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평창 어게인’ 사실상 물 건너갔다

북한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로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 출전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 돌파구 마련이 힘들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를 진전시킬 임기 내 마지막 이벤트로 여겨 왔지만,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IOC는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 북한의 일방적 도쿄 올림픽 불참에 따른 징계로 2022년 말까지 북한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을 정지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 북한 대표단 참석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수백만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에 대한 IOC 지원금도 몰수하기로 했다. 북한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현재까지 올림픽 출전권을 개인적으로 확보한 북한 선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미·중 모두 모일 기회 사라져, 남북관계 돌파구 막막

그간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2022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통해 교착 상태의 남북·북미 관계에 돌파구를 만들며 한반도 정세를 반전시킨 것처럼, 남북·미·중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정부는 큰 관심을 둬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호국 중국의 경사를 축하하는 명분으로 올림픽에 참석할 경우 남북 정상 회동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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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내년 3월 치러지는 걸 고려하면 문 대통령 임기 말에 남북 평화 구상으로 가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었다.

특히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17일)이나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19일) 등 이달에 집중된 남북 기념일들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된다면,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2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에 이어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까지 연이은 이벤트들을 징검다리로 남북대화와 협력에 속도를 내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IOC의 제재로 북한 대표단이 아예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이런 ‘그림’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평창 어게인’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도 먹구름이 낀 것이다. 지난 7월 27일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이 전격 복원되면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가 잠시 형성되기도 했으나,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달 10일 이후 재차 연락을 두절한 상태다.

더욱이 북한이 현재 코로나19와 대북제재, 자연재해 등으로 내부의 경제·민생 위기를 수습하는 데 주력하는 만큼 남북관계 진전은 정부의 기대처럼 속도가 붙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IOC가 제재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북한의 태도에 따라 상황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북한의 베이징 올림픽 참가 제동에 절제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기자들을 만나 “IOC가 회원국인 북한에 대한 조처를 한 것으로, 정부 차원에서 논평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정부는 다양한 계기를 통해 스포츠 교류 방안과 한반도 평화 진전 방안을 찾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남북 간 평화의 계기와 스포츠 교류의 계기를 찾아나갈 방안을 계속 찾아보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