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네이버가 6000억 썼다, 문장마다 댓글 '신개념 웹소설'

네이버가 올해 초 6600억원짜리 회사를 인수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이자, 네이버의 반년치 영업이익(2020년 영업이익 1조 2153억원)을 뚝 떼어내 이 회사를 사는 데 썼다. 그 대상은 영미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이미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네이버웹툰과의 시너지 효과를 전망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네이버의 기대대로, 왓패드는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 날개가 되어줄까.
 
중앙일보는 알렌 라우(Allen Lau) 왓패드 공동창업자 겸 대표(CEO)를 지난달 28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라우 대표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구상에는 수십억 명이 있고 이들 모두가 자기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며 “왓패드는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 중인 알렌 라우 왓패드 창업자.[사진 네이버]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 중인 알렌 라우 왓패드 창업자.[사진 네이버]

 
어떻게 창업했나.
난 독서광이다. 회사 퇴근 후 TV 보는 대신 늘 책을 읽었다. 기술과 독서를 결합한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때마침 독서를 좋아했던 공동 창업자 이반 웬을 만났고 2006년 창업하게 됐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발견하고, 공유하고, 연결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싶었다.  
 
2006년부터 웹소설 시장에 도전했단 얘긴가.
처음엔 피처폰용 읽기 앱이었다. 그런데 2007년 아이폰이 나왔고 모바일 세상이 열렸다. 그때 생각했다. '손에 늘 들고 다니는 기기에서 글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글을 쓸 수도 있다면 어떨까'라고. 모바일 환경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게 지난 10여년 간 판도를 바꾸는 핵심 경쟁력이 됐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데, 굳이 전문 작가만 책 쓰란 법 있나.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기회를 가졌나. 
지금 왓패드에선 전 세계 500만명의 창작자들이 글을 쓰고 있다. 콘텐트 수는 10억개가 넘는다. 읽는 사람은 9000만명이다.”
 
당신도 혹시 왓패드 작가?
작가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단편을 몇 개 쓰긴 했다. ‘좋아요’ 수 억개를 받는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내 글은 인기가 많진 않았다. (웃음)
 
이제는 웹소설 플랫폼이 많아졌다. 왓패드의 경쟁력은 뭔가.
기본적으로 우린 '팬덤 비즈니스'를 지향한다. 말하자면 지식재산(IP)과 작가는 일종의 연예인이고 우리는 연예기획사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팬의 반응을 창작 과정에 적극 수용한다. 우리 플랫폼에서는 문단 문단마다, 챕터 챕터마다 댓글을 달 수 있다. 독자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를 작가가 정교하게 알아채고 거기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스토리를 완성하는 건 작가이지만 일방향이 아니라 독자와 교류를 통해 만들어 낸다. 우리 이용자는 전 세계에 퍼져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팬덤을 키울 수 있다. 우리는 비평가가 아닌 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왓패드는 어떤 회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왓패드는 어떤 회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술의 시대에, 작가가 댓글을 읽고 판단한다는 건 좀 아날로그적이다. 
10년 전 직원 수가 10~20명이었는데 직원들이 콘텐트를 다 읽을 수가 없었다. 기술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분석가를 고용했다. 그때부터 콘텐트를 단어, 문장 단위로 분해해 비교하고 분석하는 ‘스토리DNA’ 기술을 발전시켰다. 10억개가 넘는 스토리를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비교·분석·추천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독자가 느꼈을 감정의 기복을 기술로 파악한다. 댓글과 사람들이 읽은 시간, 반응, 얼마나 공유했는지 등의 변수를 문장·단어와 결합해 독자의 감정을 움직인 대목이 어디인지를 찾아낸다. 이를 추천 엔진과 결합해 유사 콘텐트, 그와 정반대 콘텐트 등으로 구분해서 적절히 추천한다. 왓패드엔 정말 많은 콘텐트가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분석 기술이다. 영어 콘텐트 외에 50여 종의 다른 언어로도 다 분석 가능하다.
 
인기 많은 콘텐트의 비결을 참고하다보면, 천편일률적인 ‘양산형 콘텐트’만 재생산하는 것 아닌가.
스토리DNA가 그래서 좋은 기술이다. 인기 있는 작품만 분석하는 게 아니다. 독창적인 콘텐트도 찾아낸다. 독자에겐 유사한 것과 새로운 것을 같이 추천해준다.
 
왓패드에 올라온 웹소설 '판타지 리얼'(A Fantasy Real)의 도입부(왼쪽). 단락마다 댓글을 달 수 있다. 댓글을 클릭하면 내용이 보인다.(오른쪽) [사진 왓패드 캡처]

왓패드에 올라온 웹소설 '판타지 리얼'(A Fantasy Real)의 도입부(왼쪽). 단락마다 댓글을 달 수 있다. 댓글을 클릭하면 내용이 보인다.(오른쪽) [사진 왓패드 캡처]

 
왓패드 출신 웹소설은 확장성이 크다. 지금까지 책, TV드라마, 영화로 제작된 웹소설만 1500편이 넘는다. 영상도 90여 편이다. 5년전부터 자회사로 왓패드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넷플릭스, 소니 픽쳐스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왓패드에서 조회 수 15억 건을 기록한 ‘애프터’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2019년 개봉 당시 17개국에서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후속작이 이어지면서 총 6편의 장편영화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키싱부스'도 왓패드 웹소설 출신이다. 라우 대표는 “팬덤이 있는 스토리를 골라 성공 확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영역을 어떻게 확장하게 됐나
5년여 전 깨달았다. 우리는 수많은 창작자들이 활동하는 ‘IP공장’이라는 것을. 정말 훌륭한 스토리가 있고 그걸 좋아하는 팬덤이 있고 어디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우린 가지고 있다. 모든 콘텐트의 출발점은 좋은 스토리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스토리를 다양한 포멧으로 알리기 위해 왓패드 스튜디오를 세웠다.  
 
웹소설과 영상은 전혀 다른 분야였을 텐데.
물론 각각의 특징있다. 예컨대 TV의 경우 한 회가 끝날 때 마다 ’클리프 행어‘(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를 집어넣어야 한다. 영화는 120분 정도 한정된 시간에 맞춰야 한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렇게 콘텐트를 변주할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제작사와 우리의 차이다. 그들은 대본을 보고 결과가 어떨지 예측 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어느 부분을 각색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안다. 왜 수백 페이지짜리 긴 콘텐트에서 사람들이 유독 한 챕터만을 좋아하고 열광하는지를 분석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만약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한다면 데이터 근거해 보다 완성도 높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다.
넷플리스 인기 드라마인 키싱부스 한 장면. [사진 IMDB]

넷플리스 인기 드라마인 키싱부스 한 장면. [사진 IMDB]

네이버와는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나.
웹툰과 웹소설을 합치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두 플랫폼 월간 순 이용자를 합치면 약 1억 6600만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웹소설, 웹툰, TV드라마, 애니메이션, 책, 영화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 포맷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생태계 자체가 괄목할만하게 커질 것이다. 지금은 특히 오리지널 IP에 대한 수요가 큰 시기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트를 볼 수 있어서다. 우리는 끊기지 않는 무한대의 IP를 가지고 있다.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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