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침투해 온몸 공격한다…매년 700만명 죽이는 이것

미세먼지에 파묻힌 뉴델리 인디아게이트. [연합뉴스]

미세먼지에 파묻힌 뉴델리 인디아게이트.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700만명이 대기오염 관련 질병으로 조기에 사망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 질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 22일(현지시간) WHO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오존,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 6종에 대한 ‘대기 질 가이드라인’(AQG)을 새로 발표했다.
 
WHO는 특히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농도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르면 각국은 미세먼지(PM10)를 연평균 15㎍/㎥ 이하로, 초미세먼지(PM2.5)는 연평균 5㎍/㎥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WHO는 2005년 연평균 미세먼지 20㎍/㎥, 초미세먼지 10㎍/㎥로 권고한 뒤 이를 유지해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준 강화 배경도 설명했다. 2005년 기준보다 훨씬 낮은 대기오염 농도에서도 인간의 신체가 악영향을 받는다는 증거가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이유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기오염은 매우 낮은 수준에서도 뇌에 영향을 주고, 엄마 배 속에서 자라는 아기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각국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권고 사항을 충족할 것을 촉구했다.
 
WHO는 6가지 오염 물질 가운데서도 특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으며 초미세먼지는 혈류에도 들어갈 수 있어 심혈관 및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WHO는 매년 700만명이 대기오염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는 870만명이 석탄, 석유, 가스 에너지로 인한 오염이 야기한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세계 사망 요인의 2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 이하,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 이하인 대기 입자다. 각각 머리카락 굵기의 6분의 1, 20~30분의 1에 불과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입자 자체의 독성이 없다 하더라도 '매우 작다'는 특징으로 기관지의 가느다란 털 사이를 통과해 폐와 장, 혈관까지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BBC는 미세먼지가 심장병 및 뇌졸중과 같은 상태와 관련이 있으며 어린이의 경우 폐 성장을 감소시키고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WHO는 대기오염이 코로나19와 함께 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대기오염을 줄이는 노력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각국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소속 과학자이자 보스턴 칼리지 지구오염관측소 공동소장인 커트 스트라이프는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WHO 기준의 대기질) 구현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코로나19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이번 세대의 한 번뿐인 기회"라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인구의 90%가 2005년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건강에 해로운 대기 속에서 호흡을 했다. 특히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저소득과 중위소득 국가가 치명적 영향을 받았다.
 
한국의 대기 질도 WHO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2020년 한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WHO의 새 가이드라인 대비 각각 2배(33㎍/㎥), 4배(19㎍/㎥)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이동량이 2019년 대비 줄면서 대기오염 물질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새 가이드라인을 2019년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각각 2.7배(41㎍/㎥) 4.6배(23㎍/㎥)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