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한 장관들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앞줄 오른쪽). 연합뉴스
G7 외교ㆍ개발장관들은 4∼5일 영국 런던에서 대면 회의 뒤 채택한 성명에서 신장, 티벳, 홍콩, 대만 등 중국이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예민한 현안들을 모두 지적했다. “국제법과 국내법상 의무에 따라 중국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권을 존중하기를 요청한다”면서다. 또 “우리는 신장과 티벳에서의 인권 유린, 특히 위구르족을 표적으로 삼고 대규모 ‘정치 재교육 수용소’를 유지하는 데 지속적으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홍콩의 자치권 및 자유 보장을 요청한다. 자유와 민주주의적 가치, 권리를 지키려는 이들을 표적으로 삼는 일을 중단하라”고도 밝혔다.
“대만 WHO 참여 지지” 하나의 중국 위협?
이에 더해 경제ㆍ통상 분야에서도 중국의 행동 교정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리는 무역, 투자, 개발금융 등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저해하는 관행에 대한 우려 속에 단합돼 있다”고 밝혔다. 개발금융을 특정해 언급한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G7 외교·개발장관 공동성명 주요 내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든의 미국’ 입장 대폭 반영
그간 한국은 한ㆍ중 관계를 의식해 신장, 티벳, 홍콩 등과 관련해 사실상 명확한 입장 표명을 피해왔다. 그런데 ‘예고편’ 격인 외교장관 간 합의에서 중국을 고강도로 비판한 G7의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국제사회는 한국도 G7과 인식을 함께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실제 G7 장관들은 성명에서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 등이 공동의 우선순위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게스트 국가로서 참여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행사 참석차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G7과 인식차만 부각하나
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여해서도 G7의 중국 압박에 거리를 두고, 오히려 의견 차이만 부각된다면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실익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G7 정상회의 초청이 국제적 위상 제고는 맞지만, 일단 참여하게 되면 선택적으로 골라서 특정 현안만 협력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성명에서 다뤄진 문제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한 입장에 대해 먼저 정교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운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도성초 학생들과 영상연결을 통해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北 인권, 제재도 한국과 온도차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 성명을 보면 미국의 대중 연합전선 추진에 다른 G7 국가들도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도 인권 등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했다”며 “이는 곧 한국이 게스트라는 이유로 G7의 인식과 거리를 둘 경우 미국과 같은 길을 가기를 꺼리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