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7일), “병사 봉급 월 200만원”(9일), “게임을 질병으로 보던 왜곡된 시선은 바뀌어야 한다.”(1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주일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하나같이 ‘이대남’(20대 남성)를 겨냥한 메시지였다. 윤 후보는 지난 8일엔 대형마트를 방문해 여수 멸치와 약콩을 카트에 담는 모습도 공개하며 이른바 ‘멸공’ 논란에도 가세했다. 이 역시 정치권에선 “반중(反中) 정서가 강한 ‘이대남’ 민심을 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이 20대 남성층에 대한 공략에 나선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어떻게 응수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서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눈 뒤 행사장을 나서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與, 무대응 기조…“불공정·불평등 정책으로 승부”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 속에 민주당은 일단 무대응으로 방침을 정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 같은 이슈 파이팅으로 20대 표심을 잡으려고 하는 건 그저 단기간에 관심을 많이 받겠다는 것뿐”이라며 “우리는 젊은 층의 불공정 문제, 기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승부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20대 대선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서 "저한테도 이대남이냐, 이대녀냐 양자택일 하라는 요구가 많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에선 “전략적으로도 무대응이 상책”이란 말도 나온다. 최병천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윤석열의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격할수록 2030 남성의 윤석열에 대한 결집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논란이 될수록 상대방에게 유리해지는 이슈의 경우, 가장 바람직한 대응은 대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헌기 민주당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이 “윤석열 후보가 툭 던진 그 구호엔 한마디로 ‘내용’이 없다. 그래서 저걸 공약이라 하지 않고 자극 전술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윤 후보가 내놓은 ‘이대남’ 맞춤형 정책에 대해선 이 후보 측도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윤석열 후보님 오랜만에 우리가 통한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윤 후보가 제시한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을 이 후보가 17일 전 발표했다는 걸 강조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해 첫 주식시장 거래일인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尹, 20대 견인? 우린 안정감으로 5060 올릴 것”
민주당의 무대응 기조의 배경 뒤엔 세밀한 표 계산이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실 보좌관은 “젠더 이슈로 ‘이대남’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면, 불안감이 커지면서 5060 세대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딜레마가 있다”며 “윤 후보가 스스로 악수(惡手)를 뒀는데 굳이 우리가 끌려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안보 인사로 영입한 박선우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과 부석종 전 해군 참모총장(왼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안보 인사를 영입한 것 또한 이 후보의 '안정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가 지난 11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 “선제 타격 외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 후보가 전날 “세계 어느 지도자들도 선제타격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마치 화약고 안에서 불장난하는 어린이를 보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고 맹비난한 게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특히 “국민 안위와 나라 경제를 위해 지금이라도 선제타격 발언을 철회하라”며 윤 후보 발언을 안보·경제 문제와도 연계했다.
하지만 이런 민주당의 셈법이 실제 지지율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10~12일) 대선 후보 지지도 항목에서 이 후보는 전주보다 1% 포인트 오른 37%를, 윤 후보는 전주와 동일한 28%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70세 이상 지지율(21%→29%)이 크게 올랐으나, 30대(40%→37%)와 40대(52%→49%)에서 지지율이 소폭 빠졌다. 반면 윤 후보는 20세 이하(18%→21%)와 30대(16%→23%), 50대(24%→27%)에서 지지율이 올랐고, 70세 이상 지지율(57%→44%)이 낮아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대선 2022 특집페이지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