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원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국민의힘 경선 경쟁자이기도 한 윤희숙 의원과 ‘국민의 삶과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했다. 윤 의원은 최 전 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페이스북에 “‘국가의 책임’은 ‘간섭과 통제’와 불가분 관계인지라 무턱대고 확대하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적어 최 전 원장을 옹호했다.
윤 의원은 대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최 전 원장이 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지 화두를 던졌고, 핵심에 맞지 않는 공격이 너무 많이 들어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역할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뼈대에 가까운 질문이다. 이 화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저와 생각을 같이하는 분이 있어서 큰 힘이 된다”고 답했다.
대담은 최 전 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최 전 원장은 ‘국가 역할론’ 논쟁을 이슈로 키우려는 시도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1일 국가의 역할에 대한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본인 명의 또는 캠프 명의로 총 5번의 서면 입장을 내며 적극 반박해 온 것의 연장선이다. 12일엔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 자체가 정치권의 국민에 대한 오랜 희망 고문”이었다고 비판했고, 다음날엔 경제 정책 비전으로 규제 완화를 제시하며 ‘작은 정부론’에 살을 붙였다.
‘국가 역할론’이슈화에는 대선 출마 선언 후 민감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등의 모습으로 수세에 몰렸던 최 전 원장이 공세로 전환한다는 차원도 있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대선이라는 것은 결국은 정치 철학을 가지고 맞부딪히는 건데 한국의 대선은 그런 모습을 못 보여줬다. ‘국가의 역할’은 여야, 진보·보수 간 중요한 정치 철학적 토론 거리라 보고 더 분명한 입장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역할에 관한 토론이 보수의 가치를 확인할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이날 대담한 두 사람의 공통된 기대다. 윤 의원은 대담의 의미에 대해 “‘보수당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라고 매력을 일깨워줘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해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대담에서 오간 대화에 대해 최재형 캠프 측은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모두가 거짓이었고 국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는 데 최 전 원장과 윤 의원이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의 ‘작은 정부론’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당 내부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학자 출신 유승민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역할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무조건 ‘작은 정부’여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 측은 “전세계적으로 작은 정부만이 대안은 아니다. 일자리 문제 등 일부 문제에서는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면에서 어제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태경 의원도 앞서 “정부가 져야 할 아무 책임도 없다면 최 후보는 도대체 무엇을 책임지기 위해 대선에 나왔느냐”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