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줄 몰랐다" 머지포인트 믿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요. 긴말 할 거 없으니 나가세요."
16일 오후 2시쯤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사무실 앞에 들어서자 건장한 남성 둘이 문을 열고 나와 말했다. 이들에게 회사 관계자인지, 17일 예정대로 환불 절차가 진행되는지 묻자 "우리는 일용직 용역이다. 아무도 안 나왔고 자세한 건 모른다. 빨리 나가시라"는 말이 돌아왔다.

16일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사무실 앞. 여성국 기자

16일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사무실 앞. 여성국 기자

30분쯤 뒤 30대 추정 남성 둘이 사무실에 들어가 가방에 무언가를 챙겨 나왔다. 건물을 나서는 이들에게 "내일 정상적으로 환불 절차가 이뤄지는지" 물었지만, "우리는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옥 주변에서 만난 40대 주부 이모씨는 "현장에 오면 환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와봤다. 주변 카페나 식당을 저렴하게 이용하려고 이커머스 업체에서 연간권을 결제했다"면서 "나는 몇만원이지만 더 큰 피해를 본 분들, 정산이 안 되는 자영업자들은 어떡하냐"고 걱정했다.  

 

계속되는 피해인증 "이커머스, 카드사 믿었는데…" 

16일 온라인 카페 머지포인트피해자모임 등에는 수만~수백만원까지 피해 인증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 2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해 조금이라도 절약하려는 대학생, 주부, 직장인 등이었다.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에서 5만 포인트를 추가로 지급하는 18만원 상당 연간권 구매자들도 많았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편의점 도시락을 저렴하게 사 먹기 위해 수십만원을 결제했다가 낭패를 봤다”거나 “카페 등에서 아이들과 간식을 사 먹기 위해 결제했는데 실컷 사주지 못하고 아낀 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회원 수 각각 2만5000여명, 6500여명이 있는 피해자 카페의 피해인증을 합하면 피해인증 게시물은 1만2000건이 넘는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사측은 13,14일 온라인 환불 신청자를 대상으로 일부 환불을 진행했고 17일에 다시 환불을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 판매처와 유명 카드사 등을 믿고 구매했다. 이런 사태가 올 줄은 예상조차 못 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하나카드는 머지플러스와 제휴해 하나머니 5만포인트를 지급하는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했다. 연간권을 구매하면 페이코, 토스 등 유명 플랫폼도 5만 포인트를 지급했다. KB국민카드는 머지포인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정기구독 관련 특화 혜택을 담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제로페이' 사업자로 머지포인트가 참여하고, 앱을 통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머지포인트피해자모임 카페 캡쳐]

[머지포인트피해자모임 카페 캡쳐]

발행액 최소 1000억원 추정 집단소송 가능성 

일부 스타트업, IT 업계에서는 무제한 20% 할인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지포인트가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고 한다. 이용자에게 유리한 혜택을 지속해서 제공하는 수익모델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다. 머지포인트는 '계획된 적자'를 통해 당장의 실적 대신 투자를 통해 규모를 키워 인지도를 높이고 구독자를 최대한 모은 뒤 수익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파격적인 혜택 덕분에 누적 회원 100만명, 일일 평균 접속자 수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이 발행한 포인트는 지난 5월 기준 400억원 어치로 시중에 유통된 발행액은 최소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변호사들은 머지포인트 집단소송 참여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머지플러스의 환불신청 공지. [홈페이지 캡쳐]

머지플러스의 환불신청 공지. [홈페이지 캡쳐]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은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에 대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시킨 뒤 정상적인 영업을 유도하겠다"며 "해당 업체 대응방식과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계 기관과 협조해 문제를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머지포인트가 등록이 필요한 선불전자지급업의 외형을 갖추고도 수년간 이를 지키지 않고 무허가 영업을 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앞서 공지를 올려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11일부로 당분간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축소 운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발 빠른 조치했어야"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 기법으로 전통적 금융 영역으로 규제가 어려운 사각지대가 생겨 일어나는 일 같다"면서도 "버젓이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데 금감원이 단지 미등록 업체라 감독권한이 없다고 하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 보다 발빠른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해내)는 "업체가 대책, 대안 없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만약 집행 가능한 자산이 없다면 형사 처벌과 별개로 민사 구제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