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문 대통령에 돌직구 “공직자가 국민 아닌 정권 눈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제헌절을 맞아 첫 서면 정치메시지를 내고, "통치행위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았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중앙포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제헌절을 맞아 첫 서면 정치메시지를 내고, "통치행위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았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중앙포토

 
전날(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제헌절(17일)을 앞두고 서면 형태의 첫 정치 메시지를 냈다. 최 전 원장은 16일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통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았다”며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에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판사 출신인 최 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헌법 조문과 함께 살아온 제가 낯선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라 이번 제헌절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온다”며 “대통령도 헌법 아래다.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정치에 나서는 다짐을 밝혔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 논란과 개헌론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우리 정치의 끊임 없는 갈등과 반복, 극한적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서가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8년 1월 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감사원장 임명장 수여식후 최재형 감사원장과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8년 1월 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감사원장 임명장 수여식후 최재형 감사원장과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입장문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최 전 원장의 문제 인식이 곳곳에 드러났다. 최 전 원장은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도 않았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 개입도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 정권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헌법정신을 다시 회복하고 법치주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장 시절 대대적인 탈원전 감사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후 여권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2018년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는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즉시 가동 중단’이라는 조작된 평가 보고서가 작성되는 등 현 정부에서 자행된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최 전 원장의 문제의식이 입장문에 담겼다”고 했다. 


'권한을 넘어선 인사 개입'을 지적한 대목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2018년 청와대가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김오수 현 검찰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하고, 현직 감사위원을 민정수석(김진국)으로 발탁하는 등의 각종 인사 문제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권형 개헌론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변화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다. 최 전 원장은 입장문 말미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헌법 제7조 1항의 문구를 적었다.

김영우 尹 겨냥 “최재형, 탄핵과도 관계없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 전 원장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빈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조문객 제공]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 전 원장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빈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조문객 제공]

 
최 전 원장 측은 주말 사이 서울 여의도 인근에 캠프 사무실 계약을 마칠 계획이다. 캠프 관계자는 “향후 사무실을 거점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거나, 필요하면 기자들과의 적극적인 질의응답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 중에는 최 전 원장이 생각하는 ‘대통령상(像)’에 대한 입장문도 발표한다. 코로나 19사태 확산을 고려해 국민의힘 의원과 1대1로 공개 회동하면서 스킨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이르면 이번 주말 페이스북 등 SNS도 개설한다.

최 전 원장 측은 이날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도 이어갔다.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교체 뒤 국민을 아우르는 데는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보다 더 적합하다”며 “최 전 원장은 분노와 갈등보다는 통합의 정치를 할 분이고, 탄핵과도 관계없다”고 윤 전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