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대선경선 후보 탄소중립 공약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24일 발표한 탄소중립 관련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이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당 탄소중립특별위 2기 출범일에 맞춰 각자 3분씩 준비한 영상을 통해 탄소중립 공약을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여당 대선 주자들의 탄소중립 공약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석탄화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큰 틀은 유사했고, 일부 후보들이 세부 공약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우리 사회를 녹색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대전환을 위해 탄소세를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탄소세 신설을 주장해왔다. 지난 22일엔 기자회견에서 “국제기구 권고에 따라 톤당 8만원씩 걷으면 64조원”이라며 “이 재원 일부를 산업 전환 비용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국민에게 균등 지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재직 시절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는 현 정부보다 더 규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2030년까지 달성할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현재 목표치의 2배 정도 되는 45%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빠르면 2035년 늦어도 2040년까지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연합과 같은 속도로 가자는 뜻이다.
지역균형 발전을 주장해온 김두관 의원은 “지방정부에 에너지 체계 구축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주체적으로 정하고 이행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며 “지역별 여건에 맞춘 탄소중립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현장방문을 하여 태양광 발전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맹이가 빠진 아름다운 말뿐”이었다고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대선 주자들이 좋은 말을 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독일 슈피겔지에 따르면 독일에서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하면 2조 유로(약 2700조원)가 든다고 분석했다”며 “그 정도 비용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때의 대책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수정없는 탄소중립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과 탄소중립은 결코 조화될 수 없는 모순적 정책”이라며 “화석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면 남는 가용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밖에 없는데 탈원전으로 원자력마저 사용을 제한하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현실적인 탄소중립 전략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탈원전이 이념의 도그마가 돼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