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인명 피해는 카불 공항에 수천명이 일시에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 속에 벌어졌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공항에 몰려든 군중이 통제불능 상태였다. 발포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NS에는 "미군이 카불 공항에서 질서 유지를 하려고 발포하는 바람에 민간인이 죽었다"는 글과 함께 여성을 포함한 여러명이 바닥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총격 소리 속에 아이를 안고 비명을 지르며 뛰는 시민들의 모습도 담겼다.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동하는데 시민들이 이를 뒤쫓아가거나 사람들이 있는 곳 인근에 헬리콥터가 착륙하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영상으로 공개됐다. 시민들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활주로를 장악하고 탑승 계단을 따라 밀고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SNS 영상 가운데는 피격당한 듯한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피 흘리며 거리에 쓰러진 모습도 있다. 이륙한 비행기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상을 공개한 중동 매체 칸의 통신원 아미차이 스타인은 "사람들이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베트남 패망 당시 '사이공 탈출'을 떠올리게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 영국의 브리티시항공과 버진 애틀랜틱은 16일 아프간 상공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에미레이트항공도 당분간 카불행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다.
아프간에서 탈출 러시가 이어지면서 인근 국가 터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터키에는 이미 아프간인 수천 명이 피신한 상태다. BBC에 따르면 터키에는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시리아 등지에서 몰려온 난민 수백만 명이 살고 있는데, 여기에 아프간 난민까지 부담을 늘리고 있다. 터키 내부에선 국경을 폐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터키 정부는 아프간 주재 대사관을 계속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