수단이 개회식에 공동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한 것과 같은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도쿄 올림픽을 남북의 화해 계기로 삼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북한은 6일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열린) 총회에서 악성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도쿄 올림픽을 제2의 평창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한 건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도 대화에 임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이후 북한이 처한 대내외 환경은 급변했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 노딜’로 끝나며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고스란히 부각됐고, 북한은 한국이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할 역량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정상끼리 우선 만나고 보자는 톱다운(하향식) 대북 접근을 꺼린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도쿄 올림픽에 불참 결정을 내린 건 한국이나 미국과의 대화나 협력을 위해 자신들이 먼저 나서진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에 해당하는 만큼 이후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쿄 올림픽 불참은 남북 관계뿐 아니라 한·일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과거사 갈등으로 일본과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북한의 불참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희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올림픽은 세계 평화 제전인 만큼 앞으로 시간이 남아 있으며, 북한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정부는 도쿄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런 계기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은 이날 “IOC는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부터 도쿄 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무를 면제해 달라는 어떠한 공식적인 신청도 접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대변인은 “북한 국가패럴림픽위원회(NPC)로부터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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