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여성 사진가 이정진의 초기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 ‘심마니(SIMMANI)’ 연작. [사진 SPACE22]](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17/6fd000bc-71ce-4348-8a92-8c2533f42efd.jpg)
한국 대표 여성 사진가 이정진의 초기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 ‘심마니(SIMMANI)’ 연작. [사진 SPACE22]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무겁지 않은 두 사진작가가 지금 서울 강남에서 각각 전시를 열고 있다. 이정진은 서울 강남대로 스페이스22에서 출판기념전 ‘심마니(SIMMANI)’를 열고 있고, 민병헌은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미술관에서 개인전 ‘황홀지경’을 열고 있다. ‘사진’이라는 같은 매체를 탐구하지만 각기 다른 궤도로 진입해 더욱 성숙해가는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기회다.
![민병헌의 신작 시리즈 ‘남녘유람’. [사진 포스코미술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17/5ae31ece-42f6-4827-80be-f3a93e30c734.jpg)
민병헌의 신작 시리즈 ‘남녘유람’. [사진 포스코미술관]
‘심마니’의 주인공은 작가가 1988년 미국으로 가기 전인 1987년 울릉도 겨울 산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자연인’ 노부부다. 작가는 그해 1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부부를 방문해 사진을 찍었고, 당시 찍은 사진들은 『먼섬 외딴집』(열화당)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으로 출간됐다. 이 작업을 계기로 그는 미국에서 뉴욕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현대 사진 거장인 로버트 프랭크의 제자이자 조수로 활동했다.

이정진과 민병헌은 각기 다른 사진 언어로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사진은 이정진의 ‘심마니’.
이정진은 “지난 삼십여년 간 추구해온 나의 작업은 주로 사막이나 숲, 인적이 드문 자연 속에서 느끼는 내적 체험에 관한 것들이었다”며 “이제 돌이켜보면 평생 심마니로 살아간 노인의 삶이 작가로서 지내온 나의 여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를 사로잡은 것은 두 노인의 고단한 삶 뒤편에 전해지는 담담한 평화로움이었다. 그 기억이 현재 내가 걷고 있는 길 위에 부는 바람처럼 소중한 느낌으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진과 민병헌은 각기 다른 사진 언어로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사진은 민병헌의 ‘남녘유람’.
민병헌은 ‘수묵화 같은 사진’ ‘민병헌그레이’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특유의 ‘희미한’ 표현으로 유명하다. 쨍하고 선명한 사진은 그와 거리가 멀다. 한 프레임 안에 하늘과 갯벌과 새 혹은 산등성이와 길은 서로 뗄 수 없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기 일쑤다. 신작 ‘남녘유람’은 2020년부터 시작한 최근 작업으로, 작가가 그동안 선보인 작업에 비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민병헌의 사진을 가리켜 이정민 아트컨설턴트는 “민병헌의 카메라에 찍힌 자연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동시에 다가와서 우리의 감각을 건드린다”며 “민병헌의 사진은 컬러로 보이는 실제 세계를 흑백의 추상적 차원으로 환기하며 한 편의 시가 되어 다가온다”고 평했다. 민병헌은 “처음엔 콘트라스트(명암대비)가 명확한 사진을 찍었지만, 지금은 콘트라스트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며 “흰색과 검은색보다 오히려 다양한 높낮이의 회색이 풍경의 디테일을 살린다”고 말했다. ‘심마니’전은 29일까지, ‘황홀지경’은 25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