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요. 긴말 할 거 없으니 나가세요."
16일 오후 2시쯤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사무실 앞에 들어서자 건장한 남성 둘이 문을 열고 나와 말했다. 이들에게 회사 관계자인지, 17일 예정대로 환불 절차가 진행되는지 묻자 "우리는 일용직 용역이다. 아무도 안 나왔고 자세한 건 모른다. 빨리 나가시라"는 말이 돌아왔다. 사옥 주변에서 만난 40대 주부 이모씨는 "현장에 오면 환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와봤다. 주변 카페나 식당을 저렴하게 이용하려고 이커머스 업체에서 연간권을 결제했다"면서 "나는 몇만원이지만 더 큰 피해를 본 분들, 정산이 안 되는 자영업자들은 어떡하냐"고 걱정했다.
계속되는 피해인증 "이커머스, 카드사 믿었는데…"
“일용직 노동을 하며 편의점 도시락을 저렴하게 사 먹기 위해 수십만원을 결제했다가 낭패를 봤다”거나 “카페 등에서 아이들과 간식을 사 먹기 위해 결제했는데 실컷 사주지 못하고 아낀 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회원 수 각각 2만5000여명, 6500여명이 있는 피해자 카페의 피해인증을 합하면 피해인증 게시물은 1만2000건이 넘는다.
실제로 하나카드는 머지플러스와 제휴해 하나머니 5만포인트를 지급하는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했다. 연간권을 구매하면 페이코, 토스 등 유명 플랫폼도 5만 포인트를 지급했다. KB국민카드는 머지포인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정기구독 관련 특화 혜택을 담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제로페이' 사업자로 머지포인트가 참여하고, 앱을 통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발행액 최소 1000억원 추정 집단소송 가능성
그런 파격적인 혜택 덕분에 누적 회원 100만명, 일일 평균 접속자 수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이 발행한 포인트는 지난 5월 기준 400억원 어치로 시중에 유통된 발행액은 최소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변호사들은 머지포인트 집단소송 참여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앞서 공지를 올려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11일부로 당분간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축소 운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발 빠른 조치했어야"
한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해내)는 "업체가 대책, 대안 없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만약 집행 가능한 자산이 없다면 형사 처벌과 별개로 민사 구제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